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 미니 장기 ‘오가노이드’, 개인 맞춤형 의료 진보시키나

- 줄기세포로 만든 미니 장기 ‘오가노이드’, 세포 단위 실시간 변화 관찰 기술 개발
- 질병 발생 및 약물 반응 과정 관찰 가능, 개인 맞춤형 치료에도 기여

‘오가노이드(Organoid)’는 인체 내 장기의 구조와 기능을 모사한 세포 집합체를 말한다. 즉, 3차원으로 구현된 ‘미니 장기’인 셈이다. 의학 및 제약 분야 연구에 있어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며, 다양한 질병 연구와 신약 개발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카이스트 연구팀이 기존 이미징 기술의 한계를 극복한 새로운 기술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살아있는 오가노이드’의 실시간 동적인 변화를 고해상도로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

Designed by Freepik (https://www.freepik.com/)

인위적으로 만든 미니 장기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 또는 전분화세포로부터 유도해낸 ‘모사 장기’다. 장기 유사체, 또는 미니 장기로도 불린다. 체내 장기의 자연적인 생리 구조 및 기능을 재현할 수 있다. 특정 장기에 생기는 질병의 발생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약물 테스트를 하는 데 사용되기도 하고, 장기 또는 조직이 손상됐을 때 이를 대체할 방법이 있는지를 연구하는 데 활용되기도 한다.

또한, ‘개인 맞춤형 의료’가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는 요즘, 환자 본인의 세포로 만든 오가노이드를 바탕으로 맞춤형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도 유용할 것으로도 여겨지고 있다. 구조 및 기능 면에서 실제 장기와 유사하기 때문에, 생물학과 의학, 약학 등 연구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홀로토모그래피를 이용하여 오가노이드의 3차원 형태 복원 및 정량적 분석을 할 수 있다. / 출처 : 카이스트 연구뉴스

홀로토모그래피, 비파괴적 이미징 기술

카이스트 물리학과 박용근 교수 연구팀은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 연구팀 및 (주)토모큐브의 협력으로 오가노이드를 관찰할 수 있는 새로운 이미징 기술을 개발했다. ‘홀로토모그래피(holo-tomography)’ 기술을 활용, 살아있는 소장 오가노이드를 높은 해상도로 실시간 관찰할 수 있는 기술이다.

홀로토모그래피는 빛의 간섭 패턴을 이용하는 홀로그래피(holography) 기술과, 물체의 단면 이미지를 여러 각도에서 촬영한 다음 이를 바탕으로 3차원 구조를 재구성하는 토모그래피(tomography) 기술을 결합한 것이다. 두 기술의 특성을 활용해 대상의 3차원 정보를 획득하는 방식이다. 물질 비파괴 검사(NDT)와 유사한 원리를 사용하는 비파괴적 이미징 기술로, 생물학 샘플 또는 미세 구조를 분석하기 위해 사용한다.

홀로토모그래피는 미세한 구조까지 세밀하게 관찰할 수 있는 데다가, 샘플을 파괴하지 않는 특성이 있어 세포의 내부 구조 또는 조직의 특성을 분석하기에 알맞다. 게다가 샘플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기 때문에, 생물의 동적인 과정을 연구하는 데도 적합하다.

장기간에 걸친 실시간 고해상도 이미징

기존의 이미징 기술들은 살아있는 오가노이드를 장기간 고해상도로 관찰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예를 들어, 형광 현미경을 사용하는 방법은 지속적인 관찰을 위해서는 형광 염색 등의 추가 처리를 필요로 한다. 이는 세포에 스트레스를 주거나 독성 반응을 일으킬 수 있어, 오랜 기간에 걸친 관찰에 한계가 있다.

한편, 2차원 평면 이미징 기술로는 3D 구조를 정확하게 재현하기 어려우므로 오가노이드의 내부 구조를 명확하게 관찰하기 어렵다. 게다가 조직 샘플이 두꺼울 경우, 빛이 산란될 수 있어 이미지 해상도가 저하될 우려도 있다. 세포 분열 등의 동적 변화를 실시간 관찰하는 것도 어려웠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홀로토모그래피 기술을 도입했다. 염색 등의 처리가 필요하지 않으므로 샘플에 손상이 가해지지 않고, 3D 기반의 고해상도의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는 데다가 실시간 동적 변화를 오랫동안 관찰할 수 있다는 특징을 활용하고자 한 것이다.

연구팀은 실험용 쥐의 소장 오가노이드를 이용해 새로운 기술을 검증했다. 그 결과 오가노이드 내부의 다양한 세포 구조를  세밀하게 관찰할 수 있었다. 오가노이드의 성장 과정, 세포 분열,  세포 사멸 등의 동적 변화도 실시간으로 포착할 수 있었다. 또한, 약물 처리에 따른 오가노이드의 반응을 정밀하게 분석함으로써 세포의 생존 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다.

홀로토모그래피를 이용하여 기존의 현미경으로 보기 어려웠던 장 오가노이드의 내강 및 융모 발달과정을 실시간으로 관찰가능하다. / 출처 : 카이스트 연구뉴스

개인 맞춤형 의료와 재생의학에도 기여할 것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신약 개발, 맞춤형 치료, 재생의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오가노이드의 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비파괴적으로 3D 이미지를 구현할 수 있으므로 오가노이드에 손상이 가해지지 않고 생체 내 환경을 더 정교하게 재현할 수 있다.

오가노이드의 복잡한 구조와 기능을 세포 단위에서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정밀한 확인과 분석이 가능해진다. 이는 질병이 어떻게 발생하고 진행되는지 그 기전을 명확히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며, 나아가 특정 약물을 사용했을 때 그 성분이 어떤 식으로 작용하는지를 더욱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게 할 것이다.

한편, 환자의 세포를 기반으로 제작한 오가노이드를 홀로토모그래피 기술로 관찰할 수 있게 되면, 개인의 생리적 특성 및 약물 반응 등을 반영한 맞춤형 치료법 개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손상된 장기나 체내 조직을 대체하는 재생의학 연구에서도 중요한 기초 자료가 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생명과학의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으며, 지난 1일(화) 국제 학술지 「Experimental & Molecular Medicine」에 온라인 게재됐다.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이만재 박사(좌), 물리학과 박용근 교수(우)

Copyright © 본 콘텐츠는 카카오 운영지침을 준수하며, 저작권법에 따른 보호를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