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콘에게 배우는 뷰티 트렌드
2023 S/S 트렌드? 유행 따라갈 생각 말고 그냥 아이콘을 따라 하면 된다.
코트니 러브
도전장이 도착했다. 받는 이는 코트니 러브. 살짝 번진 듯한 아이 메이크업, 새빨간 립스틱의 아니예 레코즈와 바체바는 그의 펑키한 섹시함을 그대로 재현하며 전성기의 자유분방한 모습의 코트니를 그려냈다. 그의 주종목인 그런지 메이크업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심산이다. 립 표현이 아이 메이크업만큼 화려하면 자칫 촌스러워 보일 수 있지만, 코트니 러브라는 사람 자체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는 만큼 이건 어쩌면 취향의 문제인지 모른다. 올 페스티벌에서 메이크업 수정은 잠시 잊고 밤새도록 놀아도 된다는 뷰티 신의 계시인 만큼 때로는 강약 조절을 잊어도 좋다. 막 키스를 마친 듯한 붉은 입술은 사랑스럽다고 하긴 어렵겠지만,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처럼은 보이겠지.
리아나
2023 S/S 시즌에서만큼은 강렬한 존재감으로 다크 립이 돌아왔다. 2015년 리아나의 여덟 번째 앨범이 공개되던 날을 기억하는가? 검은색 풍선을 든 그의 어린 시절을 그린 앨범 아트워크 앞, 여느 가수처럼 하락세에 접어들 것이라는 평론가의 예측을 비웃기라도 하듯 그가 선택한 립스틱 컬러는 블랙이었다. 만반의 준비하에 인상 깊은 쇼를 펼친 루아르가 선택한 립 메이크업 역시 블랙 립스틱. 컬러 스펙트럼 끝에 자리한 검은색으로 투박한 럭셔리를 표현했다. 똑같은 컬러지만 안나키키가 해석한 건 좀 다르다. 블랙 립스틱으로 립 라인을 정돈한 뒤 입술 중앙 부분으로 자연스럽게 스머지해 연출한 립 메이크업. ‘블랙 스완’ 같은 우아한 룩을 연출했다. 남과 다름을 추구하는 젠지라면 블랙 컬러 립스틱 하나쯤은 갖춰두기를.
엠마 레키
〈아이 엠 러브〉
영화 <아이 엠 러브>의 틸다 스윈튼을 보자. 러시아의 몰락한 귀족 출신 여인이 이탈리아의 강렬한 햇빛을 받았을 때 빛나는 피부를 생생히 보여준다. 잔주름이 있어도 피부에 윤기가 돌면서 건강해 보여 아름답다. 제 피부처럼 자연스럽게, 탐스러운 광을 뿜어내지만 노 메이크업에 가까운 투명한 피부. 몇 년째 이어지는 베이스 메이크업의 트렌드는 이렇다. 이번에도 베이스 메이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건 ‘피부’의 몫이다. 수분을 잔뜩 머금어 촉촉한 베이스 아이템을 여러 겹 쌓기보다는 이마와 광대뼈, 콧등에 하이라이터를 살짝 발라 광을 반사하듯 반짝임을 표현해볼 것. 날 선 듯한 이목구비의 입체감은 물론, 틸다 스윈튼의 우아함을 절반 정도는 모방해줄 테니.
미아 고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블리치드 브로 트렌드는 굳건할 예정이다. 적어도 로베르토 카발리, 마르니 쇼를 보면 그렇다. 2022년 멧 갈라에 눈썹을 탈색하고 나타나 틱톡 조회수 136억 회의 주인공이 된 켄달 제너나 줄리아 폭스, 벨라 하디드를 참고하는 것도 좋지만, 올해는 ‘미아 고스’의 얼굴을 되새겨볼 것. 진즉부터 ‘눈썹 없는 프라다 모델’로 불리던 그처럼 독특한 신비함을 자아내는 모나리자 눈썹이 자칫 흔해질 수 있는 얼굴에 강렬한 임팩트를 준 건 두말할 것 없을 테니까. 눈썹 탈색이 두렵다면 빅토리아 베컴 쇼를 참고하자. 부드러운 컬러로 밝게 만들어주는 것도 방법이다.
