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해리어 전투기 조종사가
활주로가 아닌 바다 위 컨테이너 선박에
착륙해 버린 이유
1983년, 대서양 한가운데서
벌어진 기적의 착륙

해가 지고,
수평선은 잿빛으로 물들어갔습니다.
그때 한 대의 해리어 전투기가 방향을 잃고 떠돌고 있었습니다.
조종사 이안 왓슨 중위
영국 해군 항공모함
HMS 일러스트리어스에서 임무를
마치고 복귀하던 중이었습니다.

그러나 무전기는 침묵했고,
항법 시스템은 고장
전파도 나침반도 의지할 수 없게 된
그는 광활한 바다 위에서
점점 고립되어갔습니다.
연료는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습니다.

이제 몇 분 안에
결단을 내려야 하는 순간,
그의 눈에 한 선박이 들어왔습니다.
스페인 국적의 화물선
*알라이고(Alraigo)*였습니다.
그는 선박 주위를 낮게 선회하며
조난 신호를 보냈고,
구조를 기다릴 준비를 했습니다.

하지만 화물 컨테이너 위의
평평한 표면을 본 순간,
그는 위험천만한 선택을 하게 됩니다.
"마지막 한 번의 기회다."
해리어 전투기의 최대 강점인
수직 이착륙 기능을 활용해,
그는 알라이고 선박 위에
착륙을 감행했습니다.

조종석에서 바라본 착륙 지점은
매우 협소했고,
바다 위에서의 기류는 불안정했지만
놀랍게도 착지에 성공합니다.
다만 기체는 착륙 후 뒤로 밀리며
컨테이너에서 미끄러져 내려가
차량 하나를 부수고야 말았습니다.

이 사건은 곧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고,
해군 내부 조사에 따라 왓슨 중위는
당시 충분한 훈련을 받지 못한
상태였으며, 기체의 통신 장비도
결함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럼에도 그의 대담한 판단은
생명을 구했고,
선박 측은 해상 구조법에 따라
영국 해군으로부터 약 57만 파운드
(오늘날 약 33억 원 상당)의
보상을 받았습니다.

훗날 이안 왓슨은 계속 비행을 이어가
2,000시간 이상 해리어를 조종했고,
F/A-18전투기까지 경험한 베테랑이
되었습니다.

당시 착륙했던 해리어 기체는
지금 뉴어크 항공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으며, 바다 위 작은 선박에
착륙한 이 놀라운 이야기와 함께
역사 속에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