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이동하면 '전환지원금 50만원' 시행됐지만…SKT·KT·LGU+ “당장은 어렵다”
이동통신사를 변경하는 번호이동을 하는 소비자가 위약금과 심(SIM), 장기가입혜택 상실비용 등 최대 50만원의 전환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14일부터 시행됐다. 다만 아직 유통점에선 이렇다 할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고 있으며, 통신사들도 당장 전환지원금을 지급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지난 13일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단통법)의 시행령을 개정하고 ‘이동통신사업자 변경 시 번호이동 전환지원금 지급 기준’ 제정안 및 ‘지원금 공시 및 게시 방법 등에 관한 세부기준’ 개정안을 의결했다.
방통위는 이통사의 지원금 경쟁 활성화를 위해 전환지원금을 최대 50만원까지 지원한다는 기준을 마련했다. 가령 고객이 SK텔레콤(SKT)에서 KT로 번호이동할 경우 고객을 유치하게 되는 KT가 현행 공시지원금, 추가지원금에 더해 전환지원금을 해당 판매점이나 대리점에 지급한다. 이 돈이 KT로 번호이동을 하는 고객에게 지원되는 방식이다. 통신사는 이날(14일)부터 이용자의 기대수익, 위약금, 심(SIM) 카드 발급 비용, 장기가입혜택 상실비용 등을 고려해 전환지원금을 자율적으로 지급할 수 있다.
다만 통신사들은 시일이 촉박해 전산시스템이 준비되지 않았으며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단 입장이다. 유통점 일선에서도 이렇다 할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이 번호이동을 하더라도 당장 전환지원금을 받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실무를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라며 “전산을 정비하는 것도 주요 요인이지만 요금 청구, 고객 응대 프로세스, 가입 절차 등 다양한 부분들을 연동시켜야 하고 마케팅 비용 등 내부적으로 많은 의사결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당장 언제 시행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라며 “정부가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어서 방통위도 조급하게 추진하는 감이 있어 아쉽다”고 덧붙였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 관계자는 “제도가 오늘부터 시행되는데, 일선에서 조사해본 결과 현재 움직임이 전혀 없는 상태”라며 “일반적으로 이런 제도가 시행되면 통신사에서는 영업단에 2~3일 전부터 교육을 시작하는데 이런 움직임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통사의 공지가 있어야 고객에게 전환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는데 현재 아무런 공지가 없다”며 “유통 현장에는 언론보도를 본 고객들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고 오후가 되면 고객들이 내방할텐데 어떻게 응대해야 할지 막막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선 전환지원금 개정안의 실제 시행이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일인 4월10일을 넘기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총선의 결과에 따라 통신 정책의 방향성도 상이해질 것으로 예상는 만큼 통신사들이 섣부르게 움직이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통신사들은 전산 시스템 마련에 약 3개월 가량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얘기하는데 이 또한 총선을 고려한 것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KMDA 관계자는 “시행안이 조급하게 시행되면서 시간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통신사가 전산 개발을 이유로 3개월이 걸린다고 하는데 그 기간 동안에도 수기 작성과 비슷한 방식의 임시 방편이 있음에도 하지 않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3개월이면 총선 끝나고 끝나고 국회의원들이 자리 잡아서 의정 활동하는 데까지의 시기를 상정한 듯 하다”라며 “단통법 폐지에 대해 여야가 부딪히니까 (상황이 달라졌을 때)차라리 보완 쪽으로 가자는 분위기를 만드려는 게 아닌가 싶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방통위는 제도가 곧바로 시행되는 만큼 전환지원금 지급에 따른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시장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신속하게 조치하기 위해 시장상황점검반(반장 방통위 시장조사심의관)을 방통위, 이동통신 3사,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등으로 구성·운영할 예정이다.
김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