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목살·닭연골·사이살.. 닭 특수부위로 586팀 줄세웠다 [사장의 맛]

채제우 기자 2022. 7. 26.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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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식감·굽는 법도 제각각.. '먹는 재미'로 승부
창업 1년 3개월만에 직영점 4곳, 월매출 7억원
하이볼 맛집? 메인보다 더 유명해진 사이드메뉴
송계옥 우지호 대표 #사장의 맛

염통, 근위, 연골, 목살… 닭 특수부위만 파는 음식점이 있습니다. 봄나물 퉁퉁장 된장찌개, 지도리 우동 등 사이드 메뉴도 유별납니다. 그런데 엉뚱하게 이 곳에서 가장 유명한 메뉴는 ‘얼그레이 하이볼’입니다. 홍차와 레몬, 위스키, 탄산수를 섞어 만든 술 같은 음료, 음료같은 술입니다. 방송을 타고 입소문이 나면서 이곳은 ‘하이볼 맛집’이라고 불립니다.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 있는 ‘송계옥’입니다.

작년 3월 송파구 상징인 소나무의 송(松)에, 닭 계(鷄), 집 옥(屋)을 붙여 간판을 달았습니다. 오픈 첫 달 매출 1억원을 달성했습니다. 1년 3개월만에 매출은 7배 늘었습니다. 가맹점을 내고 싶다는 문의도 200건이 넘게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직영(直營)’이 원칙이라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직영점 4곳을 냈고, 오는 9월 서울 강남구 압구정에 5호점을 오픈합니다.

본점, 지점 불문 주중 1시간, 주말엔 2시간을 기다려야 가게의 문턱을 넘을 수 있습니다. 올 봄 어느날엔 입장 대기 손님이 무려 586팀이나 됐습니다. 최고 기록이었습니다. ‘사장의맛’이 송계옥의 우지호(33) 대표를 만났습니다.

송계옥의 우지호 대표가 1호점인 '송계옥 잠실점'의 주방에서 팔짱을 끼고 있다. 송계옥은 손님들이 한 눈에 주방 안을 모두 확인할 수 있다. 손님들에게 재료 손질부터 요리 과정까지 투명하게 보여주기 위함이다./김지호 기자

◇낯설다는 건 특별해질 수 있다는 것

송계옥은 닭의 특수부위를 팝니다. 대표 메뉴인 ‘구이 모둠 대(大)’를 시키면 닭 특수부위로 분류되는 염통(심장), 근위(똥집), 연골, 목살과 함께 사이살(허벅지살), 안심(가슴속살) 등 6가지 부위가 나옵니다. 이름도, 맛도, 식감도 생소합니다. 우 대표는 여기서 ‘특별함’이라는 가능성을 봤습니다. 직원이 테이블마다 설명과 함께 각 부위를 알맞은 굽기로 구워주고, 곁들여 먹을 수 있는 소스를 6가지 준비해 줍니다. 손님이 할 일은 그저 알려주는대로 ‘먹는 것’ 뿐입니다.

- 닭 특수부위가 정확히 뭔가요?

“한 마리당 소량으로 나오는 부위예요.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진 않은 부위죠. 저희 가게는 염통, 근위, 연골, 목살, 안심, 사이살, 닭발을 팔고 있습니다. 안심은 닭가슴 속살, 사이살은 닭다리 속살입니다. 모두 얼마되지 않는 특수부위죠.”

- 어떻게 닭 특수부위를 팔 생각을 했나요?

“소나 돼지는 부위별로 집에서 구워 먹을 정도로 익숙하잖아요. 그런데 닭은 치킨이나 닭갈비 정도가 전부죠. 닭도 양은 적지만 다양한 부위가 있고, 부위별로 맛이 다르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특수부위 자체가 생소하니까 마케팅 하기도 좋을 거 같았어요.”

송계옥의 닭 구이 '모둠 대'. 염통, 근위, 연골, 안심, 목살, 사이살 등 6가지 부위가 들어갔다. 총 700g으로 가격은 4만4000원이다./송계옥 인스타그램

- 특수부위라 구하기 어렵진 않나요?

“다른 부위랑 똑같아요. 다만, 특수부위는 다른 부위들보다 신선도가 중요합니다. 저희는 고객 테이블에 올라오는 모든 고기를 도축한 지 24시간 내의 것을 씁니다. 안정적으로 질 좋은 고기를 구하기 위해 닭 도매업체만 20곳 넘게 돌아다니며 직접 고기를 맛보고, 신선도를 체크했어요. 현재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업체랑 계약을 맺었습니다.”

- 익숙하지 않으면 거부감이 들 수도 있는데, 불안하지 않았나요?

“아니요. 낯선만큼 특별하잖아요. 특수부위는 부위별로 맛과 식감도 다르지만, 먹는 재미도 제각각이죠. 사람들의 다양한 입맛을 공략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염통은 특유의 향이 있고 부드러운 반면 근위는 담백한 맛에 쫄깃한 식감이 특징이죠. 특히 사이살은 닭 부위 중 가장 부드럽고 기름기가 많아, 치킨 먹을 때 다리를 좋아하는 사람에겐 최고 인기죠.”

- 닭고기를 숯불에 직접 구워먹는 것도 생소하네요. 닭고기만의 굽는 방법이 있나요?

“정해진 건 없지만 송계옥이 선호하는 굽기가 있어요. 사이살과 목살은 기름이 많은 부위라서 굽다 보면 숯 가루가 튀어 올라올 수 있어요. 그래서 손님 테이블엔 초벌을 한 뒤 냅니다. 염통, 근위는 바짝 익히기보다는 부드럽게 먹는 게 좋죠. 부위별로 굽는 정도도, 방법도 달라서 저희는 직원이 모든 테이블의 고기를 직접 구워줍니다.”

