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화의 미를 담다, 제네시스 G90 블랙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검정색이 아니다. 한 폭의 그림과도 같은 예술 작품이다.

글 | 유일한 사진 | 최재혁

진짜 멋을 안다면 블랙을 잘 사용해야 한다. 화려한 색상의 수트보다는 정갈하게 다듬은 블랙 수트가 더 멋있게 보일 때가 많다. 그 블랙이 눈에 보이지 않는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를테면 권위와 위엄, 신비함, 편안함, 보호, 결단성, 의젓함, 우아함 등이다. 그리고 다른 세계로의 안내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 그래서 고급 자동차에는 예외 없이 검은색이 들어간다. 또는 '블랙 에디션'이라는 특별한 자동차가 나오기도 한다.

제네시스도 당연히 라인업에 블랙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고급스러움을 강조하는 플래그십 세단 G90 정도가 되면, 고객이 구매할 때 당연히 블랙을 선택할 수 있다. 그런데 그 블랙을 좀 더 강조하는 형태의 G90이 새로 추가됐다. 바로 '제네시스 G90 블랙'이다. 단순히 차체가 검정색인 것을 넘어, 그릴을 비롯한 곳곳에 손을 대 검정색의 미를 강조한다. 제네시스만의 우아함과 고급스러움, 진정성이 더욱 더 강조된다.

제네시스CMF개발팀 남택성 팀장이 금강전도를 설명하고 있다.

겸재 정선의 동양화에서 영감을 얻다

제네시스는 '한국의 미'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을 가진다. 그렇다면 제네시스 G90 블랙은 어떤 한국의 미를 지니고 있을까? 그것은 바로 동양화다. 전시되어 있던 겸재 정선의 '금강전도'를 보면, 동양화의 멋을 알 수 있다. 먹을 진하게 혹은 옅게 사용하면서 원근감을 보여주는 특유의 동양화 그리고 여기에 자신만의 화풍을 더해 한국 고유의 풍경을 표현한 작품이다. 그렇게 먹을 농도에 따라 사용하는 방법이 제네시스 G90 블랙에 영감을 주었다.

G90 블랙은 한 채도의 검은색만 사용한 것이 아니다. 자세히 보면, 차체 색상과 그릴의 색, 제네시스 특유의 엠블럼 색, 휠의 색이 모두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공통적으로 검은색이라고 표현되기는 하나, 그 검은색의 농도가 절묘한 경계를 구성하며 자동차의 형상을 만든다. 베일이 벗겨지면서 모습을 드러낸 G90 블랙은 그간 보지 못했던 감각과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냈다. 강렬하지만 부드럽고, 우아함이 깃든 전면은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자세히 보면 이 차, 크롬이 없다. 이름부터 블랙이니 당연한 것이겠지만, 그 동안 사이드 몰딩이나 범퍼 하단, 문 손잡이를 당연한 듯 감싸고 있던 크롬까지 사라져 있으니, 그만큼 정성을 들여 만든 자동차라는 것이 바로 느껴진다. 그리고 헤드램프도 정성스레 검은색을 적용해 고급스러움이 배가된다. 단, 사각형의 MLA 모듈 하나하나까지 검은색을 적용하지는 않았다. 헤드램프의 밝기 문제도 있어 이 정도로 타협했다고.

뒷모습이 일반 모델보다 더 고급스럽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후면의 제네시스 레터링까지 모두 검은색이 되었으니 말이다. 전시된 G90 블랙은 유리창에도 블랙 틴팅을 해 두었기에 멀리서 보면 마치 검은 돌을 깎아서 만든 자동차를 보는 기분이 든다. 참고로 출고 시에는 당연히 유리창 틴팅이 없으므로, 전시 모델과 비슷한 분위기로 만들고 싶다면 틴팅은 따로 알아봐야 한다. 물론 법규를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고르도록 하자.

아, 검은색이 적용되지 못하는 곳도 있다. 문을 열었을 때 보이는 나사는 모두 검은색이지만, 문을 차체에 붙여주는 고리는 금속의 색이 그대로 드러난다. 트렁크를 열었을 때 보이는 하단의 플레이트와 고리도 은색이다. 이곳에는 검은색을 사용해도 반복되는 동작으로 인해 마찰과 벗겨짐이 일어나기 때문에 벗겨진 상태로 흉한 것보다는 처음부터 은색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실내에도 정성을 들인 검은색

외형도 그렇지만 실내 역시 검은색의 향연이다. 일단 은색으로 드러나는 곳이 없는데, 제일 놀라운 것이 바로 뱅앤올룹슨 오디오를 감싸는 커버다. 뱅앤올룹슨은 알루미늄 가공기술을 자랑하기 때문에 일부러 알루미늄 특유의 은색을 노출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는 G90 블랙의 콘셉트에 따라 그 커버도 검은색으로 다듬었다. 그래서 실내에 들어오면 전체적으로 차분한 인상이 먼저 다가온다. 그리고 장식이 의외로 눈에 띈다.

본래 제네시스 G90에도 나뭇결이나 카본을 입히고 그 위에 패턴을 새겨 도어 트림을 장식하는 부분은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나뭇결에 검은색을 입히고 그 위에 구리 색상의 패턴을 새겼다. 눈에도 잘 띄지만, 그것으로 인해 고급스러움이 배가된다. 오히려 기존 시트에서 그대로 가져온 것 같은 검은색 가죽 시트가 평범하게 보일 정도다. 본래대로라면 은색으로 빛날 센터 콘솔도 모두 검은색으로 마무리했다.

G90 블랙의 성능 자체는 일반 G90과 동일하다. 외형과 실내를 특별하게 다듬은 것이므로 사실 성능 차이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G90 블랙의 판매 가격은 1억 3,800만 원부터 시작하는데, 뒷좌석을 4인승 또는 5인승으로 다듬을 것인지 등 소소한 부분에서만 옵션을 가른다. 참고로 파워트레인은 가솔린 3.5 터보 48V 일렉트릭 슈퍼차저 사륜구동 단 하나다. 예술 작품에 가까운 제네시스 G90 블랙의 실물이 궁금하다면, 제네시스 수지에서 2024년 4월 14일까지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