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태 서양화가, “예술활동에 가치 부여하고 지원 늘려야”

2005년 우연히 울산서 자리잡아
순수창작법인 좋은사람들 설립
매년 전시회 열고 작품활동 활발
금기시 된 누드크로키 행사 재개
지역 미술계 다양성 추구에 앞장

권영태 서양화가가 본인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울산은 과거에 비해 문화 관련 분야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상당히 개선됐으나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게 일반적인 중론이다. 미술의 누드 크로키 등 특정 분야는 여전히 터부시하는 경향이 있고 이에 다양한 문화 활동이 공존하지 못하고 있다. 권영태 서양화가는 이러한 금기를 깨는 데 앞장서며 지역 문화 다양성을 추구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누드 크로키 행사 인식 변화 필요

 지난 25일 울산 울주군 서생면의 카페 ‘바벨드림’ 별관에서 만난 권영태 서양화가. 공개 누드 크로키 시연회를 앞두고 권 작가는 미술협회 회원 등 참가자들에게 사진 촬영 등 보안문제와 크로키 시 주의 고지 등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누드 크로키 시연회가 시작되자 권 작가도 한 켠에 이젤(삼각대)을 세워놓고 목탄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한 쪽 발을 이젤에 올려놓고 자신만의 특유한 터치 기법으로 모델의 역동적인 포즈를 그려나갔다. 권 작가는 “그날 그날 연필, 색연필, 펜 등 다양한 도구로 그리는데 오늘은 목탄을 선택해 그리게 된 것”이라며 “생각보다 (원하는 만큼)그림이 잘 안 나온다”고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공개 누드 크로키 행사는 권 작가가 바벨드림의 협조를 받아 사비를 들여 마련한 것으로, 올 4월에 이어 두 번째로 열렸다. 권 작가는 누드 크로키 행사에 대한 지역사회 인식 변화를 당부했다.

 권 작가는 “10년 전에 마지막으로 울산문화예술회관에서 누드 크로키 행사를 한 뒤 지역사회 부정적 인식으로 인해 중단돼 명맥이 끊겼다”며 “그러다 올해 10년만에 다시 열게 됐는데 호응이 좋아 가을에 한 차례 더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크로키는 미술을 하는데 있어 베이직(기초) 활동과도 같다”면 크로키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크로키(croquis)는 대상의 자연스런 동세나 형태, 포인트 등을 관찰해 빠르게 표현하는 스케치 기법을 말한다. 관찰력과 손의 감각을 증진시키는 훈련법을 말하기도 한다.
 
 ◇후배 화가 위한 의미있는 일 할 터

 경북 의성에서 태어난 권 작가는 8살때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권 작가는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저 그림을 좋아했고 소질이 있다 보니까 계속 그리게 되었다”며 “부모님께서 반대하셔서 학교도 일반계고등학교로 진학했으나 몰래 학원을 다니며 대학도 미술학과를 전공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1년에 전시하는 작품 수만 평균 120점 정도로 지금까지 그가 그린 작품 수는 헤아릴 수가 없다. 그 중에서도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으로는 ‘돼지꽃’ ‘땅별’ 등을 꼽았고, 말을 소재로 한 작품도 명함에 넣을 만큼 아낀다.

 지금까지 개인전 17회와 그룹전에 200회 가량 참여했다. 그는 “기억에 남는 전시회는 2008년 서울 인사동 ‘상 갤러리’에서 열린 전시회 였는데, 울산작가 중에서는 처음으로 초대를 받아 참가했다”고 말했다.

 권 작가는 자신의 작품 색깔과 관련 “모네의 영향을 받았고 후기 인상파, 즉 자연주의에 가깝다”면서 좋아하는 화가로는 영국의 ‘조지프 말로드 윌림엄 터너’를 꼽았다.

 울산과는 연고가 없었으나 2005년에 우연히 오게 됐다. 그는 “처음에는 그림을 그리고자 울릉도에 가려고 했는데 주위에서 말렸고 울산을 추천해 오게 됐다”며 “처음에는 몇 년 있다가 다른 지역을 가려고 했으나 눌러 앉게 됐다”고 말했다. 2007년에는 순수창작법인 ‘좋은사람들’을 설립해 1년에 한 차례씩 전시회를 열고 있다.

 그는 “울산이 문화도시로 나아가고자 한다면 예술활동에 대한 가치를 부여하고 문화계에 대한 지원도 더 늘려야 한다”며 “나이가 들면 후배 작가들을 위한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