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산 칼럼] 정원오와 이재명은 닮았다
서사가 분명한 사람, 신뢰하고 흥미가져

서울시장에 출마한 정원오의 서사를 눈여겨 볼수록 이재명이 보인다. 단순한 인물평이나 정치적 노선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두 사람은 정책과 실력만이 아니라 강력한 서사적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재명의 삶은 바닥에서 시민의 삶으로, 도시에서 대한민국 전체를 관통하는 국가서사로 확장되고 있다. 지금 정원오의 서사는 서울이라는 거대한 도시를 향해 전진하고 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단순히 행정 성과를 쌓은 정치인이 아니라, 자기 삶의 서사를 정치의 언어로 풀어낸 인물들이자 그것을 살아낸 정치 리더라는 점에서 닮았다.
◇ 바닥의 경험에서 시작된 정치 서사
이재명과 정원오 두 사람의 가장 강한 공통점은 삶의 출발점이다. 전남 여천 출신의 정원오는 상경 후 서울시립대에서 학생운동과 사회활동을 거치며 공적 책임의 감각을 익혔다. 이후 국회 보좌진, 지역정치 그리고 성동구청장 3선으로 현장에서 오랜 경험을 쌓았다. 그는 일관되게 바닥성을 견지했고 정책과 활동의 초점 역시 그러했다. 알다시피 이재명은 가난한 어린시절, 소년공으로서의 노동현장 체험, 독학과 대학입학, 사법시험을 통과한 이후의 인권변호사 활동, 그리고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거쳐 국가지도자로 확장된 극적인 서사를 갖고 있다.
출발점이나 서사의 흐름에서 두 사람의 정치 서사는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 둘 다 맨땅의 사람이었다. 탄탄한 자기 기반이나 뒷배경, 이에 기반한 안락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두 사람에게는 삶의 절박함이 있었다. 그리고 그 절박함이 정치적 감수성과 실천으로 전환됐다. 가난은 단순한 개인적 고난을 미화하는 재료가 아니라 행정과 정책에서 '무엇이 시민에게 실제로 필요한가'를 감각하는 원초적 능력이 된다. 이런 점에서 두 사람 모두 현장형 정치인이다.
자칫 정치인의 서사를 영웅 서사로 그려내고 엘리트의 언어로 설명하는 오류에 빠지기 쉽다. 대부분의 지도자 서사가 그런 식으로 그려지고 있지 않은가? 정원오와 이재명의 바닥성을 강조하는 것도 자칫 그렇게 흘러갈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삶과 정치의 진정성으로 일관된 나침반 역할을 한다면 그 바닥성은 허위의 이야기가 아니라 진짜 정치서사가 될 수 있다.
◇ 민주화운동 및 시민사회형 출발과 공직서사의 형성
두 사람은 출발지가 시민사회라는 점도 유사하다. 정원오는 서울시립대 학생 지도자, 사회운동 경험, 이후 지역정치와 국회에서 입법 보좌의 경험을 거쳤다. 특히 학생운동과 사회활동의 경로는 그에게 남다른 조직 운영 감각과 집단 소통의 능력을 키워주었다. 이재명 역시 성남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인권변호사 활동을 통해 사회적 약자와 제도 사이의 간극을 몸으로 경험했다.
둘 다 정당정치에 앞서 시민사회에서 감수성을 익혔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는 우리 정치에서 매우 중요한 자산이 아닐 수 없다. 시민사회형 정치인은 정책을 '국민 위에서' 설계하지 않으려 하고 현장에서 시민 체감 언어로 번역하기 때문이다. 이재명이 성남시장 시절 보여준 생활밀착형 정책과 약자와 동행하고자 했던 고집이나 정원오가 성동구에서 보여준 주민 체감 행정은 바로 이런 뿌리에서 나온다.
정치인치고 시민운동 경력을 내세우지 않는 이들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그것을 일관되게 정책으로 녹여내고 자기 몸의 서사로 실천해내는 흔적이 역력하다면 그 시민사회 활동의 경험은 요란한 장식물로 남지 않는다. 자기 스스로에게는 신념으로, 대중들에게는 감동과 신뢰를 주는 탄탄한 기반이 된다.
◇ 도시를 바꾼 행정가 서사
두 사람 모두 도시변화를 이끈 행정가다. 알다시피 정원오는 성동구청장 3선을 하며 도시행정의 성과를 냈다. 폭설 대응, 열선 시스템, 주민 직접 소통, 시민편의, 도시재생과 거리 활성화, 다양한 생활밀착형 행정은 시민들의 만족도를 끌어올렸다. 올초 폭설이 내렸을 때 현장을 진두지휘하며 민원을 직접 수렴한 방식은 그의 정치스타일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보여주기식 행정가가 아닌 문제해결자로 시민들은 인식하고 있다.
이재명의 성남시장 재선 서사 역시 이와 유사하다. 복지정책, 재정개혁, 생활 인프라, 행정 속도감은 모두 시민 체감형 성과로 축적됐다. 이재명을 다룬 여러 글들과 책에서 그 생생한 사례들을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도시혁신가로서의 이 두 정치인의 핵심은 똑같다. 정치는 주민의 생활 불편을 줄이는 속도와 체감되는 결과치라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두 사람은 거의 똑같은 역량과 감각을 입증했다. 그런 면에서 두 사람은 실용주의적 현장 중심의 행정 서사를 공유한다.
