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대보름…동서양 해석 다른 보름달

보름달. 게티이미지뱅크

추석을 상징하는 보름달에 대해 동·서양은 상반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동·서양 신화 속 달의 이미지도 서로 다르다.

동양에서는 가을걷이를 한 뒤 먹거리가 풍족한 시기에 뜨는 보름달이 상서로운 기운을 가득 머금고 있다고 생각해 길조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가을 추수 시기에 뜬 보름달은 풍요로움 그 자체를 의미했다. 초승달에서 보름달로 달이 차 가는 모습에서 곡식이 익어가는 모습을 떠올렸고, 달은 감사한 마음과 간절한 소원을 비는 대상이었다. 반면 서양에서는 보름달의 에너지가 사악하다고 믿었다. 중세 이전부터 유럽 사람들은 보름달이 사람 안에 있는 사악함을 불러일으킨다고 여겼다. 이 때문에 사람이 달의 기운을 많이 받으면 미치게 된다고 믿었다. 서양에서는 마녀들이 어두운 기운이 가장 강한 보름달에 저주와 흑마술을 행했다는 전설이 일반적이다. 서양 공포영화나 공포문학작품에서 보름달을 배경으로 희생자를 찾아 헤매는 뱀파이어(흡혈귀)와 늑대인간이 자주 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나라별 보름달 이미지도 큰 차이가 있다. 특히 보름달을 바라보면 볼 수 있는 달 표면의 그림자 무늬인 ‘달의 바다(달 표면의 어두운 현무암 평지대)’와 관련해 수많은 신화가 존재한다. 한국에서는 보름달의 무늬를 통상 절구에서 방아를 찧은 옥토끼 이야기가 통용된다. 반면 북유라시아와 북아메리카, 일본의 오키나와(沖繩) 등에서는 보름달 무늬를 보고 달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이 물을 양동이에 긷는 모습이라고 상상했다. 또 인도네시아와 폴리네시아에서는 보름달 그림자 무늬를 달나라의 여인이 베를 짜는 모습으로 봤다.

달은 신화 속 사랑이야기로 연결되기도 한다. 중국 고대신화에는 아내가 남편을 두고 하늘로 가지 못해 지상과 가까운 달이 됐다는 월신 상아(嫦娥) 이야기가 전해진다. 반면 그리스 신화에서는 양치기 소년 엔디미온에 대해 사랑을 넘어 섬뜩할 정도의 집착과 광기를 보인 달의 여신 셀레나의 스토리가 유명하다.

황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