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곧 방영될 드라마의 예고편이 뜬 후 전통 복식에 관심이 많은 네티즌들이 ‘제대로 된 복식을 봤다’라며 극찬한 일이 있었다. 고급 재료로 만든 갓, 분홍색 관복, 좋은 비단을 사용해 ‘평면재단’이라는 전통 방식으로 만든 한복 등 예고편의 캡처된 이미지와 자세한 설명을 붙인 글이 돌아다니며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그렇게 알게 된 [혼례대첩]은 청상부마와 청상과부가 처녀총각의 결혼을 추진하며 벌어지는 소동극을 그린 작품이다. 귀엽지만 마냥 가볍지는 않은 이야기, 개성 강한 캐릭터, 탄탄한 구성과 연출로 오랜만에 만족하면서 보는 퓨전 사극이 되었다.

장원 급제자 심정우(로운)는 공주와 결혼하며 부마가 되는데, 혼인 당일 공주가 세상을 떠나면서 졸지에 홀아비가 된다. 부마가 된다는 건 출사 금지, 재혼도 금지라, 정우는 평생 혼자서 놀고먹는 삶을 살아야 한다. 줄기차게 상소를 올리는 정우를 보다 못한 왕은 혼인 무효를 조건으로 걸고 한양 대표 원녀(혼인 적령기를 넘긴 처녀)인 맹 진사네 세 딸의 혼인 주선을 정우에게 맡긴다. 정우는 임무의 성공을 위해 도성에서 가장 능력 있는 중매쟁이인 방물장수 ‘여주댁’을 포섭한다. 그런데 여주댁의 정체는 좌의정의 과부 며느리 정순덕(조이현)으로 시댁 몰래 중매쟁이로 일하고 있었다. 한양 최고의 ‘울분남’ 청상부마와 북촌 양반댁 며느리와 중매쟁이의 이중생활을 이어가는 청상과부는 힘을 합쳐 혼인 대작전을 실행하지만, 중매나 둘의 마음 모두 뜻대로 되지 않을 듯하다.
[혼례대첩]은 이른바 ‘늙은 아씨들’이라고 불리는 맹가네 세 자매의 결혼을 둘러싼 소동이 중심이다. 이 과정에서 젊은 홀아비 정우와 청상과부 순덕을 통해 남녀유별과 법도가 엄격한 조선시대에 ‘두 번째 운명’을 찾은 남녀의 만남과 사랑을 풀어나간다. 두 사람이 결혼시켜야 하는 맹가네 자매들의 로맨스도 펼쳐지는데, 중매쟁이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는 점도 흥미로운 포인트다. 코미디와 로맨스가 적절하게 조화되어 있는 경쾌한 이야기이지만, 마냥 가볍거나 우습지는 않다. 정우와 순덕이 ‘혼례대첩’을 벌이는 이유가 굉장히 명확한데, 이는 명분에 죽고 사는 조선 시대라 그럴듯한 사고방식과 행동을 보여준다. 또한 사건이 진행되면서 정우와 순덕의 감정은 깊어지지만, 엄격한 사회 관습 때문에 마음을 억누를 수밖에 없다. 이들의 마음속 갈등과 가시밭길이 깔린 로맨스가 벌써부터 마음을 아프게 한다.
[혼례대첩]의 매력은 확실한 캐릭터성에 있다. 너무 똑똑한데 하찮아서 매력적인 ‘울분남’ 정우나 아슬아슬 이중생활을 이어가는 ‘능력만점 중매쟁이’ 순덕만 기억에 남는 게 아니다. 공식 홈페이지에 소개된 인물만 마흔 명이 넘고 회차마다 등장하는 주요 인물이 서른 명 가까이 되지만, 이들 모두에게 기억할 만한 특징을 넣어 등장인물이 나오면 ‘저 사람!’이라고 바로 알아보게 한다. 매 회 초반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간단한 인터뷰 또한 캐릭터를 알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 특징을 쉽게 기억할 수 있어서 뒤에 인물이 떼로 등장해도 이야기를 따라잡기에 무리가 없고, 각 캐릭터에 기반한 전개와 가끔은 이를 뒤집는 선택들이 나와서 큰 재미를 준다.

드라마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포인트이자 다른 퓨전 사극과 큰 차이가 보이는 부분은 의상과 분장 등 비주얼적 요소일 것이다. 최근 한국 사극에서 보기 어려웠던 한복의 핏과 실루엣은 옷과 패션에 대해 잘 모르는 시청자에게도 강한 인상을 남긴다. 정우의 ‘젊은 왕족’ 패션과 순덕의 ‘북촌 며느리룩’이 보여주는 한복과 전통 복식의 아름다움은 눈호강이란 말이 절로 나오는 수준이다. 연출과 촬영도 주목할 만하다. 첫눈맞이 시범을 보이는 순덕을 찍은 공중샷이나 군중을 활용한 선화사 탑돌이 장면 등에서 섬세한 연출이 빚어낸 매력적인 화면을 감상할 수 있다. 이런 요소들이 경쾌한 캐릭터나 이야기와 겉돌지 않고 오히려 무게감을 실어주는 점이 인상적이다.
솔직히 1화부터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는지라, 지금으로선 시청률이 가장 아쉽다. ‘이 귀여운 걸 나만 볼 수 없다’는 마음으로 여기저기 영업하고 싶을 정도다. 앞으로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도 너무 궁금하다. 맹가네 혼인 대작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서로를 마음에 들인 정우와 순덕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엄격한 유교 국가에서는 허용될 수 없는 두 사람의 연애가 이들에게 애정과 시간을 쏟은 시청자들이 납득할 결말로 다다를 수 있을지, 부푼 기대를 안고 다음 이야기를 지켜본다.
테일러콘텐츠 에디터. 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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