◇ 이념보다 삶, 구호보다 시민 체감
정원오와 이재명은 모두 현장중심 실용주의를 자기 정치의 정체성으로 갖는다.
첫째, 현장 중심성이다. 현장 중심의 정치인은 문제를 책상 위에서 보고 받고 분석하지 않는다. 현장으로 찾아간다. 폭설이 내리면 현장에 있고, 코로나가 창궐하면 의료현장을 찾고, 민원이 있으면 즉각 바로 반응하고 대답한다.
둘째, 시민 체감형 정책이다. 이들이 추구하는 정책의 성공 기준은 보고서가 아니라 시민의 체감도이다. 이런 질문에 따라 평가하고 실행한다. “실제로 좋아졌는가?”, “시민들이 자기 몸과 경험으로 달라졌다는 것을 느끼는가?” 관료형 행정이나 선전용 전시 행정과의 근원적인 차이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셋째, 소통 중심이다. 정원오의 주민 소통 방식은 이재명의 직접 소통형 정치와 매우 유사하다. 둘 다 행정을 수직적 통치가 아니라 응답하는 구조로 만든다. 직접 듣고 대답한다. 현장에서 곧바로 지시한다. 그리고 질문과 민원에 신속하게 대답한다. 두 사람의 소통 행정은 그간 행정의 고딕성과 일방적 관료주의에 지친 국민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넷째, 실행력과 돌파력이다. 이들은 문제가 생겼을 때 회피하기보다 돌파를 선택한다. 실수가 드러났을 때는 구차한 변명을 하기보다 사과한다. 이재명의 강점이 위기 돌파력이라면 정원오는 도시 행정 차원의 미세한 문제 해결 능력이 강하다. 이재명은 정면돌파형이라면 정원오는 상대적으로 소프트한 접근방식을 선택해왔다. 이재명의 정치적 상황과 정적의 공격이 보다 가혹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실행력과 돌파력은 정치인의 가장 강력하고 실재적인 자산일 뿐 아니라, 더디고 비효율적인 관료 행정을 치료하는 해독제이기도 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정원오 성동구청장을 칭찬한 한마디 덕분에 정원오는 일약 유력 서울시장 후보가 되었고, 이제 대한민국 전역에서 정원오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게 되었다. 허나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원오 스스로가 이미 구축해낸 삶의 서사와 현장중심 실용주의 내공이 이재명과 매우 닮았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이재명 지지자뿐 아니라 서울 시민은 정원오에게 시선을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 정원오 서사의 미래를 향하여
그 누구도 정원오 서사의 미래를 알 수 없다. 정원오가 서울시장으로 도약한다면 그의 서사는 이재명 실용주의의 도시형 확장판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 정원오가 이재명의 길을 걸어가는 것을 대권 서사와 이어 말하는 것은 성급한 상상력에 불과하다. 오히려 서울시장으로서의 서사에 충실하는 것이 이재명 서사와의 합치성을 높인다. 정원오가 더 좋은 정치인이 되려 한다면 서울시장이라는 간판이나 몇몇 두드러지는 행정 성과만으로는 부족할 것이다. 아직 혹독한 정치적 고난들이 남아있다. 게다가 한국의 정치지형과 미래에는 그 누구도 예상하기 힘든 온갖 변수들이 가득하다. 정원오의 정치적 미래는 다음 몇 가지를 통해 열릴 것이다.
1) 도시 비전의 서사화. 성동구의 성공 사례를 서울 전체의 미래 서사로 확장하고, 선진국 및 국제대도시 수준의 첨단 도시이자 행복도시로 디자인하는 일, G2 도시의 약속을 실현가능한 일로 입증하는 작업이다.
2) 정치적 리더십 상징의 전환. 좋은 행정가에서 도시의 상징적 지도자로 넘어가야 하고, 좋은 사람 젊은 사람 이미지에서 진정성 있고 강하고 부드러운 리더로 나아가는 일이다. 그의 정치력을 흔들고 시험하는 온갖 공격과 시민들의 냉정한 평가를 통과하여 진성 정치 리더로 시민들의 마음과 이어지는 일이다.
3) 국가적 잠재성과의 합치성. 과연 정원오가 더 큰 정치서사로 이어질 수 있는 인물이라는 기대가 형성될 것인가? 이재명은 그 테스트를 넘어섰고 이를 입증해 내고 있다. 명픽으로 갑자기 커버린 운 좋은 사람이라는 이미지와 디스카운트를 자기 실력과 성과로 반박할 수 있어야 하고, 이재명 정부의 국가 비전과 공명하는 서울 비전을 설계하고 가동시켜야 하다.
정원오가 이재명의 아이콘이 될 것인가. 서사적 가능성으로는 그렇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두 정치 리더의 모든 서사는 주권자 국민들이 써가는 서사의 힘의 바탕 위에서만 기술될 수 있고 전진할 수 있다. 서로의 이야기를 대신 써줄 수도 없는 법이다. 하지만 두 서사를 바라보는 국민들은 흥미를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서사에 끌리고 그런 서사에 참여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두 사람의 서사를 어떻게 작성하느냐에 따라 두 사람의 미래 서사가 완성될 것이다. 지금은 서사 유사성이 커 보인다. 정원오를 클릭하면 이재명이 보이고 이재명을 압축하면 정원오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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