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의 완성을 위한 캠핑용 블루투스 스피커 3

안녕, 에디터 유정이다. 요즘 날씨가 끝내준다. 낮에는 따뜻하고 밤에는 선선해서 자꾸만 앉은 자리를 박차고 나가고 싶어진다. 뭘 해도 좋은 봄이지만, 이럴 때 하면 특히 좋은 게 하나 있다. 바로 캠핑! 너무 덥거나 춥지 않고, 벌레도 없고, 부피 큰 방한용품을 챙길 필요도 없다. 무엇보다 가만히 앉아 멍하니 음악만 들어도 행복해질 것이다. 오늘은 캠핑의 낭만을 완성해 줄 캠핑용 블루투스 스피커 3종 리뷰를 준비했다.

스피커를 고르기 위해 내게 진정한 캠핑의 맛을 알려준 ‘재야의 캠퍼’ Y 씨에게 자문을 구했다. 그 결과 3개의 스피커가 서류 전형을 통과했다. 주인공은 바로 JBL 클립 4(https://tinyurl.com/yxm8a4v4), 소니 SRS-XB100(https://tinyurl.com/25m83wf7), 앤커 사운드코어 글로우 미니(https://tinyurl.com/3p366ypk)(이하 JBL, 소니, 앤커). 세 가지 스피커를 직접 구입해 사용해 본 후기를 공유해보려 한다. 휴대성부터 방진방수, 배터리, 가성비와 디자인까지! 아주 속속들이 비교해봤다.



휴대성

“캠핑용 스피커의 필수 요건은 뭔가요?” 캠핑 고수 Y 씨에게 물었다.

“휴대성이요. 무조건 작고 가벼운 게 최곱니다.”

캠핑용 스피커를 고를 때 가장 먼저 고려할 점은 휴대성이다. 배낭 가득 짐을 챙겨 떠나는 백패킹은 물론, 차량에 장비를 싣고 가는 오토 캠핑의 경우도 마찬가지. 어차피 차에 실을 건데 작고 가벼운 게 뭐가 중요하냐고? 캠퍼들의 트렁크를 열어 보면 대부분 캠핑 장비가 한가득 쌓여있다. 텐트부터 테이블과 의자, 랜턴, 각종 주방용품… 특히 겨울에는 방한용품까지 더해져 뒷좌석까지 짐이 침투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짐 틈바구니에 찌그러져서 이동해본 경험… 있다). 캠핑 실력이 늘면 테트리스 실력도 함께 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이니, 짐의 부피는 줄이면 줄일수록 좋다.

그래서 오늘 리뷰할 스피커는 모두 휴대성이 출중한 녀석들로만 골랐다. 한 손으로도 들 수 있는 크기에, 300g 미만의 무게.

먼저 모양이 비슷한 소니와 앤커부터 비교해 보자. 콜라 캔을 닮은 짧뚱한 원통형 몸매에 가로세로 길이까지 똑같다. 단지 높이만 2mm 차이 난다. 무게는 각각 274g과 278g으로, 양손에 하나씩 들어봐도 무게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휴대성은 소니가 좀 더 좋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표면에 오돌토돌한 물결 처리가 되어있다. 그냥 쥐어도 그립감이 더 좋고, 물 젖은 손으로 들기도 수월하다. 앤커는 몸통을 매끈한 플라스틱으로 마감해 손이 물에 젖었거나 핸드크림을 바른 상태라면 좀 미끄러울 거다. 아래 조작부가 있는 실리콘 부분을 쥐거나 스트랩으로 들어야 한다.

두 제품 모두 상단에 스트랩이 달려있다. 앤커 스트랩은 세 손가락이 빠듯하게 들어가는 길이라 손목에 걸기에는 무리고 손가락에 달랑달랑 걸 수 있는 정도. 소니 스트랩은 길이가 넉넉해 손목에도 무리 없이 걸리고, 탈부착도 가능하다. 줄을 풀어 하단의 구멍과 연결하면 더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가장 휴대하기 좋은 건 JBL이다. 무게는 239g으로 다른 두 제품보다 약 40g 가벼운데, 이 차이가 의외로 유의미하다. 실제로 무게를 비교해 보면 ‘오! 정말 가볍군!’이라는 생각이 확실히 든다(참고로 갤럭시 S24의 무게가 232g이다).

별도의 스트랩은 달려 있지 않지만 애초에 카라비너가 장착된 클립형이기 때문에 어딘가에 걸어두기 가장 용이하다. 실제로 소니, 앤커 스피커를 걸기 위해 끙끙대다가 실패했던 곳에도 JBL은 쉽게 걸렸다. 손잡이처럼 들기도 좋고, 납작해서 수납공간도 가장 적게 차지한다.

