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탐사보도] 신음하는 동해, 수천 억 쏟아 부은 ‘바다숲’…현장에선 사라지고 서류에만 남았다

김웅희 기자 2026. 1. 26.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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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해양특별취재팀 구성…해양 탐사 대장정 시작
부실시공·감리 공백에 흔들리는 바다숲 사업
동해안 맞춤형 공법 도입했지만 한계 노출
사진과 영상으로 끝나는 준공검사…‘셀프 감리’ 구조
사업 전반 정부 차원 전면감사 불가피
강원 강릉시 연곡면 해역에서 '수중 저연승' 방식으로 설치된 인공구조물이 부실공사로 인해 해조류 종자가 모두 탈락한 채 방치돼 있다. 해양특별취재팀
포항시 호미곶면 강사리 해역에서 '복합 저연승' 방식을 적용한 바다숲 조성사업이 효과를 거둬 인공구조물에 해조류가 대량 번식하고 있다. 해양특별취재팀

바다는 지역 경제를 떠받치는 기반이자, 기후와 생태계를 지탱하는 핵심적인 자연 인프라다. 연안을 지키는 일은, 곧 지역의 현재와 미래를 지키는 일이다. 그만큼 해양 훼손을 최소화하고, 건강한 바다를 다음 세대에 물려 줄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

대구일보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해양특별취재팀을 구성, 동해안 연안해역을 중심으로 지역 해양생태계의 현주소를 점검하는 '해양 탐사보도'를 시작한다. 본보는 한국재난구조단 경북지사의 도움을 받아 수중탐사 등 현장 취재와 방대한 자료 분석 등을 통해 바닷속과 주변 상황, 해양정책과 보전 사업의 실효성 등을 심도 있게 점검해 지속가능한 보전과 이용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이에 특별취재팀은 지난해 상반기(2025년 1월~6월) 울산에서 출발, 경북을 거쳐 강원도에 이르기까지 동해안의 바닷속과 주변 지역을 탐사하는 대장정의 첫 발을 내딛었다. 지난해 상반기 1차 해양 탐사에서 바닷속 생태계 모습, 해양자원의 보존 및 관리, 해양 관련 사업 실태 등을 집중 취재했다.

1차 탐사에서는 놀라운 바닷속 생태계 모습은 물론, 해양자원과 해양 관련 사업에 상당한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취재됐다. 이를 기반으로 특별취재팀은 현재 해양 탐사보도 영역을 넓혀가며 탐사 취재를 이어가고 있다.

본보는 지난해 탐사 취재한 동해안 바닷속의 실태부터 연재를 시작한다. 해양 탐사와 이를 통한 연재를 통해 바다의 가치를 다시 묻고, 독자들과 함께 해양 보전의 방향을 고민하고자 한다.

수천억 원의 국가 예산이 투입된 동해안의 바다숲 조성사업을 둘러싸고 실효성 논란이 거세다. 부실시공과 형식적인 감리, 미흡한 사후관리로 사업은 현장이 아닌 서류 속에만 존재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운영방식과 성과를 둘러싼 문제 제기는 해마다 반복되지만, 개선의 흔적은 찾기보기 어렵다. 성과 평가는 문서로만 이뤄지고, 막대한 예산 집행에 대한 투명성과 책임성도 제대로 검증되지 않고 있다.

이처럼 관리 부실이 되풀이되는 상황에서 제도 개선 없이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인 예산 집행을 바로잡기 위해 사업 전반에 대한 철저한 감사가 요구된다.
본보 해양특별취재팀이 경북 포항시 호미곶면 강사리 해역에서 풍성하게 자라난 해조류 군락을 살피고 있다. 해양특별취재팀
본보 해양특별취재팀이 경북 포항시 호미곶면 강사리 해역에서 풍성하게 자라난 해조류 군락을 살피고 있다. 해양특별취재팀

갯녹음 피해 실태

갯녹음은 연안 암반에서 해조류가 사라지고, 무절석회조류가 하얗게 덮여 '바다 사막화'로 불리는 현상이다. 무절석회조류가 살아있을 때는 분홍색이지만, 죽으면 흰색으로 보여 '백화'라고도 한다.

갯녹음이 일어나면 연안의 바다숲이 사라지고, 바다숲을 먹이와 서식지로 삼던 어족자원도 함께 줄어든다. 정부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9년부터 바다숲 조성사업을 추진해 왔다.

바다숲은 연안 암반이나 인공구조물에 감태나 모자반 등 해조류를 심어 해양생태계를 복원하는 공간이다. 이 사업은 해마다 확대되며 국가의 주요 해양 환경정책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정책 확대에도 불구하고, 갯녹음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2024년 국내 연안 암반 면적 428.44㎢ 가운데 37.13%인 159.07㎢에서 갯녹음 현상이 확인됐다. 지역별로는 동해가 49.26%로 가장 많았다. 이어 제주 39.02%, 남해 17.61%, 서해 8.20% 순이었다. 특히, 동해안은 절반에 가까운 암반에서 해조류가 사라진 상태다.

