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 때문에 외면받았는데…" 끓일수록 진가 드러난다는 ‘한국 음식’

청국장, 체내 흡수 쉬운 이소플라본 가장 많아
경기도, 대두 가공식품 71종 성분 분석
한국 전통 음식 두부 청국장 / sungsu han-shutterstock.com

청국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초여름 더위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면 밥상의 풍경도 달라진다. 식욕이 떨어지기 쉬운 이맘때, 가볍고 산뜻한 반찬보다 제대로 된 한 끼를 원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그런 시기에 발효식품인 청국장은 속을 든든하게 채우면서도 몸 상태를 관리할 수 있어 자주 찾게 되는 반찬 중 하나다.

청국장은 콩을 자연 발효시켜 만든 오래된 발효 음식이다. 단순히 한국 음식이라는 인식을 넘어, 최근에는 성분 분석을 통해 그 특성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이소플라본’이라는 성분이 핵심이다.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은 22일,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판매되는 대두 및 대두 가공식품 총 71건을 수거해 이소플라본의 총 함량과 체내 흡수 형태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분석 대상에는 청국장, 두부, 콩물, 낫토 등 여러 가공식품이 포함됐다.

이소플라본은 콩에 들어 있는 성분으로, 체내에서 에스트로겐과 유사하게 작용해 심혈관 질환 예방과 골다공증 관리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물질이다. 또한 유방암과 전립선암 등 특정 질환 발생률을 낮추는 데도 유의미한 작용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비배당체' 이소플라본, 청국장이 가장 많았다

한국 음식 충국장 콩 발효식품/ sungsu han-shutterstock.com

이소플라본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뉜다. 체내 흡수가 느리고 효과 발현이 제한적인 ‘배당체’, 그리고 발효 과정을 거치며 흡수율이 높아지는 ‘비배당체’다. 청국장은 이 비배당체 비율이 가장 높은 식품으로 확인됐다.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의 분석 결과, 청국장에 포함된 이소플라본 중 비배당체 형태의 비율은 38.49%로 나타났다. 같은 장류인 낫토의 4.04%와 비교하면 9배 이상 높은 수치다. 이 수치는 청국장이 단순히 이소플라본을 많이 포함하는 것을 넘어, 인체가 그것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존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소플라본 총량은 생대두 분말(3209.65mg/kg), 푸주(2953.39mg/kg), 볶음대두 분말(2596.70mg/kg) 순으로 높았고, 청국장은 818.49mg/kg 수준이었다. 다만 이 수치는 절대치일 뿐, 체내 활용도를 따지면 비배당체 비율이 높은 청국장이 실질적으로 더 유용하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반면 두부, 순두부, 콩물 등 수분 함량이 많은 제품에서는 이소플라본 함량 자체가 낮았다. 두부는 495.93mg/kg, 비지는 412.88mg/kg, 순두부는 410.85mg/kg, 콩물은 233.27mg/kg이었다.

왜 청국장이어야 하는가

대전의 한 식당 밥상에 놓인 청국장 / Stock for you-shutterstock.com

청국장에는 식이섬유, 칼륨, 비타민 K2 같은 성분도 들어 있다. 이 성분들은 장 환경을 부드럽게 정리하고 뼈에 칼슘이 잘 흡수되도록 도와준다. 또 단백질 분해 효소가 살아 있어 위에 무리가 덜 간다. 혈압 조절과 배변 활동에도 도움이 되는 식품으로 꼽힌다.

또한 자연 발효 과정에서 이소플라본의 구조를 바꾸는 특징이 있다. 발효를 통해 콩 속 성분이 더 단순해지고, 체내 흡수에 유리한 형태로 전환된다. 이 발효 메커니즘은 단순한 조리과정으로는 재현하기 어렵다. 자연 상태에서 특정 미생물이 작용한 결과물이다.

청국장은 대개 국이나 찌개 형태로 끓여 먹는다. 먼저 냄비에 멸치나 다시마로 낸 육수를 붓고, 다진 마늘과 된장을 약간 풀어 기본 간을 잡는다. 여기에 청국장을 넣고 풀어가며 끓이기 시작한다.

끓기 시작하면 대파, 양파, 청양고추, 두부 같은 재료를 넣고 중불에서 한소끔 더 끓인다. 청국장 특유의 냄새는 끓이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날아가고, 국물에 깊은 맛이 스며든다. 일부는 묵은 김치를 함께 넣어 칼칼하게 끓이기도 한다. 밥에 국물을 자작하게 부어 비벼 먹으면 구수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진다.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 식품의약품연구부는 “이번 연구는 대두 가공식품의 이소플라본 총량뿐 아니라, 인체에서 실질적으로 쓰일 수 있는 형태까지 포함해 분석한 것이 특징”이라며, 식품 선택 시 이러한 정보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청국장은 특유의 발효 향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지만, 그만큼 인체에 적합한 형태의 성분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평가받고 있다. 이소플라본을 더 효과적으로 흡수하고 싶다면 청국장이 가장 적합한 선택지라는 의미다.

초여름 식탁을 고민 중이라면, 영양도 맛도 챙길 수 있는 청국장을 곁들이는 게 어떨까. 단순히 전통에 기대는 음식이 아니라, 과학적으로도 타당성이 입증된 발효식품이라는 점에서 그 가치는 충분하다.

Copyright © 위키푸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