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시청자들이 K-드라마 보고 화난 이유, 알고 봤더니..

조회수 2024. 3. 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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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는 야만"?..K드라마에 해외 시청자가 뿔난 데엔 이유가 있다
'눈물의 여왕' 속 홍수철이 아프리카를 언급한 대사가 "무지하다"는 의견이 X(구 트위터) 등을 통해 제기됐다. '눈물의 여왕'은 국내 tvN 작품이지만, 글로벌 OTT 플랫폼 넷플릭스를 통해서도 전 세계에 공개되고 있다. 사진출처=넷플릭스

"우선 아프리카는 국가도 아니고 단일체도 아닙니다. 대륙 전체를 야생, 야만과 연관 짓다니."

현재 인기리에 방영 중인 tvN 토일드라마 '눈물의 여왕'(극본 박지은·연출 장영우)의 지난 16일 방송분에서 홍수철(곽동연)의 대사를 두고 해외 시청자가 SNS에 올린 글의 일부이다.

시청자가 지목한 장면은 수철이 아버지 범준(정진영)에게 아프리카 여행담을 털어놓으면서 "제 20대는 정말 야생과 야만의 대격돌이었다"고 말하는 데서 시작된다.

"일주일 갔다가 모기 많다고 호텔에만 있다 돌아온 거 말하는 거냐?"는 범준의 비아냥에 수철은 "창밖 풍경만으로도 야생은 느낄 만큼 느꼈다"고 대꾸한다.

극중 수철의 허세 가득한 성격을 단적으로 표현한 장면이지만, 여러 나라로 구성된 아프리카라는 대륙을 하나의 범주로 묶어 '야생'과 '야만'이라는 표현을 한 것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또 다른 시청자는 SNS에 "(이 장면으로)수철이 얼마나 무지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라지만, 아프리카를 언급하지 않고 다른 방법으로 보여줄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의견을 남기기도 했다.

● '킹더랜드'→'닭강정', 아랍권 시청자들의 잇단 질타

이처럼 한국드라마가 다른 문화권을 묘사하며 논란이 불거진 사례는 최근에도 있었다.

3월15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닭강정'(극본·연출 이병헌)은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을 언급했다가 아랍권 시청자들로부터 "왕실을 비하했다"는 질타를 받았다.

문제의 장면은 '닭강정' 10회에서 고백중(안재홍)이 '옐로팬츠'라는 가수로 큰 성공을 거둔 뒤 그의 공연을 보기 위해 전 세계 팬들이 한국으로 모여드는 설정이었다.

극중 옐로팬츠의 비서가 '사우디 왕실에서 왕세자 부부가 볼 수 있게 티켓을 빼달라'고 한다. 이에 고백중이 "요즘 세상에 누가 그런 청탁을 다 하나?"라며 한숨을 쉰 뒤 "(공연을 보기에 시야가 좋지 않은)A석으로 줘"라고 말한다.

해당 장면을 두고 사우디아라비아 시청자들은 자국의 왕실을 비하했다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실제 세계 최대 규모 평점 사이트인 IMDb에 오른 사우디아라비아 시청자들의 평점은 1점(10점 만점)이 압도적이다.

이에 대해 제작진은 "'닭강정'은 허구의 이야기를 다룬 픽션으로, 옐로팬츠의 인기가 그만큼 전 세계적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의도였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닭강정'(위)과 '킹더랜드'의 한 장면. 사진제공=넷플릭스, JTBC

지난해 방송된 JTBC 드라마 '킹더랜드'도 아랍 왕자 설정을 두고 아랍 문화를 왜곡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극중 아랍 왕자 사미르(아누팜 트리파티)가 호화로운 술집에서 여성들에 둘러싸인 모습으로 등장하면서다.

이에 아랍권 시청자들은 아랍 왕자로 설정된 사미르가 바람둥이로 묘사된 점, 술이 금지된 율법을 존중하지 않은 점, 아랍 왕자 사미르를 인도 국적의 아누팜 트리파티가 연기한 점 등을 지적하며 아랍 문화에 대한 이해조차 없는 제작진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당시 IMDB에 평점 1점과 함께 리뷰를 남긴 한 시청자는 "아랍 왕자를 모욕적인 방식으로 대표하는 캐릭터를 만들었다"면서 "심지어 아랍인도 아니다"고 비판했다.

● K콘텐츠 제작자에게 필요한 건 "농담이라도 주의 필요"

한국 콘텐츠가 자국에서만 소비되는 시기가 아니다. '눈물의 여왕'과 '킹더랜드'는 각각 국내 방송 채널인 tvN과 JTBC의 작품이지만, 글로벌 동영상 온라인 서비스(OTT)인 넷플릭스를 통해서도 전 세계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다.

나아가 글로벌 플랫폼의 증가와 함께 다양한 국가에서 같은 시기에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게 되면서 해외 시청자들의 반응도 즉각적으로 나온다.

때문에 제작자들의 책임감 역시 커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는 자세와 함께 국내 시청자뿐 아니라 글로벌 시청자에 대한 배려와 함께 다른 나라의 인종과 문화를 다룰 때에는 섬세한 검수 과정을 거쳐 제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드라마 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는 "과거 K콘텐츠가 세계시장을 대상으로 하지 않았을 때에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이제는 유튜브나 OTT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다"면서 "우리와 다른 문화권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아무리 농담이라고 해도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기 검열을 하라는 건 아니지만 불필요한 논란과 논쟁이 벌어지지 않도록 사전에 점검할 필요성이 있지 않나 싶다"면서 "그것이 한국 콘텐츠를 좋아하는 세계 시청자와 수용자에 대한 예의일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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