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 혼인신고 허용을”… 커플 11쌍, 소송 제기

종교계 반발 등 논란 커질듯

‘동성 부부’ 11쌍이 동성 결혼을 법적으로 인정해 달라며 혼인신고 불수리에 불복하는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그간 수차례 가로막혀 온 동성혼 법제화의 길이 열릴지 주목되지만, 보수·기독교계의 반발도 뒤따를 전망이다.

동성혼 법제화를 위한 캠페인 조직 ‘모두의 결혼’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는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동성 부부의 혼인신고를 수리하지 않는 처분에 불복하는 ‘혼인신고 불수리 불복 신청’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에 따르면 11쌍의 동성 부부 22명이 참여하는 이번 소송은 11일 서울가정법원 등 6개 법원에 제기돼 동성 간 혼인을 허용하지 않는 현행 민법의 위헌성을 다투게 된다. 소송 대리인단 단장을 맡은 조숙현 변호사는 “동성 간 혼인을 허용하지 않을 만한 아무런 이유가 없다”며 “명백한 위헌”이라고 강조했다.

그간 국내에선 동성 부부의 혼인신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지난 7월 대법원이 동성 배우자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는 등 변화의 조짐도 일부 나타나고 있다. 남성 배우자와 10년 동안 살고 있다는 정규환(34) 씨는 “평범한 부부의 삶을 누리고 있지만, 우리의 관계를 인정하지 않는 법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걸 느꼈다”며 소송 참여 이유를 설명했다. 여성 배우자와 8년째 살고 있는 손문숙(여·48) 씨도 “다른 이들처럼 사랑하는 사람과 가족으로 이미 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