이 같은 현실 속에서 한국수산자원공단은 바다숲 조성사업에 매년 300억 원 이상 국비를 투입하고 있다. 2030년까지 전국 연안에 5만4천㏊ 규모의 바다숲 조성이 목표다. 한국수산자원공단 동해본부는 갯녹음이 특히 심각한 동해안의 여건을 고려해 깊은 수심과 빠른 해류에 대응한 현장 맞춤형 바다숲 조성방식을 도입했다.

'수중 저연승' 공법 한계

동해안 바다숲 조성에 도입된 대표적 공법은 '수중 저연승'이다. 해조류 종자를 부착한 밧줄을 자연 암반이나 인공구조물에 앙카를 박아 고정한 뒤 수중에 띄워 포자가 주변으로 확산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해저 직접 이식보다 정착률이 높고, 넓은 면적에 적용할 수 있어 핵심 공법으로 활용돼 왔다.

하지만 본보 취재 결과, 실제 현장에서는 이 방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사례가 다수였다. 지난해 동해안 신규 조성지 8곳 가운데 6곳에서 종자 훼손과 시설 파손 등 부실시공 사례가 확인됐다. 강한 조류와 파랑을 견디지 못해 해조류가 대부분 탈락했고, 밧줄이 끊긴 채 방치된 저연승 시설도 곳곳에서 발견됐다. 일부 지역은 준공 후 1주일도 지나지 않아 구조물이 기울거나 침하돼 해조류 생육 흔적조차 찾기 어려웠다.

반면, '수직 연승'과 '복합 저연승' 등 새로운 방식이 적용된 나머지 2곳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상태를 보였다.

◆유명무실 준공검사…재시공 명령도 무력

전문가들은 바다숲 조성사업의 부실이 반복되는 근본 원인으로 한국수산자원공단의 감리체계를 지목한다. 현재 공단은 준공검사를 시공사가 제출한 사진이나 영상자료로 갈음하고 있다. 시공사가 현장을 촬영해 제출하면, 공단이 이를 토대로 준공 여부를 판단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시공과 감리를 사실상 동일한 주체가 맡는 '셀프 감리'가 관행처럼 굳어졌다.

사후관리 역시 유명무실하다. 부실시공이 확인돼 재시공 명령이 내려져도 일부 업체는 이를 이행하지 않은 채 버티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행정제재 수단이 마땅치 않아 공단도 사실상 속수무책이라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미 집행된 예산은 회수되지 못하고, 추가 보완이나 재조성에 다시 예산이 투입된다. 부실시공과 형식적 감리, 무력한 사후조치가 고질적으로 되풀이되는 구조다.

여기에 인력 부족 문제도 겹친다. 공단 동해본부의 사업 구역은 부산에서 강원도까지 광범위하다. 하지만 바다숲 조성공사를 전담해 감독하는 인력은 단 2명에 불과하다.

"면적 확대보다 생존율"…전면 감사 필요

전문가들은 바다숲 조성사업의 성과를 조성면적 확대 만으로 평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해조류가 실제로 정착해 생태계로 기능하는지 여부가 핵심인데, 현행 사업 평가는 서류상 준공과 조성면적 달성에 치우쳐 있다는 것이다.

환경단체들은 현장 확인 없이 사진과 영상자료 만으로 예산이 집행되는 구조 속에서 부실시공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감리체계와 예산 집행과정, 재시공 명령 이행 여부까지 포함해 감사원 차원의 전면적인 감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책임 구조를 바로잡지 않으면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수산자원공단은 일부 구간에서 강한 조류와 기상 악화로 시설 손상이 발생한 점은 인정했다. 다만 문제가 확인된 지역에 대해서는 보완공사를 진행 중이며, 준공 이후 관리체계 개선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장과 서류의 괴리는 반복되고 있다. 해양공학 분야의 한 전문가는 "해양공사는 환경 변수의 영향이 크기 때문에 현장 점검이 핵심"이라며 "사진과 영상 위주의 준공검사로는 부실을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설치 여부가 아니라, 일정기간 이후 해조류 생존 여부를 점검하는 사후관리가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환경단체들도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시공사가 제출한 자료 만으로 예산을 집행하는 구조에서는 국민이 낸 혈세 낭비를 막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단체 관계자는 "감리는 제3자의 독립적 점검이 원칙인데, 현행 감리체계는 사실상 무너진 상태"라고 지적했다.
강원도 삼척시 근덕면 해역 바다숲 조성사업 현장. 자연 암반에 직접 이식한 해조류가 정착하지 못하고 모두 탈락하는 바람에 암반 표면이 하얗게 변해 있다. 해양특별취재팀
강원도 삼척시 근덕면 해역 바다숲 조성사업 현장. 자연 암반에 직접 이식한 해조류가 정착하지 못하고 대부분 탈락하는 바람에 암반 표면이 하얗게 드러나 있다. 해양특별취재팀
강원도 삼척시 근덕면 해역 바다숲 조성사업 현장. 암반에 직접 이식한 해조류가 정착하지 못하고 대부분 탈락하는 바람에 암반 표면이 허얗게 드러나 있다. 해양특별취재팀

해양특별취재팀=신준민 기자 sjm@idaegu.com 김웅희 기자 woong@idaegu.com 한국재난구조단 경북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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