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사진을 보라. 덱스가 ‘주도(酒道)’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주도란 술자리에서 지켜야 할 도리와 예절을 의미한다. 술을 마실 때 고개를 살짝 돌리거나, 두 손으로 술잔을 받는 식.

근데 요새 논란이 되는 주도가 있다. 술을 따를 때, 술병 라벨을 살짝 가리는 건데, 요 행동을 두고 말이 많다.

최근 왱 커뮤니티에서도 술자리 문화 관련 왱구님들의 의견을 물어봤는데 “왜 굳이 라벨을 가려야 하느냐”는 질문이 가장 많았다.

그래서 진짜 궁금해졌다. 술 따를 때 라벨을 가리는 건 정말 주도가 맞을까? 직접 취재했다.

여러 술 전문가들과 접촉했는데, 사실 이들조차 술병의 라벨을 가리는 게 정확히 맞는 주도인지 확실히 말하지 못했다.

주도라는 게 시대나 자리,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애매한 예절이다 보니, 특정 행동이 옳고 그르다고 단정 짓기 어렵다는 것.

[김용우 한국술교육원 원장]
전통적인 걸로 봤을 때는 (술병에) 라벨이 없었겠죠. 예상을 한 건데 화공약품 약병 같은 것들을 잡을 때는 라벨 (부분)을 잡죠. 그런 쪽에서부터 시작이 되지 않았나라고 하는 짐작만 할 뿐이지..

결국 라벨을 가리는 건 술자리의 정해진 법도라기보단, 그냥 예의에 가깝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언제, 어떤 이유로 이 행동을 예절처럼 여기게 된 걸까? 여러 가설부터 살펴봤다.

첫째, 와인 문화에서 비롯됐다는 설. 와인병의 라벨에는 생산연도나 지역 등 중요한 정보가 적혀 있는데, 따를 때 흘러서 라벨이 젖는 걸 방지하기 위해 손으로 가린다는 얘기.

그러나 실제 와인 예절에서는 라벨을 가리지 않고, 오히려 병 하단이나 밑부분을 잡는 것이 올바른 방식이다. 사람의 체온이 와인 온도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때문에 이 설의 근거는 다소 약하다.

둘째, 특정 지역 술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라벨을 가렸다는 설. 지역마다 대표 소주 브랜드가 다르기 때문에, 특정 지역 술을 드러내지 않으려 가렸다는 주장.

실제로 1970~90년대에는 ‘자도주 보호 제도’가 있어, 지역별로 한 업체만 소주를 만들고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그 지역에서 소비하도록 했다.

그러다보니 다른 지역 술을 마시는 건 ‘예의가 아니다’라는 인식이 생겼다. 이런 ‘자도주’ 문화 속에서, 지역색이 드러나는 것을 피하려 라벨을 가렸다는 설이 퍼졌다. 충분히 현실적인 가설이다.

이 외에도 라벨을 가리는 주도 문화가 접대 문화의 흔적이라거나, 저렴한 술을 대접할 때 미안한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생겼다는 설도 있다. 하지만 확실한 기원은 여전히 애매하다.

[김용우 원장 한국술교육원]
말을 만들어내기 나름이래서 (유래는) 그냥 재미로 하는 이야기라고 봐야지 그걸 갖다가 꼭 지켜야 된다라고 하는 그런 거는 사실상 없죠.

술병, 특히 소주 라벨을 가리는 주도에 대한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쓸데없는 허례허식 문화”라거나 “전통도 없는 억지 문화”라는 비판이 많다.

취재하다 알게 된 건데, 라벨 가리기 외에도 술자리 예절인 ‘주도’에는 정말 다양한 규칙이 있다. 술을 받은 뒤엔 입을 대고 잔을 내려놔야 하고, 잔을 부딪힐 땐 어른의 잔보다 낮게, 술을 마실 땐 고개를 돌려야 한다는 식이다.

이처럼 지켜야 할 예절이 너무 많다 보니, ‘어떻게 따르고 받아야 하는지’를 단계별로 정리해주는 영상도 엄청 많다.

사실 주도 자체의 뿌리는 꽤 오래됐다. 예를 들어, 윗사람에게 술을 두 손으로 따르고 두 손으로 받는 예절은 ‘향음주례(鄕飮酒禮)’라는 유교 의례 행사에서 비롯됐다.

지금은 거의 사라진 ‘잔 돌리기’ 문화도 이 향음주례에서 유래했다. 향음주례가 12세기 중반부터 시행된 기록이 있으니, 무려 수백 년의 역사를 가진 셈이다.

또 “술을 못 마셔도 첫 잔은 받는 것이 예의”라는 내용은 조선시대 ‘소학’에도 나온다.

시대가 변하면서 주도는 누군가에겐 ‘꼰대 문화’로 비춰지지만, 반면 지켜야 할 예의로 보는 이들도 있다.

사실 술자리는 사람 사이의 관계를 맺는 자리다. 그러니까 어떤 행동이 주도가 맞느냐 아니냐를 가지고 피터지게 싸우지 말고, 그저 술자리에서 큰 갈등이 없도록 서로 조심하고 배려하는 게 더 중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