✔️휴대성 | JBL >> 소니 > 앤커



방진방수

“그럼 LG 엑스붐 고 PL2는 어때요? 작고 가볍고 디자인도 예쁘던데요.”

“방진방수 등급이 IPX5..? 안됩니다. 생활 방수 수준은 갖췄지만, 방진이 안되는 건 참을 수 없죠.”

이번엔 ‘험하게 다뤄도 OK’인 스피커를 고르는 단계다. 캠핑용 스피커라면 응당 물과 먼지를 어느 정도 견뎌야 한다. 캠핑을 하는 도중 갑자기 비가 내릴 수도 있고, 실수로 떨어뜨려 흙먼지에 뒹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름 계곡 캠핑, 바닷가에서 즐기는 노지 캠핑 등 다양한 환경에서 여러 돌발상황이 도사린 캠핑장에서 블루투스 스피커를 애지중지 모실 수는 없다.

이 단계에서 많은 후보가 탈락했다. 살아남은 세 제품은 모두 IP67 등급의 방진 방수 성능을 지원한다. 먼지로부터 완벽히 보호되는 방진 성능과 1m 이하의 물속에서 30분을 견딜 수 있는 방수 성능을 갖췄음을 의미한다.

실제 사용 환경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일부러 물속에서 재생하거나 끈적한 음료를 쏟고 방치하지 않는 이상 잠깐 물에 빠뜨린 정도로는 고장 나지 않는다. 흙이나 먼지가 묻어 더러워졌을 때 물로 씻어낼 수도 있으니 야생의(?) 캠핑장에서 살아남기에 적합하다.

셋 다 동일한 등급을 갖췄으나, 우려되는 게 한 가지 있다. 충전 단자 부분을 고무 캡으로 여닫을 수 있는 소니, 앤커와 달리 JBL은 하단에 고스란히 노출된 형태다. 서비스 센터에 문의해 본 결과, 물이나 이물질이 들어가도 문제없다는 답변을 받긴 했지만… 먼지가 들어가면 골치 아플 것 같으니 유의하는 게 좋겠다.

✔️방진방수 | 소니 = 앤커 >= JBL



배터리

“야외에서 사용하는 만큼 내장 배터리는 기본이죠.

오래 가면 갈수록 좋구요. 노래가 끊기면 흥이 다 깨져버리니까요.”

스피커가 너무 빨리 방전되어 유선 연결이 불가피하다면, 앞서 말한 휴대성이며 방진방수가 다 무슨 소용인가. 캠핑용 스피커에게 내장 배터리는 기본이요, 오래 가는 것도 매우 중요한 조건이다. 그래서 내장 배터리로 10시간 이상 재생할 수 있는지 꼭 확인해 봐야 한다. 프로필상 JBL은 10시간, 앤커는 12시간, 소니는 16시간까지 재생할 수 있다. (볼륨과 모드 등 재생 환경에 따라 차이는 있다.)

세 가지 제품 모두 USB-C 타입을 지원하기 때문에 방전됐을 때 보조배터리나 파워뱅크에 연결해 충전하기도 용이하다. 완충까지 걸리는 시간은 JBL과 앤커 3시간, 소니 약 4시간 반.

남은 배터리를 확인할 수 있는지도 살펴보자. 얼마나 남았는지 알아야 노래가 끊기기 전에 미리미리 충전해 둘 수 있으니까. 앤커와 소니는 아이폰과 연동했을 때 상단 바에서도, 별도로 지원하는 자체 앱에서도 잔여 배터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JBL은 남은 배터리를 확인할 방법이 없어 이 점이 아주 아주 불편했다.

✔️배터리 | 소니 > 앤커 > JBL



사운드

“휴대용 스피커에 고퀄의 사운드까지 바라면 욕심인가요?

그래도 이왕이면… ”

휴대성을 갖춘 작은 스피커의 음질은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다. 파티용 스피커처럼 빵빵한 출력이나 고가의 홈 오디오처럼 섬세한 해상력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전부 작은 몸집에 비해 음질이 괜찮은 녀석들이다.

가장 먼저 나의 캠핑장 18번(?), 최유리의 ‘숲’과 김동률의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를 감상했다. 잔잔한 보컬이 강조되는 서정적인 곡을 감상하기에는 중저역에 강한 JBL 스피커가 가장 안정적이었다. 저음이 웅장하고 진득하게 들려 괜스레 센치해지는 캠핑장 감성을 극대화해 줄 것 같았다.

