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로운 직장생활] 공무원증 반납하는 2030, 그리고 ‘노량진의 밤’

권나연 2023. 9. 5.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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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로운 직장생활 ⑵공직사회 들여다보기

기성세대와 다르지만, 때로는 비슷한 고민을 하며 살아가는 MZ세대의 직장‧경제 생활을 들여다본다. 두번째로 MZ세대 공무원들의 속마음과 노량진 학원가 수험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공직사회를 떠나는 젊은 공무원들이 늘고 있다. 공무원연금공단에 따르면 2018~2022년 재직기간 5년 미만의 공무원 퇴사자는 2만8934명에 달한다. 지난해에만 무려 1만3032명으로, 2019년 7548명보다 72.6% 증가했다.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발간한 ‘90년생 공무원이 왔다’라는 책에 따르면, 1980~2000년대 출생 공무원 1810명 가운데 ‘이직을 고민한 적이 있다’고 답한 사람은 1061명으로 58.6%였다. 2030 공무원 10명 가운데 약 6명이 이직을 고민하는 셈이다. 그리고 그 고민은 실제 퇴사로 이어지고 있다. 힘겨운 수험생활을 버티고 얻어낸 공무원증을 스스로 반납하게 만드는 원인은 무엇일까.

◆보수 적지만, 그것 때문만은 아니야="앞으로의 공직사회와 공무원문화, 지금 이대로라도 괜찮겠습니까?" 

젊은 세대 공무원의 퇴사 증가는 MZ세대가 공직사회를 향해 던진 질문과도 같다.

공무원의 최대 단점으로는 ‘낮은 임금’이 꼽힌다. 9급 공무원 1호봉 기본급은 177만800원이다. 최저임금으로 환산한 월급 201만580원보다 적은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공무원은 추가수당이 많다’는 점을 짚으며 “최저임금과 단순 비교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정액 급식비 14만원, 직급 보조비 17만5000원, 대민활동비 5만원을 더하면 213만5800원이다. 최저임금 월급을 12만원가량 웃돈다. 하지만 5년차 미만의 공무원들은 수당을 더해도 건강보험료·소득세 등을 빼고 나면 생활하기 빠듯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직장인이 커뮤니티에서 ‘7급 공무원’과 ‘대기업 생산직’을 놓고 더 나은 직업에 대한 투표를 진행한 결과, 63대 36으로 ‘생산직’을 선택한 사람이 많았다. 투표에 참여한 사람은 3500여명. 대다수는 ‘보수’면에서 대기업 생산직이 낫다는 의견을 냈다.

국가직 9급 3년차 공무원 이모(29)씨는 “7월 실수령액은 198만원가량”이라며 “기본급은 182만1500원이지만 초과근무 등 각종 수당을 더하고 건강보험‧기여금‧소득세 등 약 68만원을 공제한 액수”라고 설명했다. 그는 “1인 가구라 월세와 공과금 70만원을 내면 128만원 남는다. 경조사가 많은 달은 카드값이 모자라기도 한다”며 “수험생활 기간 부모님 지원을 받아서 ‘공무원이 되면 매월 용돈을 드려야지’했는데 현실은 적금 하나 가입하기도 빠듯하다”고 말했다.  

‘적은 월급’이 공무원 사기저하의 대표적인 원인이지만, 퇴사한 사람들은 “그게 전부는 아니다”라고 선을 긋는다. 이들은 업무에 대한 설명 없이 ‘시키는 대로 하라’는 식의 수직적인 조직문화와 잦은 야근, 기본업무 외 잡일 등을 문제로 꼽았다. 행안부가 발간한 ‘90년생 공무원이 왔다’라는 책에 따르면 2030 공무원은 이직 고민 이유로 ‘조직문화에 대한 회의감(31.7%)’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 일하는 방식에 대한 회의감이 31.0%로 뒤를 이었다.

김모(30)씨는 “업무분장도 모호하고 이해할 수 없는 일을 아무런 설명도 못 듣고 해야 했다”며 “그런 상황에 ‘왜요?’라고 물으면 ‘하여간 요즘 MZ들은’이라며 안 좋게 본다. 조직 분위기가 변할 것 같지 않았다”고 퇴사 이유를 밝혔다. 최모(33)씨도 “공무원은 어디든 동원된다. 코로나19가 발생해서 확진자들을 안내해야 할 때도, 산불이나 홍수가 나도 대기해야 한다”며 “월급이 적어도 ‘워라밸’은 지킬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사기업 다니는 친구보다 내가 야근을 더 많이 했다”며 3년 만에 다른 길을 걷기로 했다.   

업무에 대한 성과를 느낄 수 없어 힘들다는 이들도 있었다. 김모(34)씨는 “사기업은 일을 잘하면 성과급을 받지만, 공무원은 일만 2배 늘어난다”며 “동료가 일처리를 제대로 못해 도와줬더니 그 일이 내 업무로 공식화됐다. ‘최소한의 일만 하는 게 최선’이라는 것을 어느 순간 체득하게 된다”고 체념한 듯한 태도를 보였다.   

‘악성민원’도 심각한 문제다. 최근 한 세무공무원이 악성민원을 응대하다 쓰러져 결국 사망한 사건도 있었다. 그는 경력이 20년 넘는 베테랑이었음에도 무작정 떼를 쓰는 민원인에 버티지 못했다. 아직 요령이 부족한 신입 공무원들은 악성민원 대처가 더 힘들 수밖에 없다.

