메시의 해트트릭에...웃지 못한 지단
관중석 지단, 고개 저으며 심각한 표정
알제리 골키퍼 뤼카 지단이 아들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39·인터 마이애미)가 처음으로 월드컵에서 해트트릭을 터뜨렸지만 세계적인 축구스타 지네딘 지단(54)은 활짝 웃지도, 축하를 보내지도 않았다.
메시는 17일(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알제리와의 2026 북중미 월드컵 J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3골을 몰아치며 조국 아르헨티나의 3-0 완승을 이끌었다.
이로써 메시는 월드컵에서 첫 해트트릭 기록을 썼다. 아울러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41·알 나스르)가 보유(33세 130일)했던 '월드컵 역대 최고령 해트트릭' 기록(38세 357일)도 경신했다. 또 메시는 월드컵 개인 통산 16골을 넣으며 미로슬라프 클로제(독일)와 함께 역대 월드컵 최다 득점자로 이름을 올렸다.
무엇보다 메시가 이루지 못한 월드컵 골든부트(득점왕) 수상도 한 발짝 다가갔다. 이날 골든부트 유력 후보인 프랑스의 킬리안 음바페(27·레알 마드리드)와 노르웨이의 엘링 홀란(26·맨체스터 시티)이 각각 2골씩 터뜨리며 골든부트 경쟁에 불씨를 지폈다.



하지만 메시의 해트트릭을 관중석에서 지켜보던 지단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중계 카메라에 포착된 지단은 그저 굳은 표정으로 경기장을 바라볼 뿐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의 아들 뤼카 지단(28·그라나다)이 메시의 3골을 모두 실점한 알제리의 골키퍼였다. 턱뼈가 부러져 보호 마스크를 착용하고 골문을 지키던 뤼카는 메시의 골 세례로 혹독한 월드컵 데뷔전을 치렀다.
뤼카는 지난해부터 알제리 대표팀 유니폼을 입었다. 프랑스 대표팀의 부름을 받지 못해 알제리 이민자였던 조부모의 국적을 선택했다. 뤼카는 지난달 알제리 대표팀에 승선하기 전 턱과 안면 부위 골절로 중상을 입었다. 수술대에 올랐던 그는 한 달여 만에 회복해 극적으로 대표팀에 승선했다. 그러나 이날 알제리의 첫 경기에서 메시라는 벽에 막혀 빛을 보지 못했다. 아버지가 지켜보는 앞에서 굴욕을 당한 셈이다. 메시의 월드컵 역대 최고령 해트트릭 기록을 안겨준 골키퍼로 남아 희비가 엇갈렸다.
뤼카는 알제리 대표팀에 뽑힌 뒤 "아버지는 내 결정을 존중해줬다. 그는 '조언은 해줄 수 있지만 선택은 네가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며 "무엇보다 할아버지를 위해 알제리 대표팀에서 뛰는 건 매우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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