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식대학에 이어 곽튜브, 이어지는 ‘캔슬 컬쳐’[스경연예연구소]

하경헌 기자 2024. 9. 1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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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이자 방송인 곽준빈. 사진 스포츠경향DB



‘캔슬 컬쳐(Cancel Culture)’는 최근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을 통해 인플루언서들이 사회 유명인사가 되면서 두드러지는 표현이다. 말 그대로 ‘취소를 하는 문화’라는 뜻인데, 자신의 생각과 다른 사람들에 대한 팔로우를 취소하는 행위를 말한다.

‘캔슬 컬쳐’는 여기에 팔로우를 취소하는 소극적인 응징과 함께 댓글이나 DM(다이렉트 메시지) 등을 통해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을 적극적으로 응징하는 개념이 함께 들어있다. 과거 조선시대 규범을 어긴 사람의 등에 북을 달아매고 죄명을 적어 붙이고 망신을 준다는 말에서 유래된 ‘조리돌림’에서 따 ‘온라인 조리돌림’이라 불리기도 한다.

이러한 ‘캔슬 컬쳐’의 한복판에 유명 인플루언서 곽준빈이 최근 한가운데 섰다. 그는 추석 연휴 직전이었던 지난 16일 자신이 운영하는 채널 ‘곽튜브’에 ‘돌아온 준빈씨의 행복 여행’이라는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과거 걸그룹 에이프릴의 멤버였다 배우로 활동을 다시 시작한 이나은이 출연했다. 두 사람은 이탈리오 로마를 함께 여행했다.

배우 이나은이 출연했던 크리에이터 곽준빈의 채널 ‘곽튜브’의 영상 한 장면. 사진 곽튜브 방송화면 캡쳐



그런데 문제는 두 사람이 영상 후반부 식사를 하면서 이나은의 멤버 왕따 가해 의혹을 언급하면서 불거졌다. 평소 자신이 학교폭력의 피해자라 밝히던 곽준빈은 비슷한 이유로 가해 의혹이 있던 이나은에 대해 SNS 차단을 한 사실을 언급하며 사과했다. 그러자 온라인에는 ‘학폭(학교폭력) 피해자가 왕따 가해자를 사과하는 이미지 세탁’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곽준빈은 영상을 하루 만에 내리고 사과했지만, 여파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의 게시물에는 18일 현재 2만6000건이 넘는 댓글이 올라왔고, 구독자는 최다였던 212만에서 내려와 18일 현재 210만명으로 줄어들고 있다.

게다가 그가 출연한 교육부의 학교폭력 공익 광고도 비공개 처리됐다. 신고로 인해 이 영상이 비공개 처리된 것인지, 교육부가 자체적으로 비공개 처리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이나은의 출연 영상이 큰 파장을 가져온 것만은 분명한 상황이다.

지난해 1월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학교폭력 피해사실을 고백하며 눈물 흘리는 크리에이터 곽준빈. 사진 tvN 방송화면 캡쳐



곽준빈은 영상에서 딱히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행동을 하지는 않았다. 범법행위를 저지르거나 직접적으로 문제가 되는 단어나 문장을 말한 것도 아니었다. 그는 왕따 가해 의혹으로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고 있는 이나은을 출연시켜 그의 의혹을 두둔하는 태도를 취했다는 사실만으로 ‘캔슬 컬쳐’의 한복판에 서게 됐다.

이 같은 상황은 최근 유명 인플루언서들이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에도 큰 영향력을 끼치게 되자 광범위하게 늘어나고 있다. 최근 있었던 유튜버 ‘피식대학’의 사태 역시 비슷하다. 개그맨 김민수, 이용주, 정재형으로 구성된 ‘피식대학’은 지난 5월 경북 영양을 탐방한 영상에서 지역 비하를 했다는 의혹에 시달렸고 이후 극심한 구독자, 조회수 하락을 경험한 다음, 아예 영양군의 홍보대사를 자처하는 행보로 논란을 극복하려 애썼다.

피식대학 역시 딱히 범법행위를 하거나 사회적 지탄의 행동을 한 사실은 없었지만, 지역을 비하했다는 이유로 ‘캔슬 컬쳐’의 한복판에 섰다. 그만큼 지금의 인플루언서들에게는 자유로운 표현 방식도 인정되지만, 한 번 대중의 심기를 거스르면 돌이킬 수 없는 이미지 추락을 겪는 잠재적 위협도 함께 있는 셈이다.

지난 5월 업로드된 후 지역 비하 논란을 겪은 유튜버 피식대학의 경북 영양 탐방 영상 이미지. 사진 피식대학 유튜브 채널 캡쳐



피식대학은 그들의 소탈한 행보를 지지하던 구독자들에게 실망을 안겼고, 곽준빈 역시 수많은 매체를 통해 강조하던 학폭 피해자로서의 정서가 왕따 가해 의혹이 있는 연예인을 변호함으로써 지지자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실제 많은 인플루언서들을 관리하는 MCN 업체에서도 이러한 ‘캔슬 컬쳐’에 위배되지 않는 행동과 영상 제작방식을 더욱 고심하게 됐다는 후문이다.

곽준빈의 사례처럼 인플루언서가 즉시 대중적인 유명인이 되는 지금의 시대에 ‘캔슬 컬쳐’는 이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주는 중대한 사안으로 떠오르게 됐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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