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리 통증은 많은 사람이 가장 흔하게 겪는 불편이다. 오래 앉아 있었기 때문이거나, 잠버릇이 나빠서, 혹은 나이가 들어서라고 넘기기 쉽다. 그런데 최근 대규모 의료 기록 분석은, 이런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한다. 허리가 자주 아픈 사람일수록 체중이라는 변수가 일관되게 작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체중이 늘수록 허리 통증도 늘어난다
이번 연구는 특정 질환이나 소수 사례가 아니라, 실제 진료 현장에서 축적된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했다. 그만큼 ‘경향’이 분명했다.
11만 명의 의료 기록을 분석하다
미국 보스턴대학교 차바니안·아베디시안 의대 연구팀은 컴퓨터 기반 분석을 통해, 1년 동안 보스턴 메디컬센터 외래를 방문한 18세 이상 환자 11만 명 이상의 의료 기록을 살폈다. 분석 항목에는 나이, 출생 시 성별, 키, 체중, 체질량지수(BMI), 그리고 진료 당시 허리 통증을 호소했는지가 포함됐다.
BMI가 오를수록 통증 호소 비율도 상승
분석 결과, 허리 통증을 보고한 환자의 비율은 BMI 18 수준의 낮은 체중 구간부터 BMI 35에 해당하는 비만 구간까지, BMI가 증가할수록 함께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BMI 18~35 범위에서는 BMI가 1단위 증가할 때마다 허리 통증을 호소하는 비율이 약 7%씩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BMI 1단위 증가는 체중 약 4~5kg 증가에 해당한다.

고도비만 구간에서 멈춘 증가세
흥미로운 점은 BMI 35를 넘는 고도비만 구간에서는 허리 통증 유병률이 더 이상 증가하지 않고 일정 수준을 유지했다는 것이다. 이는 체중 증가와 통증 사이의 관계가 단순한 직선이 아니라, 일정 수준 이후에는 다른 요인들이 함께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진의 해석
연구팀은 “체질량지수가 높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허리 통증을 겪는 것은 아니지만, 허리 통증을 호소할 가능성은 분명히 증가한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보스턴 메디컬센터 통증의학과장이기도 한 퍼로프 박사는 “건강한 체중이나 체질량지수를 유지하는 것이 허리 통증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결과는 국제학술지 Pain Medicine에 게재됐다.
왜 체중은 허리로 먼저 신호를 보낼까?
체중 증가가 허리 통증으로 이어지는 이유는 단순히 ‘무거워서’가 아니다. 구조적인 부담과 생리적 변화가 동시에 겹친 결과다.

허리는 상체 하중을 지탱하는 중심축이다. 체중이 늘어나면 척추와 추간판, 주변 근육과 인대에 가해지는 압력이 커진다. 특히 복부 지방이 늘면 몸의 무게 중심이 앞으로 이동하면서 요추 전만이 과도해지고, 이로 인해 허리 근육이 지속적으로 긴장 상태에 놓인다. 통증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지방 조직은 ‘무게’ 이상의 역할을 한다
체지방은 단순한 저장 조직이 아니다. 염증 반응을 유도하는 물질을 분비해 만성 염증 상태를 만들 수 있다. 이런 염증 환경은 근육과 인대의 회복을 더디게 하고, 작은 자극에도 통증을 느끼게 만든다. 체중 증가가 허리 통증을 더 쉽게 고착화하는 이유다.

활동 감소가 만드는 악순환
체중이 늘면 활동량이 줄어들기 쉽다. 움직임이 줄면 허리 주변 근육의 지지력이 약해지고, 다시 통증이 심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연구에서 BMI가 일정 수준까지 올라갈수록 통증 비율이 꾸준히 증가한 배경에는 이런 생활 패턴의 변화도 깔려 있다.
‘체중 감량 = 통증 치료’는 아니다
이번 연구는 체중이 허리 통증의 유일한 원인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위험 요인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체중을 줄인다고 모든 허리 통증이 사라지지는 않지만, 부담을 줄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는 도움이 된다. 허리 통증을 반복적으로 겪는 사람이라면, 자세 교정이나 운동만큼이나 현재 체중과 BMI를 함께 점검할 필요가 있다.

허리가 보내는 신호의 의미
허리 통증은 종종 가장 먼저 나타나는 경고다. 몸 전체의 하중과 균형이 바뀌었음을 알려주는 신호이기도 하다. 자꾸 “허리 아파”라는 말이 입에 붙어 있다면, 통증의 원인을 의자나 침대에서만 찾기보다, 체중이라는 기본 지표를 함께 확인해보는 것이 출발점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