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6주년] 외국인이 말하는 국제도시 인천의 미래

글로벌 도시 향한 길을 찾다

▲ 송도국제도시 전경. /인천일보 DB

세계 초일류 도시를 꿈꾸는 인천은 아직 해외 유명 도시들과 비교해 부족한 부분이 많다. 당장 외국인을 불편하게 하는 '언어 장벽'이 도심 곳곳에 쳐져 있고 이방인들 눈길을 사로잡을 '관광 상품'도 딱히 없다.

그럼에도 인천은 세계적 공항과 항만을 품은 이점을 활용해 세계화를 추진해야 한다. 외국인들에게 '살고 싶은 도시, 일상에 불편함이 없는 도시'로 인정받아 명실상부한 국제도시 타이틀을 얻어야 한다.

인천일보는 인천에 사는 외국인들을 직접 만나서 인천의 변화상과 현재 모습, 진정한 국제도시가 되기 위해선 어떤 부분을 갖춰야 할지 등을 물어봤다.


[인터뷰] 제임스 브로데릭 “영어통용도시 활성화했으면”

▲ 제임스 브로데릭씨. /이나라 기자 nara@incheonilbo.com

“인천은 한국에서 가장 외국인에게 친화적 도시라고 생각해요.”

제임스 브로데릭(James Broderick·33·사진) 한국조지메이슨대 컴퓨터게임디자인학과 교수는 지난달 27일 인천일보와 인터뷰에서 외국인이 바라본 인천 모습을 이렇게 설명했다.

아일랜드 출신 제임스 교수는 2022년 한국인 아내와 결혼하면서 한국에 정착하게 됐다.

그가 한국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처음 마주한 건 인천국제공항이었다.

제임스 교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시설·서비스를 갖춘 인천공항이 인천의 글로벌 이미지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봤다.

“인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공항'이에요. 인천공항은 인천의 얼굴이나 다름없죠. 공항에 도착해보니 예상했던 것보다 규모가 크고 시설이 깔끔해 감탄했어요. 공항이 인천이라는 도시의 첫인상에 긍정적 요소로 작용했어요.”

서울 강서구에 살았던 그는 올 1월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로 거주지를 옮겼다.

아직 인천에서 지낸 지 반년밖에 안 됐음에도 한국에서 살고 싶은 도시로 주저 없이 인천을 꼽았다.

“서울과 비교했을 때 인천은 도심 속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어 고향처럼 느껴져요. 인천에는 다양한 식당과 쇼핑 공간뿐 아니라 기분 전환할 수 있는 공원과 문화시설이 마련돼 있고, 서울까지 대중교통을 타고 수월하게 이동할 수 있죠. 최근 부모님이 한국 여행을 했는데 송도가 가장 마음에 든다고 하시더라고요. 국제학교와 외국계 기업 유치 등을 통해 포용적 다문화 중심 사회가 형성돼 있다 보니 많은 외국인이 인천에 살고 싶어 합니다.”

인천이 세계적 도시로 나아가기 위해선 언어 장벽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도는 영어로 원활한 의사소통이 가능한 '영어통용도시'라고 들었어요. 하지만 외국인이 체감하기엔 아직 아쉬움이 남아요. 출입국사무소나 은행에서 민원 업무를 볼 때 아내 도움을 받고 있는데 대부분 외국인은 여전히 언어 장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외국인들이 한국 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한국어 교육 지원을 비롯해 영어통용도시 활성화 정책이 추진되길 바랍니다.”

더불어 많은 외국인 학생의 교육 여건을 향상하기 위해 인천시가 지속해서 투자를 이어갔으면 한다는 바람도 전했다.

“송도에는 한국조지메이슨대 등 5개 명문대학의 글로벌 캠퍼스가 자리 잡고 있어요. 이는 인천을 국제적 교육도시로 명성을 높일 수 있는 요인이죠. 글로벌 캠퍼스에는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인재들이 몸담고 있는데 인천시가 이들 대학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지역 산업과 동반 성장했으면 좋겠습니다.”

제임스 교수의 소망은 인천이 다양한 문화를 포용하는 수준 높은 국제도시로 발전하는 것이다.

