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 돼지농장 60대 추락사…축산현장 안전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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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뇨 저장조는 '보이지 않는 위험'이었다."
최근 고령군의 한 돼지농장에서 발생한 60대 작업자의 사망사고는 축산업 현장의 안전 실태를 다시 돌아보게 하고 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9일 오전 7시40분께 고령군의 한 양돈농장에서 60대 작업자 A씨가 분뇨 저장조 위에서 액비 수거 작업을 하던 중 약 5m 아래 저장조로 추락해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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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비 수거 작업, 일상적이지만 추락방지시설은 미흡

"분뇨 저장조는 '보이지 않는 위험'이었다."
최근 고령군의 한 돼지농장에서 발생한 60대 작업자의 사망사고는 축산업 현장의 안전 실태를 다시 돌아보게 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분뇨 처리 작업이었지만 실제 현장은 추락과 질식, 익사 위험이 동시에 도사리는 고위험 작업장이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9일 오전 7시40분께 고령군의 한 양돈농장에서 60대 작업자 A씨가 분뇨 저장조 위에서 액비 수거 작업을 하던 중 약 5m 아래 저장조로 추락해 숨졌다. 함께 작업하던 동료가 신고해 구조에 나섰지만 끝내 목숨을 잃었다.
일반인에게는 '액비 수거 작업'이라는 표현이 다소 생소하다. 그러나 양돈농장에서는 거의 매일 반복되는 일상적인 작업이다. 돼지 분뇨는 축사 바닥의 배수시설을 통해 대형 콘크리트 저장조로 모인다. 이곳에는 분뇨와 물이 섞인 슬러리 형태의 액체가 저장되고 일정 기간 발효 과정을 거친 뒤 농경지에 살포하는 액체비료(액비)로 재활용된다.
액비를 외부로 반출할 때는 흡입펌프가 설치된 액비 운반차량이 농장을 찾는다. 작업자는 저장조 상부에서 굵은 흡입호스를 저장조 안으로 넣어 액비를 차량 탱크로 빨아올리는 작업을 한다.
문제는 작업 환경이다. 분뇨 저장조는 보통 깊이가 수m에 달한다. 저장조 상부의 콘크리트 덮개나 철제 작업발판 위에서 작업하는 경우가 많아 위험 우려가 크고, 일부 농장은 추락방지 난간이나 안전시설도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 큰 위험은 저장조 내부다. 돼지 분뇨가 발효되는 과정에서 황화수소와 암모니아, 메탄가스 등 유해가스가 발생한다. 이 때문에 작업자가 저장조 안으로 추락하면 단순 추락사고에 그치지 않고 유독가스 질식이나 액체 상태의 분뇨에 의한 익사까지 이어질 수 있다.
산업안전 전문가들은 축산농가의 분뇨 저장시설을 일반 작업장이 아닌 '밀폐공간 위험시설' 수준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제 제조업에서는 밀폐공간 작업 전 산소농도 측정과 가스 측정, 안전감시인 배치, 안전벨트 착용 등이 의무화돼 있지만 영세 축산농가에서는 이 같은 안전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중대재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사고 이후 처벌보다 예방시설 확충이 우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추락방지 난간 설치와 생명줄 고정장치, 미끄럼 방지 작업발판 등 기본적인 시설만 갖춰도 상당수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 현장의 공통된 지적이다.
축산업은 우리 식탁을 책임지는 필수 산업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안전은 여전히 제도와 관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고령 사고는 한 사람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축산 현장의 오래된 안전 불감증을 되돌아보고 같은 비극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경고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김재호 기자 kjh35711@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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