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AI 시대,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AI를 다루는 힘은 어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교실에서도 그 힘이 필요하다.
요즘 교실에서 AI를 바라보는 시선이 둘로 나뉜다. 선생님 입장에서 AI는 골칫거리다. 숙제를 대신 해주고, 시험 답을 알려주고, 생각할 틈을 빼앗는다는 걱정이 앞선다. 반면 학생 입장에서 AI는 편리한 자판기다. 질문을 넣으면 답이 나오고, 과제를 넣으면 결과물이 나온다. 둘 다 AI를 보고 있지만, 보는 눈이 완전히 다르다.
사실 두 시선 모두 AI의 절반만 보고 있다.
스마트폰이 처음 교실에 들어왔을 때도 비슷했다. 수업 시간에 게임을 한다,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걱정이 쏟아졌다. 지금 스마트폰 없는 세상을 상상하기 어렵다. 문제는 도구가 아니었다. 어떻게 쓰느냐였다.
AI도 마찬가지다. 지금 청소년들은 이미 AI를 쓰고 있다. 막는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몰래 쓰게 만들 뿐이다. 진짜 필요한 건 금지가 아니라, 제대로 쓰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짚어야 할 게 있다. AI가 뭐든 답을 내주는 시대라고 해서, 기초를 쌓는 과정이 필요 없어진 건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배경지식이 없으면 AI가 내놓는 답이 맞는지 틀린지조차 판단하기 어렵다. 기초 체력 없이 고난도 기술을 부릴 수 없듯, 아는 것이 있어야 AI를 제대로 다룰 수 있다.
청소년 AI 교육의 핵심은 두 가지다. 하나는 기초를 계속 쌓는 것, 다른 하나는 AI를 현명하게 쓰는 법을 함께 배우는 것이다. 이 둘은 반대가 아니다. 함께 가야 한다.
기초를 쌓는다는 건 뭘까. 단순 암기가 아니다. 개념을 이해하고, 스스로 생각하고, 틀려도 다시 풀어보는 과정이다. 수학 공식을 외우는 게 아니라 왜 그 공식이 나왔는지 아는 것. 역사 연도를 외우는 게 아니라 그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 맥락을 아는 것. 이런 배경지식이 쌓여야 AI가 내놓는 답을 제대로 판단할 수 있다.
현명하게 쓴다는 게 뭘까. 답을 복사하는 게 아니라 개념을 물어보는 것. AI가 설명해 준 내용을 그냥 믿는 게 아니라 한 번 더 확인하는 것. 내 글에 피드백을 받고, 더 나은 방향을 스스로 판단하는 것. 기초를 쌓는 과정에서도 AI는 좋은 파트너가 된다. 어려운 개념이 이해되지 않을 때 쉽게 설명해달라고 하고, 내가 이해한 내용이 맞는지 확인해달라고 하고, 더 깊이 알고 싶은 것을 파고들게 해주는 것. AI를 이렇게 쓸 줄 아는 학생은 혼자 공부할 때보다 훨씬 빠르게 기초를 다질 수 있다. 이런 습관이 쌓일 때 AI는 생각을 대신하는 도구가 아니라, 생각을 키우는 도구가 된다.

AI는 교육 격차를 줄이는 도구가 될 수 있다. 서울 강남 학원가에 가지 않아도, 비싼 과외 선생님이 없어도 AI에게 개념을 물어보고, 글쓰기 피드백을 받고, 스스로 학습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제주 학생도, 수도권 학생과 같은 출발선에 설 수 있다. 단, 그 도구를 제대로 쓰는 법을 알고 있다면.
그 방향을 잡는 것, 그것이 어른의 역할이고 교육의 역할이다. / 양인하(경영학 박사, 사단법인 AI융합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