“인천은 한국이 세계로 나아가는 관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는 인천이 세계적 다문화 중심 도시로 거듭나는 모습을 보고 싶어요. 이곳에서 양질의 국제 교육이 이뤄지고 세계시민적 공동체 의식이 함양될 수 있도록 인천시민과 기업, 정부가 힘을 합쳐 사회적 기반을 형성하길 바랍니다.”

/이나라 기자 nara@incheonilbo.com


[인터뷰] 워렌 키드 “다양한 관광 상품 개발·홍보를”

▲ 워렌 키드씨. /변성원 기자 bsw906@incheonilbo.com

“세계적 도시들의 공통점은 외국인 관광객들로 붐빈다는 점이에요. 인천이 국제도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서울로 향하는 외국인 관광객을 사로잡을 관광 상품이 있어야 합니다.”

워렌 키드(Warren Kidd·45·사진)씨는 뉴질랜드 타우랑가 출신으로 23년 전 인천에 정착해 학원에서 영어 강사로 활동했으며, 현재는 송도국제도시에서 조그만 바를 운영하고 있다.

워렌씨가 인천에 삶의 뿌리를 내린 2001년 당시 인천국제공항이 개항하고 문학경기장 건립 공사가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었으며 송도에서는 갯벌 매립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고 한다.

“처음에 살던 동네가 서구 가좌동이었는데 개발이 이뤄지기 전이라 시골이나 다름없었고, 송도국제도시에는 사람과 차가 없어 운전 연습 장소로 제격이었죠. 외국인도 거의 없어 다들 저를 신기하게 바라봤던 기억이 나요.”

오랫동안 인천 역사·발전을 목도해온 그는 인천이 20여년간 눈부신 발전을 이뤄낸 결과, 인천국제공항과 인천항을 품은 세련되고 미래적인 국제도시로 변화했다고 치켜세웠다.

“저와 가족은 물론 외국인 친구들 모두가 세계적 수준의 인천국제공항에서 내려 웅장한 인천대교를 건너 고급스러운 빌딩들을 마주하기까지 놀라움의 연속이었어요. 특히 인천에는 특별한 여러 국제도시가 있어 한국의 다른 도시보다 외국인들이 생활하기 좋아요.”

무엇보다 지역 곳곳에서 도시 개발이 한창 추진 중인 데다 아직 미개발지가 많기 때문에 인천을 발전 잠재력을 지닌 기회의 도시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최근에 인천공항 중심으로 인스파이어 리조트와 호텔이 들어서고 중심지에 아파트도 새로 많이 들어오고 있는데 10년 후, 20년 후가 더 기대되는 도시라고 생각해요.”

그는 인천이 세계적 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외국인 관광객을 유입시킬 수 있는 관광 상품이 개발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많은 외국인이 서울과 인천을 별개 도시로 구분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관광객들이 인천을 꼭 방문하고 머물 수 있도록 다양한 관광 상품을 개발하고 홍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워렌씨는 수많은 섬을 활용한 관광 상품을 개발하거나 세계 유명 도시에 있는 대규모 놀이공원 또는 테마파크가 들어서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이전에 자월도에 갔는데 인천 도심의 현대적 분위기와 정반대되는 매력에 정말 잊지 못할 경험을 했어요. 또 홍콩과 일본, 싱가포르처럼 디즈니랜드와 유니버설 스튜디오 등 대규모 놀이공원이나 테마파크가 생기면 세계 각국 외국인들이 인천을 찾을 거예요.”

인천이 진정한 국제도시 이미지를 갖기 위해서는 도시 전체가 외국인 친화적 환경으로 조성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외국인들의 가장 큰 어려움은 첫째도 둘째도 의사소통이에요. 국제도시로 지정된 송도·영종·청라에서도 여전히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게 쉽지 않아요. 음식점이나 택시 등에서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음성을 인식하고 통역해주는 등 지역 어디서나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게 돼 세계 어디에도 없는 진정한 국제도시로 성장하면 좋겠어요.”

/변성원 기자 bsw906@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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