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무사했지만…핼러윈 안전불감증, 여전한 `경찰 코스튬` 거래(종합)
일반인은 헷갈려…유사시 초동대응에 걸림돌
26일 홍대 등 인파밀집 지역 안전관리 `총력`
[이데일리 이영민 김형환 기자] 오는 31일 핼러윈 데이를 앞둔 주말, 서울 도심 곳곳에서는 가지각색 복장으로 코스튬을 한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나왔다. 경찰과 유사한 복장이나 장비를 사용하는 것은 불법이고 이태원참사 당시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됐지만 온·오프라인에서는 여전히 문제의식이 결여된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다만 이번 핼러윈 주간을 앞두고 경찰과 소방, 지자체 등이 안전관리에 총력을 쏟으면서 인파 쏠림에 따른 사고는 막을 수 있었다.
27일 이데일리가 확인한 한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는 ‘경찰복’이란 제목으로 경찰용 코스프레 복장을 판매한다는 글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한 게시물 속 감색 경찰복 어깨에는 경사 직급을 상징(나뭇잎 4개)하는 견장이 붙어 있고, 가슴에는 영문으로 한국 경찰이라고 적힌 패치가 있어 실제 경찰복과 매우 유사했다. 또 다른 온라인쇼핑몰에서는 스테인리스 소재로 만들어진 사제 수갑이 8~9만원대에 판매됐다. 특히 해외 홈페이지나 중고거래 플랫폼은 신분을 확인하는 절차가 전무했다.
이날 온라인에서 거래되고 있는 유사 경찰복과 경찰 장비의 사진을 본 시민들은 실제 경찰과 가짜 경찰을 구분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고개를 저었다. 서울 강남구에서 만난 직장인 김모(29)씨는 “처음 사진을 봤을 때는 경찰 유니폼 상의를 올려놨다고 생각했다”며 “평소에 경찰을 볼 일이 없으니까 구분이 안 된다”고 말했다. 직장인 강모(29)씨 역시 “설마 가짜 옷이냐”며 “보통 길을 지나가면서 대충 보니까 잘 모르는 사람은 속을 것 같다”고 했다.
경찰 제복장비법에 따르면 경찰이 아니면서 경찰제복이나 경찰 장비를 착용 또는 소지하는 것은 불법이다. 만약 이를 위반할 경우 6개월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판매자는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유사 경찰복과 경찰장비가 사적으로 거래되면서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2022년 이태원참사 당시 압사사고 현장에서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소방대원들이 핼러윈 코스프레를 한 축제 참가자로 오해받아 현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지난달 21일 경기 성남시에서는 전직 경찰관이 부부싸움을 하다가 직접 구매한 사제 수갑과 넥타이로 아내의 손발을 묶고 감금해 체포됐다.
이러한 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경찰은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유사 경찰복과 경찰 장비의 거래를 감시하고 있다. 경찰청은 2022년 핼러윈 이후 주요 포털 및 중고거래 사이트 51개를 대상으로 지속 점검해 이달까지 위반 사례 총 55건을 시정조치하고, 10건을 수사의뢰했다. 또 주요 온라인쇼핑몰에 공문을 보내 경찰복이란 표현을 가진 상품이 검색되지 않도록 협조를 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 단속 이후 유사 경찰복과 경찰장비 판매가 크게 줄었다”며 “올해도 핼러윈 기간 전후뿐 아니라 주기적으로 모니터링을 이어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 25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핼러윈 기간 중 인파 밀집이 예상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경찰관 약 7637명, 방송조명차 등 51대를 지원해 안전 관리에 나서기로 했다. 이 밖에 서울시나 부산 등 각 지자체도 인력을 대거 투입했다. 지난해 ‘풍선효과’로 이태원 외 다른 지역에 인파가 몰렸던 것에 대비하고 나선 것이다.
실제 지난 26일 늦은 오후 홍대 곳곳에는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여러 조처가 취해져 있었다. 지자체는 인파가 몰릴 것을 우려해 좌우 보행로를 구분하는 바리케이트를 설치하기도 했고 경찰은 300여명의 경력을 투입해 순찰을 강화하는 등 통제를 강화했다.
핼로윈을 맞이해 각종 코스튬을 한 이들을 곳곳에서도 살펴볼 수 있었다. 이들과 사진을 찍기 위해 홍대 상상마당 인근에는 인파가 모여 통행이 다소 복잡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들을 직접적으로 통제하지는 않았지만 이들이 소유하고 있는 장난감 총이나 칼 등을 살펴보기도 했다. 김용혁 서울경찰청 기동순찰1대장은 “핼로윈처럼 다중 인파가 몰린 상황에서 총포 도검 등으로 인한 사고 우려가 있어서 안전 차원에서 점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민들 역시 경찰 통제에 잘 따르면서 질서가 잘 유지됐다. 다소 인파가 몰리는 지역의 경우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우회로를 통해 돌아가거나 밀지 않고 차분하게 대기하는 듯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실제로 서울 실시간 도시데이터에 따르면 26일 오후 11시 기준 6만 6000~6만 8000명의 시민이 몰렸으나 큰 안전사고 없이 각자 상황에 맞게 핼러윈 데이를 즐겼다.
이영민 (yml122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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