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배우 김성철이 유튜브 채널 'TEO 테오'의 '살롱드립2'에 게스트로 출연해 한예종 시절 비하인드를 공개했다. 영상에서 MC 장도연이 김성철에게 "한예종 재학 시절 별명이 '미친놈'이었다고 들었다"고 운을 뗐다.

그러자 김성철은 "그때는 갓 잡은 생선 같았다. 날뛰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기에) 누가더 미쳐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아무도 저랑 경쟁하지 않는데 저 혼자 그렇게 생각했다"라며 열정 가득했던 당시를 떠올렸다.

이처럼 학창시절부터 연기에 미쳐있었던 연기자 김성철은 최근 넷플릭스 '지옥2'에서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을 놀라게 만들고 있다.

배우로서 큰 도전이었죠. 바통을 이어받는. 부담감이 없다는 말은 거짓말이죠. 하지만 후회하지 않아요. 찍을 때 너무 재밌었고 다시 되돌아가도 똑같은 선택을 할 것 같아요. 정진수 캐릭터는 배우라면 누구나 탐내는 역할이 아닐까 싶어요(웃음).

지난 25일 공개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 시즌2(극본 연상호·최규석)는 정진수 의장(김성철)이 지옥의 사자들에게 고지를 받고 사라진 8년 후 다시 부활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극중 종교 집단인 새진리회의 1대 의장이던 정진수와 첫 공개 시연으로 주목을 받았던 박정자(김신록)가 부활하면서 그들에 맞선 민혜진(김현주) 변호사가 이끄는 소도와 화살촉 세력, 정부와의 갈등 상황이 주요하게 그려진다.
2021년 공개됐던 '지옥' 시즌1에서 정진수 의장을 연기했던 유아인이 사생활 문제로 하차하면서, 시즌2에서 김성철로 교체됐다. 이미 유아인이 연기했던 정진수 의장 캐릭터에 익숙했던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얼굴의 김성철이 대신한다는 것은 연출을 맡은 연상호 감독에게도 배우 본인에게도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공개 전부터 많은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지옥' 시즌2에서 김성철의 얼굴은 큰 이질감 없이 스며든 느낌이다.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지옥' 시즌2의 김성철을 만났다. 배우 교체에 관한 질문들이 이어졌지만, 김성철은 시즌1에서 그려진 정진수를 그대로 재연하기보다는 "자신의 색을 입힌 정진수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분명 부담되는 측면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릭터가 무척이나 매력적이었다"라고 작품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솔직하게 밝혔다.

● 김성철이 해석한 새로운 정진수
김성철이 연기한 정진수 의장은 과거에는 혼란에 빠진 세계를 해석하는 작업을 하고 사람들에게 교리를 전하는 것에 열심이었지만, 부활된 이후에는 그런 데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부활 이후 거울을 통해 괴물들을 보게 되면서 두려움과 공포에 휩싸이게 된다. 때문에 자신처럼 시연 이후에 부활한 박정자(김신록)를 만나서 개인적인 질문을 쏟아내고 그 고민만 해결하려는 인물이다.
앞서 시즌1에서 유아인이 연기한 정진수 의장이 고지를 내리는 지옥 사자들의 '신의 의도'라고 명명하고 죄를 받은 특정 사람들이 시연을 당할 거라고 선동하는 데 힘을 쏟았다면, 시즌2에서 김성철이 연기한 정진수는 기적적으로 부활한 뒤에 잠재된 내면의 공포가 수면 위로 올라오며 혼란을 겪는다. 유아인이 특유의 피폐하고 나른한 분위기로 극을 이끌었다면, 김성철은 실체 없는 두려움에 잠식된 채로 무너진 한 인간의 모습으로 정진수를 그린다.

