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시승] 스포티지를 향한 재도전, 현대차 신형 투싼

현대차 4세대 투싼이 부분 변경을 치렀다. 외모만 보면 차이점을 구분하기 어렵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부분 변경’에 충실한 업데이트를 거쳤다. 시승을 통해 투싼의 새로운 포인트는 물론, 소비자들이 궁금해하는 듀얼클러치 변속기의 장단점을 함께 체크했다. 서울-양양을 왕복하며 장거리 연비도 알아봤다.

글|사진 서동현 기자(dhseo1208@gmail.com)

‘4만3,744대’와 ‘6만9,749대’. 각각 투싼과 스포티지의 2023년 국내 판매량이다. 투싼이 스포티지에게 성적을 따라잡힌 건 약 2년 전부터. 스포티지가 2021년 풀 체인지를 거친 뒤, 3년 연속 동급 SUV 1등 자리를 거머쥐고 있다. 특히 21년도와 22년도 누적 판매량은 스포티지가 2배 이상 압도했다. 투싼이 겨우 1년 먼저 완전변경 모델로 거듭났을 뿐인데, 소비자 반응은 엇갈렸다.

투싼 입장에선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역전을 위해 신형을 출시하면서 경쟁력을 키우기로 했다. 새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품은 대형 모니터와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 스포티지에 없는 편의장비를 담아 차별화했다. 콘셉트는 명확하지만 실용성은 부족했던 인테리어도 대폭 개선했다.

① 익스테리어

4세대 투싼의 디자인은 상당히 파격적이었다. 날개를 펼친 듯한 주간 주행등과 날이 바짝 선 옆면 캐릭터라인 및 리어램프까지 얌전한 구석이 없었다. 특히 투싼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역삼각형 램프 및 라디에이터 그릴은 ‘역대 가장 스포티한 투싼’으로 만들었다. 신형은 기존의 신선함은 이어가되, 보다 정제된 디테일로 외모의 호불호 포인트를 줄였다.

가령 완벽한 삼각형이었던 주간 주행등 조각을 반듯한 육각형으로 다듬었다. 입체감까지 뛰어나 이전보다 성숙하고 고급스러워 보인다. 범퍼는 N 라인이 아닌 기본형임에도 과격하게 바꿨다. 블랙 크롬 컬러로 칠한 현대 엠블럼과 라디에이터 그릴, 강렬한 얼티메이트 레드 메탈릭 색상 차체, 19인치 알로이 휠이 모여 다부지고 강인한 인상을 만든다.

뒷모습 변화는 범퍼 디자인 수정에 그쳤다. 빼곡했던 다이아몬드 패턴을 지우고 은색 스키드 플레이트 면적을 좌우로 늘렸다. 많은 소비자들이 위로 올려달라고 요구했던 방향지시등은 오히려 아래로 살짝 더 내려갔다. 안전거리를 확보하면 충분히 보인다는 의견도 있지만, 꽉 막히는 정체길에서의 불편함과 수리비 등 분명히 불편한 점도 있다. 다음 세대 투싼에서는 다시 높게 올라오길 바랄 뿐이다

② 인테리어

겉모습보다 중요한 부분은 실내다. 구형보다 깔끔하고 실용적으로 변했다. 12.3인치 모니터 두 개를 연결한 커브드 디스플레이를 얹고, 대시보드 빈 공간에 선반을 만들었다. 센터콘솔도 공중으로 띄워 작은 가방 정도 넣어둘 수 있는 자리를 확보했다. 기어 버튼을 뺀 자리엔 스마트폰 무선 충전 패드를 넣었다. 모든 배치가 유별나지 않고 자연스럽다.

운전석은 동생인 코나와 판박이다. 엠블럼 없는 3-스포크 스티어링 휠과 칼럼식 기어레버까지 그대로 가져왔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편의장비를 대폭 강화했다.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ccNC(connected car Navigation Cockpit)’ 덕분에 중앙 모니터와 스마트폰을 무선으로 연결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 오토와 카플레이 역시 지원한다. 인스퍼레이션 트림을 고르면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들어간다. 모두 스포티지에는 없는 옵션이다.

또 다른 포인트는 정숙성·안전성 개선. 기존 인스퍼레이션 트림에만 들어갔던 1열 이중접합 차음유리를 모든 트림에 기본화했다. 앞바퀴 휠 가드와 C 필러 속 흡차음재는 한층 보강하고, 운전석 하단과 B 필러에는 흡차음재를 새로 적용했다. 에어백 개수는 2열 사이드 에어백 추가로 8개까지 늘어났다. 2열 안전벨트 프리텐셔너도 기본 사양.

뒷좌석과 트렁크 환경은 이전과 같다. 쿠션 길이와 무릎 공간, 등받이 각도 조절 범위, 머리 공간까지 모두 쾌적하다. 4세대로 넘어오며 체격을 확 키운 결과다. 트렁크 용량은 VDA 기준 622L. 2열 시트를 접으면 쿠션도 함께 내려가며 반듯한 바닥이 나온다. 단, 하이브리드는 쿠션 아래에 배터리가 들어가 시트를 폴딩해도 경사각이 꽤 크다.

③ 파워트레인 및 섀시

파워트레인은 구형과 똑같이 가솔린과 디젤, 하이브리드 세 가지로 나뉜다. 시승차의 심장은 직렬 4기통 1.6L 스마트스트림 가솔린 터보 엔진. 최고출력과 최대토크는 각각 180마력 및 27.0㎏·m다. 여기에 듀얼클러치 방식의 7단 자동변속기를 맞물려 앞바퀴를 굴린다. 연비는 19인치 휠 기준 복합 12.0㎞/L. 17인치 및 18인치 휠을 끼우면 1L당 12.5㎞까지 올라간다.

