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의 땅을 걷는 특별한 길
민통선 안쪽, 금강산 향한 발걸음
양구 DMZ 평화의길 26코스 첫 개장

여행이 우리에게 주는 감동은 단지 풍경에 있지 않다. 익숙한 삶을 잠시 벗어나 낯선 길을 걷고, 오래된 시간을 만나는 그 순간에 진짜 힐링이 찾아온다.
익숙한 도시의 소음에서 벗어나 자연의 고요함을 마주하고, 알지 못했던 땅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는 그 경험이야말로 여행의 본질이다.
만약 지금까지 가보지 못한 특별한 곳에서 그런 감정을 느껴보고 싶다면, 이 길은 분명 놓쳐선 안 된다. 강원도 양구에 있는 DMZ 평화의길 26코스, ‘금강산 가는 옛길’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름만으로도 묘한 울림을 주는 이 길은, 단순한 도보 코스를 넘어 역사와 평화가 만나는 공간이다.

3일, 양구군은 ‘DMZ 평화의길 26코스’를 올해 처음으로 개장했다고 밝혔다. 많은 사람들에게 아직 생소할 수 있는 이 코스는 민간인통제선(민통선) 북쪽에 포함된 매우 이례적인 트레킹 구간이다.
트레킹은 양구군 동면 비득안내소에서 출발해 두타연 주차장까지 약 8km를 걷는 코스로 진행된다.
길을 걷다 보면 한반도 분단의 현실과 평화에 대한 염원이 고스란히 발에 닿는 듯한 기분이 든다. 평화의 메시지와 함께 과거 분단의 흔적을 직접 느낄 수 있는 상징적인 장소인 만큼, 단순한 여행지 이상의 감동을 전한다.
‘금강산 가는 옛길’이라는 이름처럼 이 길은 단순한 트레킹 코스가 아니다. 한반도 분단의 상징인 DMZ의 안보 현장을 실제로 걸으며, 금강산으로 향하던 옛사람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역사적 여정이기도 하다.

길 위에서 만나는 작은 안내 표지판 하나에도 수십 년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 길을 따라 걷는 것만으로도 오래전 시간 속으로 들어간 듯한 감각을 경험할 수 있다. 이 길은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와는 다른 기억과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참여자는 안전관리 요원과 인솔자의 안내에 따라 약 2시간 30분 동안 걷게 되며, 신분증 지참은 필수다.
누구에게나 쉽게 열려 있지 않은 이 길이 갖는 상징성은 그 자체로 깊은 울림을 준다. 경계의 땅을 걷는 경험은 단순한 여행을 넘어, 개인의 기억과 국가의 역사 속으로 들어가는 행위이기도 하다.
이번 탐방은 사전 예약제로 운영된다. 여행을 원하는 사람은 탐방일 기준 20일 전부터 안보 관광지 통합관리시스템 누리집(www.dmz.go.kr)에서 예약할 수 있으며, 탐방일 7일 전에 예약을 마쳐야 한다.
제한된 인원만 입장할 수 있는 만큼, 원하는 날짜가 있다면 미리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다.

탐방객의 편의를 위해 양구군은 하루 1회 무료 셔틀버스를 운영한다. 오전 8시 40분, 양구읍 레포츠공원 주차장에서 출발한 셔틀은 비득안내소로 이동하며, 도보 트레킹 종료 후에는 두타연 주차장에서 이목정 안내소를 거쳐 다시 레포츠공원으로 되돌아오는 경로다.
셔틀을 이용하면 교통 걱정 없이 순수한 걷기의 즐거움에만 집중할 수 있다. 이른 아침 산 공기를 마시며 출발한 버스가 자연 속으로 들어설 때, 여행은 이미 시작된 것이다.
비록 8km의 짧은 거리일지라도, 그 안에 담긴 시간과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걷는 발걸음마다 되새기는 역사의 조각, 바람에 실려오는 옛사람들의 숨결이 낯설고도 깊은 인상을 남긴다.
당신의 여름, 이번엔 남들과는 조금 다른, 분단과 평화를 동시에 마주하는 특별한 여정이 어떨까. 이 길 위에서 당신은 분명 이전과는 다른 감정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