유아인을 대체하며 주변의 우려는 없었냐는 물음에 김성철은 "쉽지는 않았다. 아마 모두가 힘들지 않았을까. 시즌2 역시 시즌1을 했던 스태프들인데 모두가 저를 지켜보고 있었다. '과연 김성철은 어떻게 할 것인가' 기대보다는 걱정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아마 시청자들도 시즌1의 정진수를 알기에 곧바로 제가 연기한 정진수를 각인시키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웹툰 원작을 토대로 캐릭터를 만들고 접근 방식을 다르게 하려고 했어요. 정진수를 잠식한 가장 거대한 감정이 무엇일까를 생각했을 때 '공포', '두려움'이었어요. 20년 전에 고지를 받고 시달렸던 사람이고, 이후에 새진리회라는 종교를 만들었잖아요. 거대한 거짓말을 사람들에게 각인시키는 일이었는데, 시즌2에서는 거짓말보다는 정진수의 속내를 드러내는 것에 초점을 맞췄죠."
'지옥' 시리즈에는 지옥의 사자들의 고지와 시연에 대해 다양한 신념과 이념 대립을 하는 세력들의 영역 다툼이 주요하게 그려진다. 새진리회가 고지 받은 사람들을 공개하고 '죄를 지은 인간'이라고 지워지지 않는 낙인을 찍는다면, 소도는 고지 받은 사람들을 숨겨주고 가족들을 보호해준다. 두 조직 모두 지옥의 사자에게 받는 고지가 흡사 자연재해처럼 랜덤한 방식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해결하는 대응은 전혀 다르다. 그 중간에 위치한 화살촉은 새진리회의 정진수 의장의 이념에 영향을 받은 집단으로 폭력적인 방식으로 처단하고 폭동을 일으키기도 한다.
'지옥'의 세계관에서 세 조직들은 각자의 이익에 따라 대립한다. 소도 측은 박정자의 부활을 알고 정진수 역시 부활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후 새진리회의 이념에 세뇌 당하고 화살촉 단체에서 활동하던 햇살반 선생님인 지원(문근영)의 남편 천세형(임성재)을 투입한다. 부활한 정진수는 대부분 천세형과 맞붙는 신이 많은데 김성철은 "새진리회 1대 의장으로서 천세형을 세뇌시켜야 했다. '너 때문에 내 아내가 그렇게 됐어'라고 믿는 천세형에게 또 다른 교리를 펼쳐야 했다. 단순히 박정자에게 가기 위해서 말이다. 그것을 진짜처럼 느끼게 해야 했다. 천세형을 설득해서 화살촉에게 가는게 목적이었다. 그만한 중압감을 느끼게 표현해야 했기에 그것도 쉽지는 않았다"고 돌이켰다.

● "제 손아귀를 벗어나는 것" 인간 김성철의 두려움
'지옥' 시리즈는 2016년 영화 '서울역', '부산행', 2018년 '염력'에 이어 올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선산'과 '기생수: 더 그레이' 등을 쉼 없이 내놓은 연상호 감독이 연출했다. 반복적으로 디스토피아를 그려낸다. 김성철은 "아이디어가 독특하고 특별한 감독님"이라며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까 싶다. 처음에 대본을 받으면 개념들이 굉장히 어려운 부분도 있다. 고지나 시연과 같은 단어들도 그렇지 않나"라고 이야기했다. 연상호 감독에게 정진수 캐릭터에 대해 물어보며 답을 찾았다고 김성철은 답했다.
"감독님께 정진수의 모델이 누구냐고 물어봤어요. 그러자 감독님은 '정진수는 접니다'라고 했죠. 감독님이 가진 두려움과 작품 흥행에 대한 부분을 정진수 안에 녹였다고요. 사실 우리 모두가 두려움과 공포를 가지지만, 그것을 표출하는 날들이 굉장히 적은 것 같아요. 그것을 극대화한 인물이 정진수 같아요."
인간 김성철에게 '두려움'은 "손으로 콘트롤할 수 없는 것"이다. 그는 "내 의지와 상관없는 일들이 펼쳐질 때 언제나 두렵다. 건강이나 자연재해, 예기치 못한 사고도 그러하고. 아무래도 대중문화라는 영역 안에서 활동하는 배우이다 보니 작품이 공개될 때의 대중들의 평가도 그렇다. 그건 언제나 제 손아귀를 벗어나니까"라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성철은 두려움을 이겨내고 늘 도전한다고 이야기했다.
"배우로서 새로운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 자체가 도전이죠. 연차가 쌓일수록 책임져야 하는 분량도 점점 많아지고요. 이를테면 (한 영화에서)두 시간을 온전히 끌고 갈 수 있을까 하는 고민도 있어요. 그동안 20~30분 출연해 강렬하고 인상적인 연기를 했다면, 요즘은 천천히 스며드는 역할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됐어요"
2022년 영화 '올빼미'(감독 안태진)에서 겉으로는 유약해 보이지만 자신의 신념을 강단 있게 몰아붙이는 소현세자를 연기했고, 2024년 영화 '댓글부대'(감독 안국진)에서는 온라인 여론을 조작하는 찡뻤킹 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바 있는 김성철은 공연에도 활발히 참여한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몬테크리토' '데스노트' 등으로 관객들을 직접 만나기도 한다.
"공연이 관객들을 3시간 동안 압도시키는 것이라면 영화, 드라마는 카메라를 통해 관객들을 만나잖아요. 표현하고 싶은 것을 즉각적으로 보여주는 공연과 달리 매체 연기는 더 많은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앞으로는 그 부분도 유연하게 연기하고 싶어요. 작품 하나씩 할 때마다 한 계단씩 올라가는 느낌이었죠. 끊임없이 올라가자. 가끔은 평지도 있을 테지만. 정상을 바라보고 올라가는 것은 아니에요. '지옥' 시즌2는 열심히 했고 재밌는 작품이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