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야구 망했다니, 그렇게 만든 윗사람들은요?" [박연준의 시선]
-대다수 대학 야구부 야구장과 학교 거리 멀어, 조명 시설 없는 곳도 있는 상태에서 학점 C 미만 선수 출전 금지 '탁상행정'
-현장 "환경 조성 후 규정 둬야" 좋지 못한 환경 속 야구와 공부 두 마리 토끼 잡다보니 역효과
(MHN스포츠 박연준 기자) "대학 야구 망했다고 말씀하는데, 그렇게 만든 윗사람들은 정작 왜 가만히 있나요?"
대학 야구 몰락, 대학 야구의 눈물이라는 표현이 쏟아져 나온다. 이번 2024 신인 드래프트에서 대학 선수들의 저조한 지명률 탓에 나오는 일종의 평가다.
그러나 이는 오로지 선수들의 실력을 탓하기엔 적절하지 못한 평가다. 속 안을 들여다보면 대학 야구의 지명률 저하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야구보다 더 중요한 학점, 학교와 야구장의 이동 거리, 그리고 제 시설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탁상행정'에 불과한 결정들이 이러한 위기를 초래했다.
KBO리그 10개 구단이 총 11라운드를 거쳐 110명의 미래 자원을 지명하는 신인 드래프트. 여기서 대학 야구 선수들은 16명뿐이었다. 그 속에서도 4년제 대학 출신 선수는 얼리 드래프트(4년제 대학교 2학년 선수 중 프로 지명을 원하는 선수가 드래프트에 참가하는 제도) 3명 선수를 포함해 6명에 불과했다.
올해 드래프트 대학 야구 선수의 지명률은 4.7%. 지난해 지명률인 26.3%와 비교해 크게 떨어진 지명률을 보였다.
이에 대학 야구 감독자들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4년제 대학 야구 감독들은 2일 대전에서 감독자 회의를 열고 '대학 야구 쇄신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감독들은 성명서를 통해 "대학 야구의 몰락은 야구를 시작하는 유소년의 선택과 중고생 선수들의 진로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궁극적으로 한국 야구의 기반이 상실될 수 있다"고 말하면서 "대학 야구의 고사 위기는 대학 야구만의 문제가 아닌 한국 야구 전체의 문제"라며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와 KBO가 적극적으로 발전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대학 야구 지도자들의 문제도 있다고 판단한다. 앞으로, 자체적으로 강력한 쇄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목소리 높였다.
야구장 시설도, 시간도 없는 상황에서 학점 못 넘으면 출전 금지? 탁상행정이 상황의 발단이다
감독들의 말대로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와 KBO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은 언제나 환영인 내용이다. 대학 야구연맹, KBO가 가만히 있는 것은 아니다. 적극적으로 대학 야구 발전을 위해 매 순간 나서고 있다. 특히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대졸 예정 선수 1명을 필수로 지명해야 하는 조건을 두는 등 이미 대책 마련에 나섰다.
요구해야 할 것은 KBO와 협회의 '대책'이 아니다. 필요한 것은 환경의 변화다. 고교야구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최저학력제'와 비슷한 내용이 대학 야구에서도 피할 수 없는 화살로 날아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평균 C0 학점 이하인 학생들의 경우 경기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다. 학점은 말 그대로 선수, 학생으로서 자신이 받는 자율적인 점수다. 그럼에도 겉으로 보이는 '공부하는 학생 선수'를 만들고자 규정을 둔 것은 오히려 대학 야구 선수들에게 운동 시간을 보장하지 못하는 더 큰 문제점을 넘겨주게 됐다.