구청에서 근무 중인 박모(28)씨는 “한 민원인이 인감등록을 요구해서 구청에서는 발급만 가능하고 등록은 주민센터에서 하셔야 한다고 안내했다”며 “그냥 좀 해달라고 화를 내셔서 안된다고 말씀드렸는데, ‘그러니 말단 공무원이나 하지’라고 무시하셨다”며 억울한 심경을 토로했다. 17년차 공무원 권모(44)씨는 “규정상 해줄 수 없는 일인데도 심한 욕부터 가족을 해치겠다는 협박까지 들었다”며 “민원실 근무를 해본 사람들은 한번씩 울거나 그만두고 싶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무원노조에 따르면 심각한 악성민원이 지속되면 업무를 바꿔주기도 한다. 다만 통상적으로 기본 2~3년은 한 업무를 담당해 이동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공무원들은 “대민봉사가 필요한 직업이긴 하지만, 터무니없는 민원까지 참고 들어야 하는 상황을 누가 납득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공무원시험에서는 하나의 문제를 두고 여러 수험생들의 당락이 결정된다. 만약 ‘민원인의 지속적인 폭언과 욕설에 어떻게 대처할지’를 묻는 시험문제가 출제되고, ‘무조건 고개를 숙이고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고 말한다’가 정답이라면, 지금의 공무원 가운데 몇명이 합격을 위해 이 답을 선택할까.

어둠이 내린 거리를 환하게 밝히는 노량진 학원가 불빛. 권나연 기자

늦은 밤까지 잠들지 않는 노량진 학원가의 ‘불빛’=공무원 학원을 비롯해 독서실, 고시원이 모여있는 노량진 학원가 일대는 밤 늦은 시간까지 전등빛으로 환하다. 여전히 많은 수험생들이 공무원이 되기 위해 수험서를 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2030의 공무원 퇴사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이 길이 맞는 건가’하고 흔들리지는 않을까.

김재우(가명‧26)씨는 “어릴 때 집안 형편이 어려워 주민센터에서 도움을 받은 이후 공무원이 되고 싶었다”며 “오랜 꿈이었기에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제적인 부분 때문에 공부를 오래할 수 없기에 빨리 합격해야겠다는 생각뿐”이라고 덧붙였다.

김세은(25)‧이솔(26)씨 역시 “공무원들의 퇴사에는 영향받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김씨는 “소방직 공무원을 준비 중인데, 결혼과 출산 이후에는 현장 일을 하기 힘들다는 말이 있어 그런 부분이 걱정될 때는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떤 공무원이 되고 싶냐는 질문에 “정의로운 공무원”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김민영(27)씨는 “합격한 선배들이 악성민원이 정말 힘들고 부서이동이 쉽지 않다고 해서 우려된다. 하지만 일단 합격하고 고민하려 한다”며 “악성민원인을 ‘한마디’ 말로 제압하는 공무원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황수진(29)씨는 “너무 합격하고 싶어서 큰 고민은 없었다”며 “사람들이 쉽게 다가올 수 있는, 그리고 저 또한 먼저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공무원이 되고 싶다”고 씩씩하게 대답했다. 그러면서 비가 오는 날 취재를 나온 기자를 향해 “하필 궂은 날 힘들게 나오셨다. 우산은 잘 챙기셨냐”며 따뜻한 예비공무원의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노량진에는 이미 충분히 좋은 자질을 갖춘 수많은 예비 공무원들이 치열하게 공부하고 있다. 올해 국가공무원 9급 시험 평균 경쟁률은 22.8대 1로 31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지만, 수험생들은 ‘21.8’이 아닌 ‘1’이 되기 위해 잠을 줄이고 책장을 넘긴다.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의 인생과 국가를 기대하기 때문일 터다. 정수현(29)씨는 “좋은 공무원이 되고 싶다”며 “먼저 좋은 사람이 되면 좋은 공무원도 될 수 있지 않을까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수험생들의 건강한 포부와 다짐을 잘 담을 수 있는, 더 ‘좋은’ 공직사회를 기대해봐도 괜찮을까.

김승호 인사혁신처장이 8월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공직인사 청년자문단 발대식'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인사혁신처

◆경직되고 불합리한 문화 개선 움직임=정부는 물론 공직사회도 변화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MZ세대와의 소통을 위한 교육과 대화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인사혁신처도 지난해 8월  ‘공직문화 혁신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공직사회 체질 개선을 꾀하고 있다. 

근무장소와 시간을 한층 유연하게 운영하고, 적극행정을 이행한 공무원을 보호하고 보상을 강화했다. 위험도와 난도가 높은 업무는 책임보험 보장 범위를 늘리고 적극행정 공무원 소송지원 대상을 퇴직공무원까지 확대했다. 

최근에는 악성민원인 대응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특별민원 직원보호반을 운영하고 있다. 국세청은 세무서 민원봉사실에 CCTV를 추가로 설치하고 전담경비 인력도 배치했다.  

5급 이상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연수에 참여한 권모(44)씨는 “MZ세대는 자신이 ‘왜 이 일을 해야하는지’ 납득할 수 있도록 업무지시를 해야 한다는 교육을 받았다”며 “‘기성세대와 이런 점이 다르고 다를 수 있구나’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의 신입시절과 요즘 세대의 행동이 다르니 낯설 때도 많다. 하지만 불합리한 부분을 똑부러지게 지적하고, 실제로 개선이 이뤄지는 순기능도 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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