신형 투싼의 보도자료가 나왔을 때 가장 주목받은 부분은 다름 아닌 ‘변속기’였다. 호불호가 큰 듀얼클러치(DCT) 방식을 여전히 고수했기 때문이다. 가령 기아 셀토스는 부분 변경을 치르며 7단 DCT→8단 토크컨버터 자동변속기로 바꿔 괜찮은 반응을 얻었다. DCT는 동력 손실이 적고 무게가 가벼우며, 부피가 작다는 장점이 있다. 대신 특정 상황에서 울컥거리는 현상이 나타난다. 주로 저속 구간에서 속도가 오르내릴 때 경험할 수 있는데, 수동변속기의 구조를 지니고 있어 일반 자동변속기에 없는 미세한 충격이 있다.

④ 주행성능

이를 겪어보기 위해 서울 강남 한복판에 뛰어들었다. 거의 모든 신호에 걸릴 정도로 심한 정체길이었다. 토크컨버터식 변속기와의 차이는 분명히 있다. 앞 차를 따라 슬금슬금 움직이다가 가속 페달을 꾹 밟아 속도를 올릴 때, 엔진과 변속기가 약하게 ‘쿵’ 하며 서로 맞물리는 느낌을 종종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충격’이라고 표현할 수준은 아니다. 변속 감각이 토크컨버터 방식보다 선명할 뿐이다. 경사로에서 밀리는 현상도 시승 동안에는 경험하지 못했다. 다만 짧게 시승하는 입장에서 DCT의 ‘내구성’만큼은 단정 지을 수 없었다. 투싼 등 7단 DCT 모델을 실제로 운행하는 소비자의 글을 보면, 10만㎞ 부근에서 클러치를 교체했다는 후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시내 주행 비중이 높은 운전자에겐 추천하지 않는 분위기다.

가속 상황에서의 반응은 훌륭하다. 기어를 내려 엔진 회전수를 띄우고, 다음 단으로 갈아타는 과정이 빠르고 경쾌하다. 최대토크도 고작 1,500rpm에서부터 나와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 데 스트레스가 없다. 스포츠 주행을 즐기기에 충분한 스펙은 아니지만, 엔진 특성과 변속기, 의외로 탄탄한 하체가 만나 젊은 운전 감각을 만들었다.

시내 주행을 마친 뒤, 이번엔 고속 연비를 확인하기 위해 서울-양양을 왕복했다. 성인 남성 두 명이 탑승해 양양으로 이동했을 때 결과는 ‘15.9㎞/L’. 주행거리는 173.2㎞였다. 도심을 빠져나가기 전에는 11.0㎞/L 전후를 맴돌았으나, 고속도로에 오른 뒤 꾸준히 올라 만족스러운 결과를 냈다. 서울로 복귀할 땐 181.4㎞를 달려 ‘15.2㎞/L’를 기록했다. 16.1㎞/L까지 올렸던 수치를 복잡한 퇴근길에서 지켜내지 못했다. 결론적으로 제원표의 고속 연비인 13.6㎞/L는 무난하게 뛰어넘었다.

장시간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투싼의 다양한 장점도 알아볼 수 있었다. 첫 번째는 고속 주행 안정성이다. 저속에서는 서스펜션이 다소 탱탱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속도를 올릴수록 차체가 노면을 붙드는 느낌이 좋다. 큰 요철을 만난 뒤 자세를 고쳐 잡는 과정이 빨라 심리적으로 편안하다. 도로 포장 상태에 따라 가끔씩 들어오는 잔진동만 빼면 상당히 만족스럽다.

두 번째는 시야. 인테리어 디자인은 풀 체인지 수준으로 바꿨지만, 특유의 널찍한 시야는 그대로다. 키 164㎝인 내가 시트를 가장 아래로 내려 앉아도 보닛과 앞 유리가 만나는 지점이 훤히 보인다.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대시보드 상단보다 낮게 자리했기 때문. 신규 옵션인 헤드업 디스플레이까지 더하니 초보 운전자 입장에서도 주행 상황을 인지하기가 쉽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의 섬세함도 마음에 들었다. 설정 메뉴에서 ‘가속 강도’와 ‘반응 속도’를 가장 민감하게 설정하면, 차선을 바꾸며 느릿느릿한 앞 차를 추월할 때 마치 내가 직접 운전하듯 빠르게 속도를 올린다. 운전대 조작 인지 방식은 감압식. 그러나 여느 정전식 스티어링 휠 못지않게 민감하다. 직선 구간에서도 아주 조금만 힘을 주면 ‘핸들을 잡으십시오’ 경고를 지울 수 있다.

⑤ 총평

신형 투싼의 가격은 모던 2,771만 원, 프리미엄 3,048만 원, 인스퍼레이션 3,439만 원이다. 스포티지와 비교하면 트림별로 각각 234만, 101만, 165만 원씩 비싸다. 따라서 중간 트림부터 투싼의 경쟁력이 높다.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기본이며, 최상위 트림에 디지털 키 2와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들어가기 때문이다.

나무랄 데 없는 상품성으로 돌아온 투싼. 넉넉함에 실용성을 더한 실내 공간과 활기찬 운전 감각, 상위 모델 부럽지 않은 편의장비로 무장했다. 이를 바탕으로 2024년에는 스포티지의 인기를 다시 한번 앞지를 수 있을지 궁금하다.

장점
1) 수납공간을 확 키운 실내
2) 최신 기능이 가득한 커브드 디스플레이

단점
1) 이전보다 더 내려간 뒤쪽 방향지시등

<제원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