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금리 8%"…'커닝공시' 규제에도 '머니무브'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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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의 규제에도 불구하고 퇴직연금 원리금 보장상품의 금리격차가 더 벌어지면서 '머니무브'(자산 이동)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다.
당국은 퇴직연금 차입 규제 완화 등의 조치를 내놨지만 실제로 연말에 수조원대 자산이 움직일 경우 유동성 위기를 막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당초 퇴직연금 사업자와 비사업자(상품판매제공자) 간 지나친 금리경쟁으로 머니무브가 이뤄지는 사태를 우려해 '꼼수'로 금리를 올려쓰는 이른바 '커닝 공시'를 규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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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금융당국 및 업계에 따르면 시중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 44개 퇴직연금 사업자 및 46개 상품판매제공자 등 총 90개 금융사가 12월 퇴직연금 원리금보장형 상품 이율을 공시한 결과 키움증권과 다올투자증권은 각각 8.25%, 8.5%를 제시했다. 은행권은 평균 4%대 후반, 보험업계는 평균 5%대, 증권업계는 평균 6%대, 일부 증권사와 저축은행 등은 7~8%대 이율을 공시했다.
1년 이율보증형 상품의 경우 최저 금리와 최고 금리의 격차는 약 500bp(베이시스 포인트, bp=0.01%) 가량 벌어졌다. 10~20bp차이로도 손바뀜이 이뤄지는 퇴직연금 시장의 특성을 감안할 때 역대급 금리차라는 평가다.
금융당국은 당초 퇴직연금 사업자와 비사업자(상품판매제공자) 간 지나친 금리경쟁으로 머니무브가 이뤄지는 사태를 우려해 '꼼수'로 금리를 올려쓰는 이른바 '커닝 공시'를 규제했다. 고금리를 제시한 곳으로 자금이 쏠려 일부 중소형사가 유동성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있어서다. 특히 비은행권 중소형사에서 은행권으로 수조원대 뭉칫돈이 빠져나갈 경우 자금시장 경색의 또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당국은 사업자와 비사업자가 동시에 이율을 공시하면 금리경쟁이 잦아들 것으로 예상했으나 금융사 간 '눈치게임'으로 변질되면서 오히려 금리격차만 더 벌어지는 사태를 초래했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으로의 자금 쏠림 현상은 막았다고 안도하지만 금융권의 불안감은 오히려 커졌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규제가 통하지 않은 상태에서 금리격차만 더 벌어졌다"며 "당국의 행정지도에 따라 금리 경쟁에 동참하지 않고 금리를 낮춘 회사들이 오히려 대규모 머니무브 위험에 놓은 셈"이라고 말했다.
당국은 전날 퇴직연금 차입규제를 내년 3월까지 한시적으로 완화하는 등의 유동성 지원 조치를 발표했다. 현재 10%로 묶인 차입 한도를 늘려 일시적으로 유동성 공급에 숨통을 틔워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실제로 수조원대 자금이 빠져나가면 차입 규제 완화 만으로는 유동성 위기를 해소할 수 없다고 토로한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저금리 채권을 많이 보유한 회사는 당장 손실이 너무 크니까 차입규제 완화가 도움이 되겠지만 고금리 채권이 많으면 채권을 파는게 나은지, 환매조건부채권(RP)을 매도하는 게 나은지 따져봐야 한다"며 "사별로 상황이 다 다르기 때문에 연말 유동성 위기를 넘길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퇴직연금 시장에 꺼낼 수 있는 강력한 카드는 금리상한 설정과 물량 규제다. 이미 금리상한 설정 대신 커닝 공시 규제를 꺼내들었지만 약발이 통하지 않았다. 마지막 남은 것은 물량 규제다. 말 그대로 머니무브 자체에 일정한 제한을 둬 대규모 자금 이탈을 막는 조치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추가 대책 중 남은 것은 물량 규제인데 연말 자산 이동상황을 좀더 모니터링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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