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노벨상] 실패국가 원인 밝힌 애쓰모글루…세계지식포럼과 12년 인연

오수현 기자(so2218@mk.co.kr), 류영욱 기자(ryu.youngwook@mk.co.kr), 곽은산 기자(kwak.eunsan@mk.co.kr) 2024. 10. 14.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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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간 빈부격차 통찰 3인
남한·북한 집중적으로 연구
"사유재산 보장에 성패 갈려"
지난해 1월 본지와 인터뷰
"韓, 과점화된 권력구조 깨야"
세지포 세차례 참석 단골연사
尹대통령이 저서 추천하기도
세계지식포럼 3번 참석한 애쓰모글루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런 애쓰모글루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과 교수가 2012년 매일경제신문이 주최한 제13회 세계지식포럼에서 연설하고 있다. 그는 2020년, 2021년에도 세계지식포럼을 찾은 단골 연사다. 이충우 기자

2024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대런 애쓰모글루(다론 아제모을루)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교수와 사이먼 존슨 MIT 교수, 제임스 로빈슨 시카고대 교수는 국가 간 빈부 격차에 천착해온 경제학자들이다. 제도가 빈부를 가르는 근원이라고 제시했다는 점에서 정치경제학자로 분류되기도 한다.

애쓰모글루는 1993년부터 MIT에서 교수직을 맡아온 튀르키예 출신 미국 경제학자다. 이스탄불에서 아르메니아인 부모님에게서 태어나 25세에 런던정치경제대(LSE)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LSE에서 1년 동안 강의를 한 뒤 MIT에 합류했다. MIT에서 애쓰모글루는 정치경제, 경제 발전과 성장, 기술과 인적 자본 등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앞서 2005년 업적을 세운 젊은 경제학자에게 주어지는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을 받았다. 애쓰모글루는 공동 수상자인 로빈슨 교수와 함께 쓴 베스트셀러 저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국가 간 소득 불평등 문제를 집중 조명했는데, 대중도 이해하기 쉽게 친절하고 간명한 필치로 호평을 받았다.

애쓰모글루는 매일경제가 주최하는 세계지식포럼 단골 연사이기도 하다. 그는 2012·2020·2021년 세 차례 세계지식포럼에 참석해 대중의 언어로 어려운 경제학을 풀어냈다. 매번 그의 강연을 듣기 위해 많은 청중이 몰려들었다. 애쓰모글루는 오랜 시간에 걸쳐 한 나라의 기틀로 자리 잡은 제도를 빈부를 가르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해왔다. 흥망성쇠의 역사에서 각 나라들이 역사적 분기점에서 어떤 제도를 받아들였고 그 결과는 어땠는지에 집중한다.

대런 애쓰모글루와 제임스 로빈슨이 2012년 공동 집필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Why Nations Fail)'.

애쓰모글루가 이와 관련해 가장 주목하는 예가 바로 남한과 북한이다. 그는 저서에서 "한반도에서 발생한 어마어마한 제도적 차이에 전 세계 모든 나라가 부국과 빈국으로 나뉜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일반 이론의 모든 요소가 포함돼 있다"고 했다. 또 "민주주의야말로 포용적 제도의 가장 중요한 기둥"이라며 "권위주의 시절에 경제가 급성장했다는 담론이 많은데 오히려 민주화 이후 한국 경제는 빠르게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경제 성장을 확산하고 취약층의 보건 강화 등을 위해서는 민주주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게 그의 이론의 핵심이다. 애쓰모글루의 연구에 따르면 남한이 북한과 완연히 다른 경제 제도를 갖게 된 것은 사회 구조를 결정한 이들의 이해관계와 목적이 달랐기 때문이다. 남한에서는 사유 재산이 보장되고, 법체제가 공평하게 시행되며 경쟁 환경을 보장하는 공공서비스가 제공됐다. 반면 북한에서는 일부 개인과 집단이 더 큰 이익을 챙기기 위해 착취적 경제 제도를 도입했다.

한반도에 주목해온 만큼 그는 한국을 향해 애정 어린 조언을 건네왔다. 애쓰모글루는 지난해 1월 '2023 전미경제학회 연례총회(ASSA)'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한국은 과점화된 권력 구조를 깨야 진정한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며 "한국은 매우 효율적으로 민주화를 이룬 국가이며 상당히 많은 분야를 개방했지만 전부 개방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대선후보 시절 애쓰모글루의 저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를 '인생의 책 또는 젊은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중 한 권으로 꼽았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제 성장을 공부하는 학자들이 갖는 가장 중요한 질문이 왜 어떤 나라는 잘살고, 어떤 나라는 못살까인데 제프리 색스 같은 학자는 기후나 지리적 요인을 든다"며 "하지만 애쓰모글루는 제도가 포용적인지 착취적인지에 주목했고, 결국 누구나 참여해 보상받는 시스템을 갖춘 국가가 번영한다는 연구로 일찌감치 노벨상 수상 후보로 거론돼왔다"고 전했다.

애쓰모글루는 3년 전 출간한 '좁은 회랑(The Narrow Corridor)'이란 저서에서 국가와 사회의 힘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균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좁은 회랑'은 이상적인 상태로 가는 길은 좁다고 설명한 책이다. 애쓰모글루 교수는 팬데믹(전염병의 대유행) 이후 이런 균형점을 찾는 것이 더 어려워졌기 때문에 '더 좁은(narrower) 회랑'에 직면했다고 강조했다.

애쓰모글루의 최근 연구는 인공지능(AI)이 경제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지로 옮아가고 있다. 그는 올해 5월 전미경제연구소(NBER)에 낸 논문 'AI에 관한 간단한 거시경제학(The Simple Macroeconomics of AI)'에서 "향후 10년 동안 예상되는 총요소생산성(TFP·Total Factor Productivity) 증가율은 0.53% 미만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총요소생산성은 노동, 자본뿐 아니라 기술 혁신 등 투입된 모든 생산 요소를 고려한 생산성 지표다. TFP 핵심은 '혁신에 의한 성장'이란 점에서 일반적으로 기술 혁신을 의미한다.

[오수현 기자 / 류영욱 기자 / 곽은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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