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 투표함 연쇄 화재 사건 조사 착수···우편 투표 지역 경계 ‘바짝’
대통령을 뽑는 사전·우편 투표가 진행 중인 미국에서 오리건주와 워싱턴주에 있던 투표함에 연이어 불이 났다. 대선일이 8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각 주 정부는 투표함 보안을 강화하고 있다.
오리건주 포틀랜드 지역방송 KATU는 28일(현지시간) 미 연방수사국(FBI)이 이날 포틀랜드와 워싱턴주 밴쿠버에서 일어난 두 건의 투표함 화재 사건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포틀랜드 경찰은 이날 오전 3시30분쯤 멀트노마 카운티의 길가에 있던 투표함 2개에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보안 요원은 이를 발견하고 불을 껐으나, 3장의 투표용지가 훼손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불이 난 투표함 옆면에는 방화 장치가 붙어 있었던 것으로 파악했다.
포틀랜드 경찰은 이날 투표함 방화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추정된 검은색 ‘볼보 S-60’ 차량을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어맨다 맥밀런 포틀랜드 경찰서 부국장은 “범행 동기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면서도 “이러한 행위가 의도적으로 이뤄졌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선거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이런 식의 행동을 막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불에 탄 투표용지에 적힌 고유 식별 문자를 확인해 해당 투표용지를 낸 유권자 세 명에게 연락해 재투표를 요청할 계획이다.
KATU는 보안팀이 24시간 내내 멀트노마 카운티 선거관리사무소의 투표함을 순찰하고 있다고 전했다.
같은 날 오전 4시쯤엔 워싱턴주 밴쿠버의 피셔스 랜딩 환승센터에 있던 투표함에 불이 났다.
경찰은 현장 출동 당시 투표함 옆에서 연기가 나고 있었으며, 불이 붙은 ‘의심스러운 장치’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KATU는 이 화재로 투표함에 들어있던 투표용지 수백장이 훼손됐다고 밝혔다.
밴쿠버에서는 앞서 지난 8일에도 한 개 투표함에 불이 난 바 있다.
조사 당국은 두 도시에서 일어난 화재 사건이 서로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불이 난 포틀랜드의 투표함과 밴쿠버의 투표함은 불과 약 10㎞ 떨어져 있다.
오리건주와 워싱턴주는 유권자가 투표장에 가지 않아도 되는 ‘우편 투표’ 방식을 전면 시행하고 있다. 유권자는 집에서 우편으로 받은 투표용지에 기표한 뒤, 용지를 봉투에 담아 길가에 설치된 투표함에 넣거나, 각 지역 선거관리사무소에 제출한다. 부재자 투표와 비슷하게 투표 시각·장소 제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우편투표는 하와이, 콜로라도, 유타 등 다른 주에서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투표함을 길거리에 덩그러니 놓아두는 우편 투표 방식은 보안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대선 당시 우편 투표함이 사라지거나 ‘바꿔치기’ 됐다며 부정선거 음모론을 제기했다.
미국 곳곳의 투표함 훼손·분실 위험이 커지자 각 주는 투표함 보안을 강화하고 있다. 애리조나주 피널 카운티는 투표함에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붙여 투표함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공개하기로 했다. 콜로라도주 더글러스 카운티는 투표용지를 넣는 우편함을 24시간 생중계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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