앤커는 보컬이 가장 또렷하고 선명하게 들렸다. 다른 두 스피커로 노래를 듣다가 앤커로 전환하면 막혔던 귀가 탁 트이는 느낌이었달까. 하지만 멜로디는 보컬에 묻혀 잘 들리지 않는 감이 있었다. 소니는 고음과 저음을 두루 커버하지만 소리가 섬세한 느낌은 아니라서 가사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반면 악뮤의 ‘Love Lee’, 백예린의 ‘Square’, 해리 스타일스의 ‘Watermelon Sugar’ 같은 화사한 음악을 들을 땐 소니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고음과 저음이 모두 시원하게 들렸다. 앤커는 화려한 고음에, JBL은 묵직한 중저음에 강하다면 소니는 모든 음역대를 무난하게 소화하는 ‘만능 밸런스 캐’랄까. 발라드를 들을 때는 거슬렸던 둥둥대는 울림이 신나는 곡을 들으니 마치 페스티벌에서 앰프와 가까운 자리를 선점한 것처럼 기분 좋게 느껴졌다.

가볍고 카랑카랑한 음색을 가진 앤커도 신나는 음악들과 잘 어울렸지만, 가끔 소리가 날카롭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었다. JBL은 밝고 경쾌한 음악과는 궁합이 비교적 아쉬웠다. 묵직하게 베이스가 웅웅 울리는데, 밝은 음악을 들으면 유독 먹먹하게 느껴졌다.

소리의 질감을 디저트에 빗대자면 앤커는 샤베트, 소니는 소프트 아이스크림, JBL은 눅진한 젤라또 같았다. 각자의 강점과 색깔이 달라 뭐가 가장 좋고, 나쁘다고 평가하기는 애매하다. 각자 선호하는 취향에 맞춰 아이스크림, 아니 스피커를 고르면 좋을 것 같다.

JBL
✔️서정적인 음악을 즐겨 듣는다면
✔️웅장한 비트에 압도되고 싶다면

소니
✔️경쾌하고 신나는 음악을 즐기고 싶다면
✔️모든 음역대를 소화하는 밸런스 좋은 스피커를 원한다면

앤커
✔️웅웅 울리는 둔탁한 소리가 싫다면
✔️또렷하고 선명하게 가사를 듣고 싶다면



디자인

“낭만에 죽고 낭만에 사는 캠퍼에게 못생긴 스피커는 좀 그렇죠…”

드디어 마지막 관문, 디자인을 살펴보자. 사실 여기까지 내려오면서 사진을 보고 각자 취향에 따라 ‘어? 예쁘다.’ 라든가 ‘이건 좀 구리군.’과 같은 생각을 했을 거다. 나의 경우 전자는 JBL, 후자는 앤커다.

JBL은 둥그스름한 사각형 모양부터 컬러, 소재의 조합이 마치 에어팟 맥스를 연상케 하는 디자인이다. 유니크한 레드, 무난한 블랙도 있지만 내가 선택한 화이트 컬러가 가장 세련됐다. 디자인은 흠잡을 데 없이 예쁘지만, 밝은 실버 컬러의 패브릭 소재라 오염에 취약하다는 것은 유념하자.

JBL이 세련됐다면, 소니는 귀엽다. 쨍한 주황에 흰 물감을 살짝 탄 뽀얀 오렌지빛.

그립감을 위해 추가된 물결 디테일이 만듦새의 완성도를 높여준다. 또 한 가지 특징은 재생 플라스틱을 활용했다는 점. 본체와 스트랩, 포장재까지 모두 플라스틱 없이 완성했다. 에코 캠핑을 지향하는 캠퍼들이라면 특히 눈여겨볼 만하다.

마지막으로 앤커. 전원을 껐을 땐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부 검은 색이지만 음악을 키면 화려한 라이트가 번쩍인다. 개인적으로는 게이밍 키보드가 연상되는, 조금은 올드한 디자인이다. 하지만 셋 중 가장 저렴하고, 라이트는 끄거나 원하는 색상과 모드로 변경할 수 있으니 가성비를 원한다면 이만한 게 없다.


JBL, 소니, 앤커까지. 세 가지 블루투스 스피커를 두고 캠핑에 적합한지 요모조모 뜯어봤다. 각각의 항목에서 우열이 있긴 했으나 십 수개의 후보를 제치고 살아남은 세 가지 제품인 만큼, 어느 것을 구매해도 후회하지는 않을 거다. 자신의 예산, 원하는 사운드, 디자인 취향 등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에 따라 결정하길 바란다. 낭만적인 캠핑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