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야말로 전기차 ‘풍년’이다. 다양한 완성차 제조사에서 매력적인 EV 신차를 선보이고 있다. 그런데, 한 가지 공통된 부분이 있다면 전기 SUV를 주력 상품으로 앞세웠다는 점이다. 전기 파워트레인과 넉넉한 거주공간의 결합을 통해 소비자 수요를 끌어내고 있다. 오늘 포스팅의 주인공은 프리미엄 브랜드의 7천만~8천만 원대 전기 SUV. 항목별 비교를 통해 각 모델의 장단점을 두루 살펴봤다.
글 강준기 기자(joonkik89@gmail.com)
사진 각 제조사
<비교 대상>
렉서스 RZ : 8,490만~9,300만 원
BMW iX3 : 8,260만 원
제네시스 GV70 일렉트리파이드 : 7,723만~9,116만 원
메르세데스-벤츠 EQB : 7,600만 원
*제외
메르세데스-벤츠 EQE SUV : 1억990만~1억2,850만 원
아우디 Q8 e-트론 : 9,835만~1억1,712만 원
볼보 C40 리차지 : 6,865만 원
폭스바겐 ID.4 : 5,690만~5,990만 원
전기차는 아직 내연기관차만큼 종류가 다양하지 않아, GLC, X3, NX처럼 ‘체급’을 맞추기 참 어렵다.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선 구매가격이 비슷하기 때문에 위 네 가지 차종을 골랐다. 아래 메르세데스-벤츠 EQE SUV와 아우디 Q8 e-트론은 9천만~1억 원이 넘어 비교 대상에서 제외했고, 볼보 C40 리차지는 6천만 원대로 저렴해 역시 제외했다.
Round① : 차체 크기 비교

먼저 ‘피지컬’ 비교부터. 저마다 앞서는 부분이 한 가지씩 있다. 차체 길이는 렉서스 RZ가 유일하게 4.8m대인 가운데 BMW iX3가 4,735㎜로 2위, 제네시스 GV70 전기차가 4,715㎜로 소폭 짧았다. 반면, 차체 너비는 GV70이 1,910㎜로 가장 넉넉했으며, RZ가 1,895㎜로 두 번째로 컸다. 또한, 차체 높이는 EQB가 1,700㎜로 가장 높았으며, iX3가 1,670㎜로 뒤를 이었다.




제원을 살펴보며 가장 놀랐던 부분은 위 네 차종 모두 공기저항계수가 상당히 낮다는 점이었다. 길이 4.6~4.8m대 중형 SUV급 체격을 지녔지만, 모두 Cd 0.28~0.29를 기록했다. 비슷한 체격의 내연기관 SUV가 통상 Cd 0.35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대단하다. 공기저항계수가 낮으면 주행거리와 전비를 높이는 데 유리하며, 공기저항계수 Cd 0.01를 줄이면 배터리 용량이 1.1㎾h 늘어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트렁크 용량도 제법 차이가 있다. 렉서스 RZ가 522L로 가장 넉넉했고, iX3 510L, GV70 EV 503L, EQB 465L 순이었다. 적재 공간의 실용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참고할만한 수치다.
Round② : 실내 공간 비교



다음은 인테리어 비교. 렉서스 RZ는 가장 나중에 나온 신차답게, 신선한 디자인을 갖췄다. 14인치 대형 터치 디스플레이를 센터페시아 중앙에 심고 유무선 애플 카플레이와 U+ 드라이브를 사용하는 최신 렉서스 커넥트 시스템을 갖췄다. 10개 스피커로 구성한 파나소닉 사운드 시스템과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편의장비 또한 담았다. 국내 소비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1열 통풍 시트를 기본으로 갖췄고, 운전석뿐 아니라 동반석까지 8방향 전동시트를 적용했다. 또한, 럭셔리 트림엔 울트라 스웨이드 시트를 적용해 고급감을 높였다. 전반적으로 렉서스답게 차분하면서도 한층 디지털화된 분위기를 뽐낸다.



BMW iX3는 일반 X3와 거의 동일한 실내를 갖췄다. 완벽한 운전자 중심의 공간을 자랑한다. 운전석 쪽으로 살짝 비튼 센터페시아와 두툼한 그립감 갖춘 스티어링 휠이 대표적이다. 계기판은 12.3인치 모니터, 중앙 디스플레이 역시 12.3인치이며, 운전대 중앙 엠블럼 테두리와 기어노브, 전원 스위치 등을 시원한 블루 컬러로 마감해 ‘전기차’란 점을 강조했다. 아쉽지만 1열 통풍시트는 없다.



