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 램프사업 정리 '로봇 집중' 조직·연구개발 확대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사진=BD

현대모비스가 지난해 매출 2조5000억원을 기록한 자동차용 램프사업을 매각하고 로보틱스 핵심부품 사업에 역량을 집중한다. 다음 달부터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에 탑재할 액추에이터 시제품을 생산한다. 2028년 본격적인 부품 공급을 목표로 관련 조직과 연구개발 역량도 확대한다.

기존 사업의 매각과 신사업의 매출 확대 사이에는 시차가 존재한다. 현대모비스는 2027년 하반기 램프사업 매각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아틀라스용 액추에이터는 2028년 공급을 예상한다. 수익을 창출하던 기존 사업을 정리하는 반면 새로운 사업은 시제품 생산과 검증 단계에 있다.

램프사업 매출 2.5조...매각가 약 6000억

30일 현대모비스의 3분기 실적 발표에 따르면 램프사업 매각 배경으로 기존 사업 포트폴리오의 비효율성이 제시됐다. 현대모비스는 그동안 완성차 고객사의 요구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사업과 제품 종류가 지속적으로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사업을 운영하면서 한정된 연구개발과 설비투자 자원이 분산됐고, 사업별 경쟁력이 약화되는 악순환이 발생했다는 자체 평가다.

특히 램프사업은 고객 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지속적인 설비투자와 연구개발이 필요한 사업으로 분류했다. 제품 교체주기가 짧아 반복적인 투자가 불가피하지만 전동화·전장·로보틱스 등 미래 핵심사업과의 시너지는 제한적이라는 판단이다.

현대모비스는 9월30일 프랑스 OP모빌리티와 램프사업 매각을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거래 규모는 약 6000억원이다. 자동차용 램프사업을 물적분할해 신설법인을 설립한 뒤 해당 지분을 매각하는 구조다. 지난해 램프사업 연결 매출액은 약 2조5000억원으로 전체 연결 매출 61조1181억원의 약 4.1%에 해당한다.

아틀라스 액추에이터 11월 시제품 생산

/자료=현대모비스 IR

램프사업 매각 이후 집중하는 신사업 가운데 하나는 로보틱스다. 현대모비스는 3분기 콘퍼런스콜에서 다음 달부터 경기도 의왕연구소에서 아틀라스용 액추에이터 시제품 생산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액추에이터는 로봇의 관절을 움직이는 핵심 구동장치다. 로봇의 움직임에 필요한 힘과 속도, 정밀도를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현대모비스는 자동차 부품사업에서 축적한 모터·감속기·제어기 개발 역량을 로봇용 부품에 적용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9월 로보틱스 액추에이터 2종을 처음 공개했다. 다음 달부터 생산하는 시제품은 고객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와 성능·신뢰성 검증에 활용될 예정이다. 본격적인 공급 목표 시점은 2028년이다.

현대모비스는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에 공급하는 액추에이터 수주를 확보한 상태로 2028년 예상 공급 시점까지 제품의 표준화와 모듈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현대모비스는 로봇사업을 액추에이터 공급에 한정하지 않을 계획이다. 현재 수주가 확정된 액추에이터 외에도 핸드그리퍼와 퍼셉션모듈, 제어기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한다. 핸드그리퍼는 로봇이 물체를 잡고 조작하는 데 필요한 장치다. 퍼셉션모듈은 센서 등을 활용해 주변 환경과 물체를 인식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제품별 사업화 단계에는 차이가 있다. 액추에이터는 수주를 확보하고 시제품 생산을 앞두고 있다. 핸드그리퍼는 공동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퍼셉션모듈은 입찰에 참여하는 단계다. 제어기 역시 사업화를 위한 기술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로봇사업 확대 속 조직·연구개발 변화

/자료=현대모비스 IR

로봇사업 확대를 위한 조직개편도 추진한다. 현대모비스는 로보틱스 핵심부품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담당할 조직을 신설하고 관련 인력을 기존 대비 약 2배 확대할 계획이다. 단순히 연구개발 인력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고객사 대응과 제품 기획, 연구개발, 생산기술을 연결하는 협업체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로보틱스 조직의 기존 인원과 증원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조직 확대에 필요한 추가 인건비와 연구개발비, 사업별 예산도 구분해 제시하지 않았다.

로봇사업 확대는 연구개발 투자 증가와도 연결된다. 현대모비스의 올해 연구개발 투자계획은 2조1631억원으로 지난해 연구개발 투자액 1조8765억원보다 15.3% 많다. 3분기까지 누적 연구개발 투자액은 1조4538억원으로 연간 계획의 67.2%를 집행했다. 현대모비스는 올해 연구개발 투자가 처음으로 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생산 및 연구개발 설비투자(CAPEX)는 올해 2조2084억원을 계획했다. 3분기까지 집행한 금액은 9877억원으로 집행률은 44.7%다. 연간 계획을 모두 집행하려면 4분기에만 1조2207억원을 추가로 투자해야 한다. 앞선 9개월 동안 집행한 설비투자액보다 많은 금액이다.

향후 중요한 것은 사업별 자본배분이다. 램프사업 매각은 기존 사업에서 필요했던 연구개발과 설비투자 부담을 줄이는 선택이지만 새로운 사업에서도 초기 투자 수요가 발생한다. 액추에이터의 경우 시제품 제작과 신뢰성 검증 이후 양산설비 구축이 필요할 수 있다. 그리퍼와 퍼셉션모듈 등 신규 부품의 개발 범위를 확대하면 인력과 설비에 대한 추가 투자가 수반될 가능성도 있다.

첫 고객은 계열사...외부 수주는 다음 단계

현대모비스 로봇사업의 초기 고객은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다. 그룹 내부에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회사가 있다는 점은 부품사업 진출에 유리한 조건이다. 고객사의 기술 요구사항을 공유하고 제품을 공동 개발할 수 있으며 실제 로봇에 적용해 성능과 품질을 검증할 기회도 확보할 수 있다.

반면 그룹 내부 수요만으로 독립적인 부품사업의 경쟁력을 입증하기는 어렵다. 현재 확보한 아틀라스용 액추에이터 공급계약은 현대차그룹의 로봇사업 확대와 연결돼 있다. 향후 공급물량도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생산계획과 실제 로봇 판매 규모에 영향받을 수 있다.

현대모비스는 이를 넘어 글로벌 휴머노이드 업체를 대상으로 고객을 다변화한다는 계획이다. 액추에이터를 비롯한 핵심부품을 표준화·모듈화하려는 전략도 다양한 고객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룹 내부 수요를 기반으로 기술을 검증한 뒤 외부 고객으로 공급을 확대할 수 있다면 새로운 사업 기반을 구축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특정 고객의 생산계획에 대한 의존도가 높게 유지된다면 성장 속도가 제한될 수 있다.

나영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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