리스베트 살란데르
〈밀레니엄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이번 시즌 페이스 피어싱 플레이는 멀겋고 깨끗한 얼굴에 피어싱만 자리하던 지난 S/S 시즌과는 사뭇 다르다. 초포바 로위나, 베르사체가 보여준 룩은 고스 무드와 펑크 무드를 한 숟가락씩 섞은 것처럼 보였으니까. 액세서리에 어울리는 애티튜드가 고스란히 메이크업으로 이어진 셈. 마치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의 루니 마라를 보는 듯했다. 굳이 눈을 시커멓게 칠하지 않아도 발렌시아가처럼 얼굴 위에 스터드를 흩뿌리거나 포스터 걸의 쇼처럼 립, 눈썹, 눈 앞머리 등에 에지만 더해 쿨하게 연출해도 좋다. 고민은 구입 시기만 늦출 뿐. 검고 큰 눈에 투명한 피부, 앳된 얼굴을 자랑하는 루니 마라에게도 잘 어울렸으니 아직 쇼핑 리스트에 피어싱 아이템이 없다면 서두르자.
아시니코
어떤 컬러와 아이템을 택하든 컬러 아이섀도를 손에 들었다면 약간의 과감한 요소를 더해볼 것. 이번 시즌에는 결코 튀거나 기괴해 보이지 않을 거다. 판타지 게임 속 이야기가 아니다. 장 폴 고티에, 폴앤조, GCDS, 프라발 구룽까지 특유의 감각을 마비시킬 듯 쨍한 컬러와 과감한 블로킹의 드라마틱한 눈매가 아시니코를 연상시켰다. 아직 볼드한 터치가 부끄러운 사람에게는 컬러 스톤을 사용한 포인트 메이크업을 추천한다.
고고 유바리
〈킬 빌〉
지난밤 마스카라를 지우지 않고 잠든 것처럼 속눈썹에 마스카라를 겹겹이 바른 지방시쇼 모델들의 눈꺼풀 무게가 1g은 더 늘었을 터. 잊지 말자. 지금 필요한 건 제 속눈썹인 듯 가볍게 올라가 볼륨을 더해줄 마스카라가 아닌 ‘파리 다리’처럼 두껍게 여러 번 덧바를 수 있는 마스카라여야 한다. 누군가는 프라다가 연출한 긴 직모 속눈썹이 그로테스크하다고 했지만 에디터의 의견은 좀 다르다. 마크 제이콥스의 ‘헤븐’ 캠페인 속 비바두비? 아니, 이건 <킬빌>의 ‘고고 유바리’다. 고고의 마지막 모습을 생각한다면 이유는 설명하지 않아도 되겠지?
마고 테넌바움
〈로얄 테넌바움〉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다크한 섀도와 콜 펜슬이 디올과 손잡고 다시 등장했다. 무작정 검게 칠한 룩은 아니니 걱정하지 말자. 매끄러운 피부 연출과 눈 앞머리에 교차하는 선 2개로 그래픽적 요소를 주고, 펑크와 시크 악센트를 강조하며 시대를 초월한 시크함을 제대로 보여줬다. 피터 필립스가 표현한 이번 메이크업 룩은 <로얄 테넌바움>의 귀네스 팰트로 모습 그 자체. 오랜만에 돌아온 만큼 눈매를 따라 빙 두른 아이라인은 선명하게 그려도 좋고, 가볍게 스머지해 연출해도 좋다. 어느 쪽이든 당신의 눈은 또렷한 인상을 남길 테니.
그레이스 존스
파격적인 카리스마의 아이콘, 그레이스 존스. 한번 보면 잊기 힘든 강렬한 그의 디스코 룩이 다시 등장했다. 파워, 자신감, 강인함, 그리고 역동적 에너지가 어우러진 얇고 가느다란 눈썹과 관자놀이로 이어지는 아이라인, 일반적으로 시도하지 않을 법한 컬러와 텍스처의 립 메이크업 등 화려한 색조 메이크업이 눈을 즐겁게 해준다. 얼굴 윤곽을 따라 바른 핑크, 블루, 퍼플 컬러와 자유분방한 헤어스타일을 따라 하다 보면 꾸미는 재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거다.
조 크래비츠
“자신을 그대로 받아들일 때가 가장 아름다운 법이죠.” 가발을 벗고 공식 석상에 선 조 크래비츠는 자신의 브레이드 헤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의 아름다움에 대한 당찬 정의 때문이 아니어도 어쩐지 당분간은 헤어 액세서리에 대한 쇼핑은 멈춰도 괜찮을 거 같다. 시선을 강탈하는 큰 헤어 액세서리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땋아 내린 브레이드 헤어가 얼굴을 가리는 커다란 헤어피스보다 눈에 띌 테니까. 복잡하고 화려하게 연출할수록 배배 꼰 브레이드 헤어만의 텍스처를 근사하게 살릴 수 있다. 루이비통처럼 굵직하게 땋아 내려 포인트 액세서리를 더해도 좋다. 초포바 로위나처럼 양 갈래에 또 다른 갈래 브레이드를 더하는 것도 신선하다. 반면 블루마린과 루도빅 드 생 세르넹은 내추럴한 헤어와 브레이드 헤어를 섞어 자유분방한 보헤미안 룩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