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포커스] 영화 보듯, 내가 뛰듯… 중계 혁명에 스포츠 팬 열광

눈앞으로 공이 빠르게 지나간다. 공을 쫓는 양 팀 선수들이 TV 화면 밖에서 갑자기 등장하고, 또 순식간에 사라진다. 그 뒤를 쫓아가는 카메라의 격한 흔들림. 마치 시청자도 가쁘게 숨을 몰아쉬며 축구장에서 달리고 있는 듯한 화면이 TV로 중계된다.
미국에서 진행 중인 2025 FIFA(국제축구연맹) 클럽 월드컵 경기 중계를 보면 느낄 수 있는 경험이다. 일명 ‘레프리스 뷰(referee’s view·심판 시점)’ 혹은 ‘레프리 보디 캠(body cam)’. 주심이 짧은 막대 같은 초소형 카메라를 귓바퀴에 고정해 걸고, 심판의 시점으로 보는 선수들의 플레이가 화면으로 중계된다. 축구 팬들 사이에서 “선수들의 플레이 속도가 이렇게 빠른 줄 몰랐다” “경기 보는 재미가 늘었다”며 호평이 나온다.

최근 스포츠 중계의 새로운 실험이 늘고 있다. 심판에게 카메라를 채운 FIFA 클럽 월드컵부터 프로야구 중계를 영화 장면처럼 연출하거나 3D 기술을 활용한 NBA(미 프로농구) ‘코트 뷰’ 중계 등 다양하다. 단순히 경기 상황을 전하는 것을 넘어 경기장 안에서 선수들과 함께 뛰는 것 같은 생동감과 몰입감을 더욱 높이려는 시도들이다.
◇‘레프리 캠’, FIFA 주관 대회서 첫선
이번 클럽 월드컵은 FIFA가 처음으로 심판의 몸에 중계용 카메라를 부착한 국제 대회다. 이전에 EPL(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독일 분데스리가 등에서 일회성으로 시범 운영된 적이 있다. 클럽 월드컵 흥행에 사활을 건 FIFA가 새로운 중계 방식으로 팬들의 관심을 끌겠다는 취지다.

FIFA는 클럽 월드컵을 월드컵에 버금가는 메이저 대회로 키우겠다는 포부로 참가 팀을 32팀으로 늘리고, 대회 주기도 4년으로 늘렸다. 그 첫 출발이 이번 대회다. 하지만 유럽 축구 비(非)시즌에 치러지는 만큼 유럽 팬들 관심도가 떨어질 거란 우려가 많았다. 이에 FIFA는 주요 경기를 유럽 ‘황금 시간대’에 맞춰 편성했다. 동시에 시청의 재미를 더하기 위해 중계 방송용 카메라에 레프리 캠을 추가했다.
FIFA는 클럽 월드컵에서 수집한 새로운 중계 화면을 향후 심판 교육에도 활용할 계획이다. 반칙 판정뿐만 아니라 상황별 주심 위치 선정, 항의하는 선수를 대하는 요령 등에 대한 교재로 쓰겠다는 구상이다. 또, 이번 대회에서 성과에 따라 내년 열리는 북중미 월드컵에도 도입할지 정할 방침이다.

◇영화학도가 만드는 MLB ‘시네마 중계’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선 뉴욕 메츠 홈경기를 담당하는 지역 방송국 SNY의 ‘영화 같은 중계’가 인기다. SNY의 카메라 감독 존 드마르시코는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 출신 영화학도다. 야구 중계에 영화 연출 기법을 도입했다. 메츠 마무리 투수 에드윈 디아즈의 등장 장면이 대표적. 웅장한 트럼펫 연주를 배경음으로 외야 불펜에서 마운드까지 뛰어가는 디아즈의 뒤를 카메라가 함께 따라간다. 불펜에 있을 땐 흑백이던 화면이 투수가 그라운드에 들어서면서 컬러로 전환된다. 컬러 영화 초기 대표작인 ‘오즈의 마법사’의 유명한 흑백-컬러 변환 연출을 오마주한 것이다. 이런 연출은 야구 팬뿐만 아니라 ‘영화광’들로부터도 열광적인 지지를 받는다.
드마르시코는 야구 중계에 쿠엔틴 타란티노, 마틴 스코세이지, 브라이언 드 팔마 등 유명 영화감독의 연출도 참고한다. ‘총잡이’들이 대결하는 서부영화 같은 연출로 투수와 타자 사이의 긴장감을 강조하기도 한다. 투수 얼굴을 줌인(확대)한 뒤 흐리게 처리해 포수와 대치되도록 한 장면은 고전 영화 ‘석양의 무법자’를 연상시킨다.
이색 중계 시도는 이뿐만 아니다. ESPN은 NBA(미 프로농구)에선 실제 경기 장면을 실시간으로 3D 가상현실로 재구성해 중계에 내보낸다. 방금 일어난 상황을 곧바로 비디오 게임에서 다시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을 준다. NHL(북미아이스하키리그)에선 디즈니와 협업해 실제 경기를 애니메이션 ‘빅 시티 그린’ 캐릭터가 등장하는 ‘만화 버전’ 중계로 따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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