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봐라, 우리도 한국처럼 된다"…저출산 경고 세계가 주목하는 이유
"출산율 0.72명 한국, 세계에 일어날 일 미리 보여줘" 평가도
지난해 합계 출산율이 0.72명까지 하락하면서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진 가운데,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국가들이 저출산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13일 미국 경제 매체 셔우드미디어는 "왜 사람들이 아기를 갖지 않을까?"(Why aren't people having babies?)에서 전 세계적인 저출산 문제를 다뤘다.
현재 전 세계적인 저출산 현상은 미국에서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베이비 붐으로 18년 동안 7600만명에 달하는 신생아가 태어나면서 인구과잉에 대한 공포가 확산될 때와는 딴판이다. 1968년 폴 에얼릭 스탠포드대 교수는 '인구 폭탄'이라는 저서를 발표하며 인구과밀이 기근, 환경오염, 생태재앙, 심지어 사회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종말론적 결말을 경고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재 세계는 에얼릭 교수가 예상했던 인구 폭탄은 터지지 않았고 대신 선진국 대부분의 출산율이 급감하는 등 저출산이라는 반대 상황에 놓여있다.
글로벌 합계출산율은 2.25명으로 하락
유엔이 발표한 '세계인구전망 2024'에 따르면 2023년 글로벌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은 2.25명으로 1970년 이후 50% 넘게 감소했다. 인구가 현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대체 출산율'인 약 2.1명을 가까스로 넘긴 수준이다.
세계 합계출산율 추이를 보면 한국, 중국, 일본, 미국, 인도, 유럽 모두 출산율이 2.1명을 하회하고 있다. 그래도 세계 합계출산율이 2.1명을 넘는 건 나이지리아(6.06명), 앙골라(5.12명) 등 높은 출산율을 유지하는 아프리카, 특히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영향이다.
유엔 보고서는 현재 전체 여성이 평균적으로 출산하는 출생아 수는 1990년 무렵보다 한 명 줄었다고 밝혔다. 또 현재 82억명 수준인 전 세계 인구가 2080년대 중반 103억명으로 정점을 찍고 나서 점진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도 출산율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2007년 이후 미국의 출산율은 2.1명을 하회하기 시작했으며 2023년 1.62명을 기록했다. 사회적 변화가 미국인의 자녀 출산에 대한 성향에 미친 영향이 큰데, 1970년대 이후 미국에서는 여성 해방, 교육 평등, 피임에 대한 접근성이 향상됐으며 일하는 여성이 증가함으로써 출산으로 인한 개인의 재정적 손실이 커졌다.
인구통계학자인 니콜라스 에버스태트 미국 기업연구소(AEI) 석좌가 올해 11/12월호 포린 어페어즈(Foreign Affairs)에 게재한 '인구감소의 시대'(The Age of Depopulation)에서 미국의 인구 상황을 논한 부분도 재밌다. 그는 미국이 선진국 중 특이값(outlier)으로서 비교적 높은 출산율과 끊임없는 이민자의 유입으로 '미국의 인구적인 예외주의'(American demographic exceptionalism)가 존재했다고 풀이했다. 미국 예외주의는 미국이 다른 국가와 구별되는 특별함을 갖고 있다는 생각을 뜻한다.
그는 이제 미국도 인구감소를 피할 수 없는 상태라며 지난해 미국 통계국이 2080년 무렵 미국 인구가 정점을 찍고 하락 전환할 것으로 전망했다고 말했다.
출산율 하락추세가 심화되는 유럽·아시아 지역
유럽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지난해 출산율이 1.2명으로 하락하자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출산율을 높이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10월 초 영국 통계국은 50년 만에 처음으로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추월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영국의 출산율은 1.56명으로 하락했다.
출산 장려 정책의 모범생으로 여겨졌던 북유럽 국가에서도 출산율이 하락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더 나은 육아휴직, 강력한 복지 서비스 및 보육 지원을 통해, '북유럽 모델'로 불린 사회 정책 시스템을 만들어왔으며 이 같은 정책으로 지난 1990년대 초 스웨덴의 출산율이 급등한 바 있다.
하지만 이들 역시 최근 들어 출산율 하락에 직면하며 지난해 노르웨이의 출산율은 1.4명, 스웨덴은 1.43명, 핀란드는 1.28명으로 떨어졌다.
출산율 하락의 놀라운 점은 언어, 문화, 지역에 구애받지 않고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인데, 가장 심각한 건 아시아 지역, 그 중에서도 한국이다. 2023년 중국의 출산율은 0.99명, 싱가포르는 0.94명, 일본은 1.21명으로 하락했다. 한국은 지난해 0.72명으로 세계 최저다.
해외 매체에서 출산율을 다룰 때 꼭 언급하는 내용이 한국의 극단적으로 낮은 출산율이다. 셔우드미디어는 천문학적인 주거비용,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악의 성별 임금 격차 및 반(反)결혼 문화 확산으로 2100년까지 한국 인구가 절반으로 줄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니콜라스 에버스태트 석좌도 유엔 인구국(UNPD)을 인용해, 2021년부터 동아시아 지역 전체가 인구 감소 국면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그는 2023년 일본 출산율은 '대체 출산율'보다 40%, 중국은 50% 이상, 그리고 한국은 65% 낮다고 덧붙였다.
"한국 인구감소가 세계에 일어날 일을 미리 보여줄 것"
전 세계에서 출산율이 하락하는 원인은 뭘까. 주요 원인 중 하나는 개인적, 정치적, 심지어 환경적 이유로 아이를 낳지 않는 생활 방식을 추구하는 사람이 늘어난 데 있다.
지난 7월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가 발표한 미국 18~49세 대상 여론조사에 따르면 자녀를 가질 생각이 없는 주요 이유로 '그냥 원하지 않아서'가 57%로 1위를 차지했다. 그 다음으로는 '다른 일에 집중하고 싶어서'가 44%, '세계 상황에 대한 우려'가 38%, '자녀 양육을 감당할 수 없어서'가 36%를 기록했다. 또 '적절한 파트너를 찾지 못해서'는 24%, '아이를 좋아하지 않아서'는 20%로 집계됐다.
특히 21세기에 진입한 이후 대다수 선진국에서 출산이 가지는 의미가 달라졌다. 지난 1월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와의 인터뷰에서 핀란드 인구학자인 안나 로트키르히가 정부의 출산 장려책에도 불구하고 많은 북유럽 성인들이 출산을 선택하지 않는 이유를 말한 부분이 의미심장하다. 그는 "대부분의 사회에서 아이를 갖는 것은 성인기의 '주춧돌'(cornerstone)이었다. 이제 그것은 다른 모든 것을 이미 가지고 있을 때 갖는, 즉 마지막에 놓는 '머릿돌'(capstone)이 됐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니콜라스 에버스태트 석좌의 "한국이 한 세대만 지나면 인구 감소 사회에 대한 놀라운 비전을 제공할 것"이라는 발언은 우리가 유의해야 할 부분이다. 그는 "한국의 현재 출산율 추세가 지속된다면 한국의 인구는 매년 3% 이상 감소해서 1세기 동안 95%가 급감할 것"이며 "향후 한국에서 일어날 일이 나머지 세계에서 일어날 일을 미리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현 전문위원 zorba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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