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6경기 타율 0.172, 2홈런, OPS 0.475. 숫자만 봐도 참담한 2025시즌 안치홍의 성적표다. 한때 리그 최고의 2루수로 군림했던 그에게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기록이었다. 4+2년 최대 72억 원이라는 화려한 계약금은 오히려 무거운 짐이 되어버렸고, 부상과 부진이 겹치면서 한화에서의 입지는 점점 좁아졌다.

김경문 감독의 구상에서 완전히 밀려난 안치홍을 향한 시선은 차갑기만 했다. 많은 이들이 그의 커리어가 끝났다고 생각했고, 한화가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했을 때도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했다.
키움의 과감한 선택

하지만 키움 히어로즈는 달랐다. 2차 드래프트 전체 1라운드 1순위로 안치홍을 지명한 것이다. 김혜성과 송성문이 떠난 후 타선의 무게감이 떨어진 상황에서, 베테랑의 경험과 클래스를 믿고 과감한 도박을 감행했다.
이런 키움의 판단이 옳았음을 보여주는 장면이 지난 5일 대만 가오슝 핑동 야구장에서 펼쳐졌다. 중신 브라더스와의 연습경기에서 안치홍은 5타수 3안타 1홈런이라는 화려한 복귀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전성기 시절을 연상시키는 타구들

4회에 터진 솔로홈런은 완벽한 턴과 파워를 되찾았음을 증명했다. 6회에는 담장을 직격한 우월 2루타로 더 이상 1할대 타자가 아님을 선언했고, 8회에는 안타를 추가하며 완벽한 경기를 마무리했다. 기록보다 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타구의 질이었다.
경기 후 안치홍은 아직 개인적인 결과가 중요한 시기는 아니지만 기대했던 타구들이 조금씩 나오고 있어서 만족스럽다고 밝혔다. 캠프 막바지에 몸이 잘 만들어지고 있다는 그의 말에서는 지난겨울 혹독한 자기 관리의 흔적이 엿보였다.
키움 타선의 새로운 중심축

현재 키움 타선은 젊은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어 경험 많은 베테랑의 존재가 절실한 상황이다. 캠프 기간 내내 가장 성실하게 훈련에 임하는 안치홍의 모습은 어린 선수들에게 무언의 가르침이 되고 있다.

설종진 감독 역시 안치홍에게 승부처에서의 결정력과 함께 내야진의 중심을 잡아주는 기둥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72억 원 FA 선수가 2차 드래프트를 통해 팀을 옮긴다는 것은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남기는 일이지만, 안치홍은 그 상처를 열정으로 치유하고 있다.
연습경기에서 보여준 호쾌한 스윙이 정규시즌까지 이어진다면, KBO 리그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베테랑의 부활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