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조림 하나로, 식품 업계의 지형도를 바꾼다 - 칸나츄르

통조림이 진화하고 있어요. 미리 비축해 뒀다가 시간적, 물리적으로 여건이 되지 않을 때 꺼내 먹던 비상 식량에서 일상식으로 자리잡고 있거든요. 일년 간 매일 다른 메뉴로 골라 먹어도 될 정도로 종류도 다양하고, 맛도 직접 요리한 것에 버금가죠. 통조림 편집숍도 등장할 정도로 양적, 질적 성장을 이뤘어요.

하지만 이게 통조림 진화의 끝은 아니에요. 통조림 브랜드 ‘칸나츄르(CANNATUREL)’는 통조림 하나로 일식 혁명을 꿈꾸고 있거든요. 그래봤자 작은 통조림이 뭘 할 수 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칸나츄르 안에는 음식만 들어있지 않아요. 일본 지방에서만 맛볼 수 있는 식재료, 유명 레스토랑의 히트 메뉴들이 들어있죠.

이걸로도 성이 차지 않았는지, 칸나츄르를 만든 기업은 아예 ‘통조림계의 플랫폼’까지 만들었어요. 이 플랫폼에서라면 누구나 실패의 부담없이 통조림을 만들어 볼 수 있어요. 식품업계의 지형을 바꿔나가는 작은 통조림의 가능성이 궁금하다면, 지금부터 그 뚜껑을 열어볼게요.

칸나츄르 미리보기
• #1. 간편함이 아니라 식문화를 판다
• #2. 재료가 아니라 요리를 판다
• #3. 제품만이 아니라 노하우도 판다
• 일식 혁명에 도전한 엔지니어와 마케터

일본에서 통조림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어요. 재해 등의 비상 상황을 대비해서 미리 비축해두거나, 바쁠 때를 고려해서 보관해 놓는 것은 모두 옛말이거든요. 요즘은 통조림의 종류는 물론이고 품질까지 좋아져서 통조림 그 자체를 즐기기 위해 구매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비상 식량이 일상 식량으로 변해가는 중이죠.

그래봤자 통조림 종류가 거기서 거기 아니냐고요? 통조림 편집숍 ‘칸다후루’에 가보면 종류가 얼마나 다양한지 직접 확인할 수 있어요. 일본 전국에서 만들어진 통조림 개수가 무려 350개에 달하니까요. 일년 동안 매일 다른 통조림 반찬으로 밥을 먹어도 충분할 정도죠. 현재는 신바시에 매장이 있는데요. 첫 매장은 2020년 9월,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시기에 도쿄 아키하바라에 있는 ‘일본 백화점’ 쇼쿠 힌칸점에 오픈했어요. 매장을 열자마자 월 100만엔(약 1,000만 원)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인기였죠.

일본 백화점은 일본 각지의 유명 제품들을 모아서 파는 편집숍으로, 칸다후루 매장을 열기 전에도 통조림을 팔고 있었어요. 하지만 칸다후루라는 통조림 전용 매장을 만들었더니 월 30만엔(약 300만원) 수준이었던 통조림 매출이 3배가 늘어난 거죠. 6개월 후인 2021년 3월에는 매출이 5배 이상 증가해서 월 150만엔(약 1,500만원)을 달성했고요. 이처럼 통조림이 코로나19 팬데믹에도 끄떡없는 인기를 보여준 이유는 무엇일까요?

칸다후루의 매장을 기획한 일본 백화점 창업자 스즈키 마사하루는 통조림도 진화했다고 밝혔어요. 시간이 부족할 때 선택하는 보존 식품에서, 기호에 따라 골라 먹을 수 있는 식사 메뉴가 된 거죠. 게다가 식재료를 사두고 미처 먹지 못해 버리게 되는 불상사도 거의 없어서 1인 가구 소비자인 싱글슈머에게도 딱 맞았고요. 무엇보다 결정적인 인기 비결은 통조림을 통해 현지에서만 먹을 수 있는 향토 요리를 맛볼 수 있다는 점이었어요. 칸다후루에서 제품을 진열하고 홍보할 때 통조림을 만든 생산자의 이야기를 함께 설명했더니 제품의 가치가 올라갔죠.

그렇다면 통조림 진화는 이쯤에서 멈출까요? 오사카에는 그 다음 단계를 보여주는 통조림 브랜드 ‘칸나츄르(Cannaturel)’가 있어요. 캔(Can)과 내츄럴(Natural)을 합친 이름의 칸나츄르는 엔지니어 출신의 사업가가 일본 지방 곳곳에 있는 생산자와 함께 만든 통조림이에요. 그런데 이 통조림 한 캔에는 음식만 들어있는 게 아니에요. 저물어가는 일본의 지방 도시와 식문화를 다시 한번 되살릴 ‘음식 혁명의 불씨’가 들어있죠. 통조림 캔 하나로 시작된 음식 혁명을 이해해기 위해서, 지금부터 그 뚜껑을 열어볼게요.


#1. 간편함이 아니라 식문화를 판다

통조림 브랜드 칸나츄르의 목표는 맛있는 통조림으로 사랑받는 게 아니에요. 그건 당연히 해야 할 일이고, 칸나츄르는 더 먼 곳을 보고 있죠. 바로 ‘일식 혁명’을 일으키는 것인데요. 재해의 순간마다 활약해 왔던 통조림에 대한 혁명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요? 이는 칸나츄르의 탄생과 관련이 있어요. 칸나츄르는 일본의 식품업계가 맞닥뜨리고 있는 위기 속에서 시작된 브랜드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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