제네시스 GV70 EV 역시 일반 GV70과 큰 차이 없는 디자인을 갖췄다. 다만, 소재가 꽤 다르다. 가령, 재활용 페트(PET) 원단을 천장에 씌웠다. 울 원단을 함유한 천연가죽 시트도 눈에 띈다. 14.5인치 중앙 디스플레이와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 다이얼 방식의 기어레버, 앞좌석 에르고 모션 시트 등 프리미엄 브랜드에 걸맞은 풍성한 장비가 들어갔다.



메르세데스-벤츠 EQB는 한층 젊은 감각을 앞세운다. 위 차종보다 ‘사이즈’는 살짝 작지만, 박스카 형태의 디자인을 통해 실내 공간을 널찍하게 확보했다. 2열 시트는 앞뒤로 140㎜ 슬라이딩할 수 있다. 계기판과 중앙 모니터를 가로로 길게 엮은 와이드 디스플레이와 항공기 터빈을 연상시키는 송풍구 디자인도 EQB의 핵심 매력이다. 3열 시트 옵션도 있어 최대 7명의 승객이 탈 수 있다. 1열 통풍 시트는 기본 모델엔 없으며 AMG 라인엔 들어갔다.
Round③ : 파워트레인 비교

다음은 파워트레인 비교. 우선 iX3만 제외하고 나머지 3개 차종은 앞뒤 차축에 전기 모터 하나씩 탑재한 듀얼 모터 AWD 구동계를 쓴다. 최고출력은 GV70 EV가 435마력으로 가장 강력하며, RZ도 300마력 넘는 고성능을 앞세웠다. iX3와 EQB는 각각 286, 225마력.

급속충전 전력은 제네시스가 가장 높다. 350㎾ 초고속 충전을 지원해, 배터리 잔량 10→80%까지 채우는데 18분이면 충분하다. RZ와 iX3는 150㎾로 30분 이내에 80% 충전이 가능하며, EQB는 100㎾로 전력은 낮지만, 배터리 용량이 작아 시간은 동일하다. 충전 방식은 위 네 차종 모두 DC콤보로 같다. 렉서스의 경우, UX 전기차는 차데모 방식을 사용했으나 RZ는 DC콤보를 지원해 편의성을 높였다.

서스펜션 구성은 RZ만 차이가 있다. 뒤 차축에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을 사용한다. 위시본은 새의 빗장뼈를 말하는데, 위시본 구조가 위아래로 자리한 방식이 더블 위시본이다. 조종 안정성이 뛰어나 주로 스포츠카의 앞 서스펜션으로 끼우는데, 렉서스는 이를 뒤쪽에 심었다. 뒷바퀴의 접지력과 안정성을 높여 핸들링 성능을 개선하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가장 궁금한 건 연비일 듯하다. 복합연비는 렉서스가 가장 앞선다. 유일하게 5㎞/㎾h 넘는 효율을 지녔다(5.4㎞/㎾h). 도심연비(5.8㎞/㎾h)와 고속도로 연비(4.9㎞/㎾h) 모두 위 네 가지 차종 중 으뜸이다. 하이브리드를 통해 쌓은 노하우가 전기차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번 비교 대상은 아니지만, 현대차 아이오닉 5 롱레인지 AWD 19인치 휠 모델의 복합연비가 5.3㎞/㎾h, 기아 EV6 롱레인지 AWD 19인치 휠 모델이 5.0㎞/㎾h로, RZ가 더 뛰어나다.


1회 충전 주행가능 거리는 GV70 19인치 휠 모델이 400㎞로 가장 길며, RZ가 377㎞로 2위, GV70 20인치 휠 모델이 373㎞로 뒤를 이었다. iX3와 EQB는 각각 344, 313㎞.
0→시속 100㎞ 가속 성능은 ‘딱’ 출력 순으로 빨랐다. GV70 EV가 4.2초로 폭발적인 가속 성능을 지녔고, RZ가 5.2초로 역시 뛰어난 성능을 갖췄다. iX3는 6.8초, EQB는 8.0초의 성능을 지녔다.
Round④ : 안전성 비교

가족용차로 접근하는 소비자는 안전성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렉서스 RZ는 1열 무릎 에어백(운전석 및 동반석), 센터 사이드 에어백, 커튼 에어백 등 총 9개 에어백을 갖췄다. 다이내믹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추적 어시스트, 긴급제동 보조, 능동형 주행 어시스트 등 최신 운전자 보조 시스템도 기본으로 담았다. 아직 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IIHS) 충돌테스트 결과는 없지만, 같은 플랫폼을 사용하는 토요타 bZ4X는 스몰 오버랩뿐 아니라 최근 강화된 측면 충돌테스트까지 최고등급을 받았다.

iX3도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보행자 및 자전거 접근 경고, 차선유지 보조, 후방 충돌 경고 등으로 구성한 ‘드라이빙 어시스턴트’가 기본으로 들어갔다. IIHS 충돌테스트 성적은 X3 기준 ‘탑 세이프티 픽 플러스’ 최고등급으로, 튼튼한 골격을 갖췄다. 다만, 에어백 개수는 6개로 RZ보단 적다.