- 맛있게 먹는 먹는 요령이 있나요?

“염통부터 시작해 근위, 연골, 안심, 목살, 사이살 순으로 먹는 걸 추천해요. 염통과 근위가 가장 자신 있는 부위라서 앞 순서로 배치했죠. ‘아 이런 게 특수부위구나’ 하는 걸 느끼게 해주는 전략이죠. 특수부위는 신선할 때 빨리 먹고, 사이살과 목살은 초벌이 된 상태니까 천천히 먹어도 되는 것이죠. 곁들여 먹을 수 있는 소스도 6가지가 나갑니다. 염통과 근위는 소금에 찍어 먹고, 기름기가 많은 부위는 유자·청양고추 소스나 스리라차·마요네즈 소스와 먹으면 잘 어울립니다.”

◇사이드 메뉴는 메인을 빛나게 하는 비법

봄나물 퉁퉁장 된장찌개, 지도리 우동, 송계옥 비빔면, 고시히카리 쌀밥... 송계옥의 사이드 메뉴들은 이름부터 남다릅니다. 송계옥만의 맥주와 칵테일도 있습니다. ‘송계옥 페일 에일’과 ‘얼그레이 하이볼’입니다. 우 대표는 닭 특수부위를 메인 메뉴로 개발하는 과정 만큼이나 사이드 메뉴에 공을 들였다고 합니다. 6개월 넘는 고민 끝에 탄생한 메뉴들입니다. 그 덕에 ‘비빔면 맛집’, ‘하이볼 맛집’ 등의 유명세를 톡톡히 누리고 있습니다.

- 사이드 메뉴 소개 좀 해주세요.

“닭 구이와 어울리는 메뉴들로 준비했습니다. 메뉴를 짤 때 ‘어떻게 다른 가게들과 차별화할 수 있을까’가 주된 고민이었죠. 유명한 식당들 중에는 사이드 메뉴나 반찬이 맛있어서 대박난 곳들이 많거든요. 청국장과 된장을 섞어 맛을 낸 충청도식 퉁퉁장에 제철 나물을 넣어서 만든 ‘봄나물 퉁퉁장 된장찌개’와 어간장에 새콤달콤한 특제 양념 소스를 뿌려서 만든 ‘송계옥 비빔면’이 잘 나갑니다. ‘지도리(일본어로 토종닭) 우동’은 12시간 이상 우려낸 닭 육수에 청양고추가 곁들여진 우동입니다. 비슷하면서도 조금씩이라도 특별하게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 이름도 다 특이하네요?

“귀여운 이름을 지어주고 싶었어요. 맛있는데 이름까지 귀여우면 더 기억이 잘 남을 거 같아서. 근데 이름만 그럴싸한 게 아니라 실제로 특별한 재료들을 사용했습니다. 볶음밥은 의성 지역의 마늘을 넣어서 ‘의성 마늘 볶음밥’, 밥은 윤기와 찰진 맛으로 유명한 일본 고시히카리 지역의 쌀을 써서 ‘고시히카리 쌀밥’이라고 지었죠.”

- 사이드 메뉴는 창업할 때부터 다 개발돼 있었나요?

“창업 후 우동 메뉴 2가지만 추가됐어요. 나머지는 다 준비해서 출발했습니다. 우동은 날씨가 추워지면서 따듯한 ‘지도리 우동’을 만들었고, 여름에 더워지면서 ‘송계옥 냉우동’을 출시했습니다. 장사를 하면서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나간 거죠. 앞으로도 고객들이 원하는 걸 계속 만들어 낼 겁니다.”

송계옥의 대표 사이드 메뉴인 '송계옥 비빔면'. 어간장에 새콤달콤한 특제 양념소스를 섞어 만들었다. 송계옥의 음식점 리뷰에는 '비빔면 맛집'이라는 후기가 많다./송계옥 인스타그램

- ‘하이볼 맛집’으로 불리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희 가게에서만 맛 볼 수 있는 술을 개발했습니다. ‘송계옥 페일에일’과 ‘얼그레이 하이볼’이죠. 송계옥 페일에일은 은은한 과일향이 나는 특제 맥주이고, ‘얼그레이 하이볼’은 하이볼에 홍차를 섞어 오묘한 맛을 연출했죠. 올 1월 한 케이블 방송 맛집 프로그램에 소개되면서 알려졌어요. 개그우먼 박나래씨가 찾아와서 12잔이나 먹었고, ‘나혼자산다’라는 방송에서도 즐겨 먹는 모습이 나왔어요. 그 뒤로 레시피에 대한 문의가 많아서, 저희가 레시피를 SNS에 공개하기도 했어요. 이때부터 ‘하이볼 맛집’이라는 별칭이 붙었죠.”

- 송계옥의 메뉴들은 하나 하나 생소하면서도 신선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생소한 만큼 특별함으로 어필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저희 가게 메뉴는 모두 ‘조금이라도 새롭게 바꿔볼 순 없을까’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있죠. 새로운 시도들을 많이 하다 보니, 누군가는 닭 특수부위가 새롭다고 좋아하고, 누군가는 송계옥의 ‘얼그레이 하이볼’을 기억하고 또 찾아주시는 거죠.”

송계옥 우지호 대표의 사장의 맛 잘 보셨나요. 송계옥이 창업 1년 3개월 만에 월 매출 7억 원을 기록할 수 있었던 이유는 맛뿐만이 아닙니다. 송계옥의 성공 뒤에는 3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28일 목요일 그 비법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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