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으로 두지 마세요”…운전자 90%가 모르는 ‘치명적 설정’

“욕먹는 건 당신이 아니라 라이트입니다”…운전자 대부분이 틀리고 있는 ‘이 버튼’

야간 주행 중 상향등을 켠 것도 아닌데 맞은편 차량 운전자가 라이트로 항의하는 상황을 경험한 적이 있다면, 문제는 운전자의 조작이 아닌 차량 내부의 작은 다이얼일 수 있다.

운전석 좌측에 위치한 ‘0~3’ 숫자 조절 장치, 즉 수동식 헤드램프 레벨링 기능이 바로 그 원인이다. 이 기능을 알지 못해 전조등 각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고, 그 결과 상대 차량 운전자에게 ‘눈뽕’을 유발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전조등 각도는 차량 무게 배분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트렁크에 짐을 많이 싣거나 여러 명이 탑승하면 차량의 뒷부분이 내려가고, 전면이 위로 들리면서 헤드램프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각도를 향하게 된다.

이때 레벨링 다이얼이 ‘0’에 고정돼 있다면, 차량은 의도치 않게 상향등과 유사한 빛을 반대 차량에 쏘아 올리게 된다. 전문가들은 “특히 SUV나 RV 차량은 무게 변화에 따라 라이트 각도가 더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레벨링 조절 방식은 의외로 단순하지만 운전자의 직관과는 반대다. 숫자가 커질수록 전조등 각도는 아래로 내려간다. 일반적으로 1~2명 탑승 시에는 ‘0’, 3~4명 탑승 시에는 ‘1’, 만석 또는 트렁크 적재 상태라면 ‘2~3’을 선택해야 한다. 요약하면 차량이 뒤로 기울수록 숫자를 키우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라이트가 도로 표면을 정확히 비추며 반대편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하지 않게 된다.

운전자들은 흔히 “요즘 차는 자동 아니냐”고 생각하지만, 이는 절반만 맞는 말이다. 제네시스, 일부 수입차, HID나 LED 매트릭스 램프를 사용하는 고급 차종은 자동 레벨링 시스템을 탑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국내 판매량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국산 중형급 이하 모델, 렌터카, 택시 등 상당수 차량은 여전히 수동식 다이얼을 사용한다. 제조사의 원가 절감 때문이라는 인식과 달리, 기본 사양이어서 장착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문제는 단순히 눈부심에 그치지 않는다. 야간 운전 시 상대 차량의 시야를 방해하면 사고 위험이 크게 증가하며, 특히 고속도로 주행 중에는 치명적인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교통안전 전문가들은 “상향등 과다 사용 못지않게 레벨링 미조작이 실제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며 “주행 전 사이드미러 조정처럼 전조등 각도 설정도 기본 점검 항목에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헤드램프 레벨링 다이얼은 운전자 자신을 위한 기능이 아니다. 상대 운전자를 보호하고 도로 위 갈등을 줄이는 ‘매너 장치’에 가깝다. 다이얼 한 번만 돌려도 야간 교통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자신의 습관 하나가 타인의 안전을 지킨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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