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견제 방해된다" AI 규제 멈춘 트럼프 [사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인공지능(AI) 모델 출시 전 정부의 사전 검증을 받도록 하는 내용의 행정명령 서명을 연기했다. 트럼프는 "(AI에서) 우리가 중국을 앞서고 있는데, 그 우위를 방해하는 어떤 일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AI를 규제하면 기술 패권 전쟁에서 중국에 뒤질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이다.
실제로 중국의 추격은 놀랍다. 미국 스탠퍼드대의 '2026년 AI 인덱스 리포트'에 따르면 미·중 양국의 최고 AI 모델은 거의 동률로 평가됐다. 각각 1503점과 1464점을 받았으니, 격차가 39점(2.7%)에 불과했다. 그뿐만 아니라 중국은 세계 AI 특허 출원의 69%, 학술 논문의 23%를 차지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첨단 AI 모델을 사전 검증한다면, 혁신에 장애가 될 게 뻔하다.
당초 행정명령은 AI발 사이버 공격을 막으려는 취지였다. 그러나 미국 기업만 사전 검증에 묶인 사이 중국이 더 강력한 모델을 손에 쥔다면, 안보 위협은 오히려 커진다. AI가 군사·보안 분야의 핵심 수단으로 부상한 시대에, AI 경쟁에서 밀리는 것 자체가 중대한 안보 위협이다. 혁신과 안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는 셈이다.
미국만 규제를 늦추는 게 아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도 최근 고위험 AI에 대한 규제 시점을 올해 8월에서 2027년 12월로 연기했다. 산업계의 경쟁력 약화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반면 한국은 거꾸로다. 'AI 기본법'이 올해 1월 세계 최초로 전면 시행됐다. 그러나 모호하고 포괄적인 규제로 혁신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위험 관리 방안과 이용자 보호 방안을 수립해야 하는 고영향 AI의 개념부터가 모호하다.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98%가 대응 체계를 갖추지 못한 상황이라고 답했다. 한국이 규제로 AI 혁신을 막는다면, 미국은 물론이고 중국 AI에 종속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는 안보와 안전, 혁신을 모두 잃는 최악이다. 혁신 장려야말로 최고의 안보·안전 대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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