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5위 기름 수출국 한국, 전쟁이 생각보다 길어질 때 생기는 일"

한국 석유산업의 경쟁력

“이번 사태는 3차 오일 충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1·2차 오일쇼크 때 영향을 받은 세계 공급량이 9% 수준이었는데, 호르무즈를 통과하는 물량은 글로벌 공급의 20%에 달합니다.”

14일 공개된 ‘이기자의 취재수첩’에 출연한 에너지경제연구원 김태환 실장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한 영향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최근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전쟁 발발 후 브렌트유는 약 47%, 미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약 51% 올랐다.

◇유가 올라가면 가계·산업·거시경제 전반 타격

이란 전쟁으로 촉발된 국제 유가 급등은 에너지를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에 치명적이다. 김 실장은 이를 ‘공급 발 충격’으로 규정했다. 김 실장은 “석유 수요는 안정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우리가 가끔 경험하는 유가 폭등은 거의 다 공급 충격에서 비롯된다”며 “1970년대 1·2차 오일쇼크, 1990년 이라크 전쟁,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번 미국·이란 전쟁이 그 사례”라고 말했다.

김태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실장. /취재수첩 캡처

파급 효과는 광범위하다. 가계는 기름값이 올라 가처분 소득이 줄고, 산업계는 물류비와 자재비가 오른다. 거시경제적으로는 환율과 금리가 불안해진다. 특히 이번 사태는 규모 면에서 기존 오일쇼크를 능가한다.

주유소 기름값이 결정되는 구조도 짚었다. 그는 “석유 제품은 전기·가스와 달리 사적 재화”라며 “전기·가스 가격은 정부가 결정하지만 석유 가격은 시장이 결정한다. 정유사가 산유국에서 원유를 계약·선적·정제해 주유소까지 공급하는 데 3~4주가 걸리고, 재고 변수까지 감안하면 국제 제품 가격이 정유사 가격에 1~2주, 정유사 가격이 주유소 가격에 1~2주 시차를 두고 반영된다”고 말했다. 최종 가격은 원유 도입 비용에 유류세·관세·석유수입부과금 등 세금과 마진이 더해진 구조다.

아랍에미리트(UAE)의 석유수출국기구(OPEC) 탈퇴에 대해서는 카르텔의 구조적 한계를 먼저 짚었다. 그는 “UAE는 과거부터 사우디 주도 감산 체제에 불만이 많았고, 이번 탈퇴는 그 불만이 누적돼 터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호르무즈가 막힌 지금 당장의 영향은 제한적이다. OPEC이 증산을 해도 시장에 물량이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유가가 무한정 내려가지는 않는다. 미국 셰일 업체들의 한계 비용 수준까지 내려가면 멈출 것이다. 우리 입장에서 UAE의 OPEC 탈퇴는 나쁜 뉴스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세계 5위 정제 능력… 미국·호주도 한국 기름 사 간다

한국은 세계 5위 정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산유국인 미국과 호주에서도 한국 기름을 사 간다. 석유제품 수출도 세계 5위 수준이다. 그 배경은 1973년 박정희 정부의 중화학공업 육성 정책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부는 내수 물량을 훌쩍 뛰어넘는 대규모 설비를 짓고 석유화학·수출까지 연계한 산업으로 키웠습니다. 1980~1990년대 중국·인도 등 아시아 신흥국 성장으로 석유 수요가 급증하면서 호황기를 보냈고, 그 돈으로 설비를 더 고도화·확장해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그 결과 한국은 원유 100을 수입해 60을 석유제품으로 수출하는 나라가 됐다. 2025년 기준 석유제품 수출액은 407억달러로 원유 도입액(684억달러)의 59.5%를 회수하는 구조다. 수출 상대국을 보면 호주(16.8%), 싱가포르(13.6%), 일본(11.3%), 미국(10.2%), 중국(9.2%) 순이다.

이런 경쟁력 덕분에 이란 사태 때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 상한제’라는 이례적 극약처방을 시행할 수 있었다. 김 실장은 “우리가 필요한 수요를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다면 상한제는 해서도 안 됐고 할 수도 없었다”며 “정유 산업 규모가 내수의 20~30%에 그치는 필리핀·미얀마 같은 나라들은 배급제나 주 4일제 같은 물리적 수요 감축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한국의 원유 중동 의존도가 70%에 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 에너지 안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전기차 등 탄소 중립 시대, 석유 산업은 어떻게 될까? 더 자세한 이야기는 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혜운 객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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