대학 야구 한 관계자는 "일반 대학생이 C0 이하 학점을 받았다고 취업 공고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지 않나. 선수들이 학점 점수에 얽매이다 보니 야구하는 시간보다 학교 PPT를 보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라며 "야구 선수들은 어렸을 때부터 야구를 중점적으로 했다. 일반 학생들에게 C0 학점이 쉽게 받을 수 있는 점수라고 해도 선수들이 이해하는 시간이 일반 학생보다 더 필요하다 보니 (공부를) 들여다봐야 하는 시간 역시 큰 시간이 필요하다. 또 야구와 공부를 병행하다 보니 운동선수에게 중요한 체력적인 문제 역시 영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반 학생들에게 400m 트랙을 뛰어서 시간 체크 미달이 날 경우 취업 제한, 학기 이수 제한을 두고 그러지 않지 않나. 그 이유는 말도 안 되는 차별이기 때문이다"라며 "선수들에게도 똑같다. 공부를 못한다고 출전 제한을 두는 것은 일반 학생들과 선수들을 차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C 학점 미만 학생 선수 출전 금지는 지난 2017년부터 적용된 제도로 학습권 보장 및 학업능력 신장을 위해 만들어진 제도로 프로까지 진출하는 선수는 전체 선수 중 극소수에 불과하기에, 프로 진출 외에 직업적 활동을 이어가려면 선수들 역시 일정한 지식과 상식을 갖춰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있다.
현장에서 이러한 취지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프로 지명 선수들의 비율이 낮아지면서 C 학점 미만 학생 선수 출전 금지를 폐지하자는 의견을 내놓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학교와 야구장, 숙소의 이동 시간이 꽤 걸린다는 점, 조명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대학 야구부가 많음에도, 환경은 생각해 주지 않고 행정만 바꾼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대학 야구부는 학교 내 야구장을 갖추지 않았다. 특히 서울권 명문 대학으로 불리는 학교들 역시 서울을 벗어나 경기 북부 등 수도권에 야구장과 숙소를 두고 있는 것이 대다수다.
한 학교의 경우 야구장과 숙소가 위치한 곳과 대학교 캠퍼스의 거리가 85km에 달하는 곳도 있었다. 해당 학교의 경우 야구부 버스를 통해 선수들이 통학하고 있다.
대학 야구 현장說, "환경 갖춘 상태에서 규정 둬야"…상황 변화 필요하다
해당 대학교 감독은 "선수들이 강의를 듣고 보통 오후 5시쯤 나온다. 거리가 있다 보니 야구장에 돌아오면 7시 전후가 된다. 식사하고 준비하다 보면 저녁 8시가 넘어간다. 실질적으로 운동할 수 있는 시간이 2시간이 채 되지 않는다"라며 "학점 미만 출전 금지 제도가 있기 전까지는 하루에 야구할 수 있는 시간이 반나절 정도 있었다. 지금은 최소한의 훈련 할 수 있는 시간 마저 부족하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조명 시설 없는 학교의 경우 상황이 더 안 좋기 때문에 실내에서 연습을 이행한다고 들었다. 선수들 공부시키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최소한 수업 이후 제대로 야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준 상태에서 '학점 미만 제도'를 운영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또 다른 대학 야구 관계자 역시 "규정을 만드는 윗분들이 현장 상황을 제대로 파악해 주길 바란다. 조명 시설, 학교와 야구장의 이동 거리 등 환경이 나아진 상태에서 공부와 병행한다면 크게 반대할 이유가 없다. 또 나아진 상황에서도 현장에서 학업 탓을 한다면 그건 문제일 것"이라며 "대학 야구가 망했다는 소리를 일명 '윗사람'들이 많이 하신다. 그 말을 하기 전에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눈에 보이는 '공부하는 학생 선수'를 만들기 위해 급급한 규정을 만드신 그 윗사람들의 반성 역시 필요하다. 방망이가 없는데 공을 칠 수 없지 않나. 선수들이 학교 갔다 온 이후 야구를 제대로 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게 해준 뒤 학점 미만 출전 금지 제도를 이행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황이 나아져야 공부하는 대학 선수도, 대학 지명률 두마리 토끼를 챙길 수 있을 것이다. 대학 야구의 위기는 선수들이 만든 것이 아닌 어른들이 만든 문제다. KBO와 협회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기 전에, 선수들이 야구할 수 있는 환경부터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사진=MHN스포츠 DB,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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