GV70 EV 역시 풍성한 사양을 갖췄다.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과 다중 충돌방지 자동 제동, 보행자와 자전거, 교차로 대항차까지 감지하는 전방 충돌방지 보조, 차로유지 보조 등 다양한 안전기술을 기본으로 갖췄다. 에어백은 8개로, 운전석 무릎 에어백과 앞좌석 센터 사이드 에어백까지 갖췄다. RZ와의 차이는 동반석 무릎 에어백의 유무.

EQB도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를 기본으로 탑재했다. 액티브 디스턴스 어시스트 디스트로닉(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도로에 설치된 속도 제한 표지판을 인식해 자동으로 속도를 조절하는 액티브 속도 제한 어시스트, 액티브 사각지대 어시스트 등으로 구성했다. 에어백 개수는 7개로, 운전석 무릎 에어백은 갖췄지만 동반석 무릎 에어백과 센터 사이드 에어백은 없다.
Round⑤ : 보증기간 및 유지비용 비교

전기차는 고전압 배터리 보증기간도 살펴보는 게 좋다. 가장 넉넉한 기간을 제공하는 제조사는 렉서스와 제네시스. 10년/20만㎞(선도래 기준)의 보증기간을 갖췄으며, BMW와 메르세데스-벤츠는 8년/16만㎞로 상대적으로 기간이 짧다. 일반보증의 경우, 제네시스가 5년/10만㎞로 가장 넉넉한 가운데, 렉서스가 4년/10만㎞로 수입 제조사 중 보증기간이 길다. 그 다음, 메르세데스-벤츠가 3년/10만㎞, BMW는 차체 및 일반부품 보증과 동력전달계통에 차이를 뒀다.
*충전비용 비교(연간 1만5,000㎞ 주행, 복합연비 기준)

전기차의 핵심은 역시 경제성이다. 연간 1만5,000㎞ 운행하는 일반 운전자를 기준으로, 각 차종의 복합연비를 대입해 연간 충전비용을 계산했다. 렉서스 RZ가 가장 경제적이다. 1㎾h당 200원의 완속충전기를 이용하면 55만5,000원, 한국전력의 급속충전기(324.4원/㎾h)를 이용하면 연간 90만1,000원이 들어간다. 복합연비 10.8㎞/L의 2,000cc 자동차가 연간 220만 원의 유류비(휘발유 1,593원/L 기준)가 발생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저렴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두 번째로 연비가 좋은 제네시스 GV70 EV는 완속충전 기준으로 연간 65만2,000원이 나왔으며, 급속충전 기준으론 105만7,000원이 발생했다. BMW iX3와 메르세데스-벤츠 EQB는 복합연비가 4.1㎞/㎾h로 동일해, 연간 73만1,000~118만6,000원의 충전비용이 필요하다.
*차 가격

마지막은 가격 비교. 위 네 차종의 실질적인 구매가는 8,000만 원대로 비슷하다. 차의 크기와 전기 모터의 최고출력, 연비와 주행거리, 보증기간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가장 합리적인 건 RZ와 GV70 EV다. iX3의 경우, 8,260만 원짜리 M 스포츠 패키지 단일 트림으로 나오며 280마력 대 싱글 모터 사양인 점을 감안하면 저렴하진 않다. EQB의 경우, 기본 모델인 EQB 300 4매틱은 7,600만 원부터 시작하며, AMG 라인에 넣을 수 있는 모든 옵션을 더하면 8,600만 원대로 치솟는다.
국비 보조금은 RZ가 370만 원으로 가장 많고, GV70이 337만 원, iX3가 293만 원, EQB가 29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총평

이번 전기차 비교 무대의 승자는 두 가지로 추렸다. 렉서스 RZ와 제네시스 GV70 일렉트리파이드. RZ는 밸런스가 돋보였다. 가장 넉넉한 차체 크기와 14인치 대형 디스플레이, 1열 통풍 시트 및 동반석까지 적용한 8방향 전동시트, 그리고 네 차종 중 가장 뛰어난 연비와 경제성을 앞세웠다. 여기에 10년/20만㎞의 고전압 배터리 보증기간도 좋다.

제네시스 GV70 일렉트리파이드는 네 차종 중 가장 강력한 400마력 대 출력을 지녔다. 여기에 350㎾급 초고속 충전 능력과 19인치 휠 기준 400㎞ 주행거리, 렉서스와 같은 10년/20만㎞의 고전압 배터리 보증기간도 눈에 띈다. 과연 8천만 원대 프리미엄 전기 SUV 시장의 주도권은 누가 움켜쥘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