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된 출입문 위로 철조망… 코로나 확산에 베이징 다시 봉쇄 [르포]
일부 식당 배달조차 못해 피해 막심… 아랑곳하지 않고 무조건 폐쇄
방역 완화 ‘20개 조치’ 발표했지만 말뿐… 관변 언론인 “방역 진전”
“오늘부터 이 문은 폐쇄합니다.”
한국 교민이 많이 거주하는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 왕징(望京)의 아파트단지 싼취(三區) 북문이 21일 오후 예고도 없이 갑자기 폐쇄됐다. 동서남북 방향으로 하나씩 있던 출입문 중 동문과 서문만 개방하고 북문과 남문은 닫혔다. 철문은 잠겼고, 문 위로 넘어가지지 못하도록 철조망이 쳐져 흡사 교도소가 연상된다. 베이징의 코로나19가 확산하자 이동을 제한하고 관리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아파트 관리위원회에서 출입문 중 일부를 봉쇄한 것이다.
싼취 외에도 왕징에 있는 대부분의 아파트 단지가 일부 출입문을 통제하고 한두 곳만 문을 열었다.
택배와 음식 배달 역시 집 앞까지 배달을 금했다. 대신 집 주인이 아파트 정문까지 나와 물건을 직접 찾아가도록 임시 칸막이를 설치했다. 외부인과의 접촉을 최소화하겠다는 조치다.
확진자가 나온 아파트 동은 언제 봉쇄가 풀릴지 알 수 없다. 최근에 확진자가 나온 한 아파트는 5일간 봉쇄했다가 추가 5일 봉쇄에 들어갔다. 앞으로 언제 봉쇄가 해제될지 모른다.
식당과 상업 시설이 있는 빌딩들은 더 심각하다. 왕징의 대형 쇼핑몰인 카이더몰은 외부인의 출입을 막았다. 매장 관리를 하는 직원들만 간혹 오갈 뿐 영업을 중단했다. 특히 1층에 있는 빵집 등은 배달 영업조차 하지 못하게 했다. 지난 5월 베이징 준봉쇄때도 배달 영업은 가능했지만, 이번엔 쇼핑몰 등에 있는 일부 매장은 배달조차 하지 못하도록 해 업주의 피해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식당 내 취식 금지에 일부 상가는 식당들이 있는 입구의 출입문을 걸어 잠갔다. 일부 매장은 배달을 하지 말라는 통보도 받았지만, 그나마 지속적으로 당국에 항의해 배달을 할 수 있었다.
식당을 운영하는 한 교민은 “한 달에 월세만 한국돈으로 2000만원 가까이 되는데 영업을 못하면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며 “중국에서 계속 있어야할지 고민이 커진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식당들은 문을 닫지만, 핵산검사소는 늘고 있다. 베이징은 지난 19일 신규 감염자가 600명을 넘어섰고, 전날 962명의 신규 감염자가 늘었다.
감염자가 늘자 등교수업을 중단하고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했다. 사우나와 PC방, 헬스클럽, 영화관 등 실내 밀집 시설마저 폐쇄됐다. 또 일부 사무 빌딩들은 사무실별 출근 직원 수를 제한했다.
베이징 보건 당국은 이날 브리핑에서 “코로나19 발병 이후 가장 복잡하고 심각한 상황에 직면했다”며 “사람들의 이동을 계속 줄여나가고 감염이 심한 지역은 유연한 근무 일정을 통해 출근하는 인원수를 줄여야한다”고 감염 통제 강화를 예고했다.
방역 당국이 지난 11일 해외 입국자에 대한 격리기간 2일 단축, 2차 밀접접촉자 추적 조사 중단 등 새로운 방역 완화 ‘20개 조치’를 발표하면서 ‘제로 코로나’ 출구 전략에 대한 기대감이 퍼졌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가 재확산하고 사망자 발생하자 다시 또 과거처럼 봉쇄 일변도의 방역으로 회귀했다.
관변 언론인 후시진(胡錫進)이 “완전한 방역 해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적어도 내년 봄까지 중국은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며 “당국의 방역 완화 20가지 조처 발표 이후 감염자 발생 지역만 제한적으로 통제하고 있으며, 이는 지난 4∼5월 코로나19 유행기와 비교해 실질적인 진전”이라는 비상식적인 말이 중국에서 현실이 되고 있다.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frei5922@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윗집男 칼부림에 1살 지능된 아내”…현장 떠난 경찰은 “내가 찔렸어야 했나” [사건 속으로]
- “효림아, 집 줄테니까 힘들면 이혼해”…김수미 며느리 사랑 ‘먹먹’
- “이 나이에 부끄럽지만” 중년 배우, 언론에 편지…내용 보니 ‘뭉클’
- “39만원으로 결혼해요”…건배는 콜라·식사는 햄버거?
- “송지은이 간병인이냐”…박위 동생 “형수가 ○○해줬다” 축사에 갑론을박
- “식대 8만원이래서 축의금 10만원 냈는데 뭐가 잘못됐나요?” [일상톡톡 플러스]
- “북한과 전쟁 나면 참전하겠습니까?”…국민 대답은? [수민이가 궁금해요]
- “홍기야, 제발 가만 있어”…성매매 의혹 최민환 옹호에 팬들 ‘원성’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
- "오피스 남편이 어때서"…男동료와 술·영화 즐긴 아내 '당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