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버틴 사장님 고물가·고금리에 빚더미 앉았다
복합불황에 짓눌린 서민경제
개인사업 대출연체 9년만 최고치
대구신보 금리지원 끝나 이자↑
1%대 금리 6.9%까지 치솟기도
"어려운 상황이 지속돼 부득이하게 오늘부터 운영을 종료합니다."
대구 북구 칠곡지역의 한 사우나는 지난달을 마지막으로 폐점했다. 2000년 초 개점 후 설과 추석을 제외하고는 한 번도 문을 닫은 적이 없었다. 널찍한 탕과 깨끗한 물, 현대식 시설로 칠곡에선 인지도가 높은 곳이다. 덕분에 이 사우나만 고집하는 단골도 많았다. 코로나 같은 암흑 속에서도 잘 견뎌냈지만 가스·수도 요금과 인건비 탓에 운영비가 치솟으면서 결국 두 손을 들었다. 이 사우나 관계자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단골 손님에게 죄송한 마음뿐"이라고 했다.
고금리, 고물가 장기화에 글로벌 공급망 위기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이른바 '복합불황시대'를 맞아 가계, 기업, 소상공인 등 경제주체들이 저마다 곡소리를 내고 있다. 기약 없는 금리인하 기대감은 '희망고문'으로 작용한 지 오래다.
그중에서 골목경제 활성화 최전선에 있는 소상공인(개인 사업자)이 가장 많이 고통을 호소한다. 가처분소득이 빈약한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았다. 자연히 소상공인 매출은 곤두박질쳤다. 내수 부진의 직격탄을 맞은 것. 매출이 줄면서 은행 빚은 쌓여만 간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0.54%로 2015년 이후 9년 만에 최고치다. 석 달 이상 연체한 대출액은 30조원을 넘어섰다. 개인사업자 폐업률도 9.5%로 1년 전과 비교해 0.8%포인트 상승했다. 폐업자 수만 91만명을 넘어섰다.
◆경제적 고충 심화
대구 동구 신암동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40대 A씨는 2020년 대구신용보증재단의 도움을 받아 금리 1.5%로 3천만원을 대출받았다. 코로나 때 큰 도움이 됐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원리금 상환 유예가 끝나면서 1%대였던 금리가 6. 9%까지 치솟았다. 대구신보의 금리 지원이 끝나면서 '은행 금리'로 전환된 것. A씨는 "금리가 바뀌면서 한 달에 내는 이자만 10만원 가까이 차이가 난다"며 "갚아야 할 대출이 3천만원만 있는 것도 아니고, 요즘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대구신보의 올 1분기 대위변제액은 347억4천300만원(2천534건)이다. 1년 전 같은 분기(241억500만원·1천689건) 대비 44.1%(106억3천800만원) 늘었다. 분기 단위기준으로 역대 최고액이다. 대위변제는 차주가 원금을 상환하지 못할 때 정책기관이 대신 빚을 갚아주는 것이다. 이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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