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대이란 군사작전 이후 중동 내 에너지·물류 불안이 이어지면서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수주 회복 흐름에 제동이 걸렸다. 중동은 지난해 국내 해외건설 수주 472억7000만달러 가운데 119억달러(25.1%)를 차지한 핵심 시장이다. 지난해 전체 해외수주가 11년 만의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올해 들어 중동 발주 공백과 지정학 리스크가 겹치며 연초 흐름은 급격히 둔화했다.
1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1~2월 누적 해외수주액은 12억2639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74.2% 줄었다. 같은 기간 중동 수주액은 2억8600만달러로 88.9% 감소했다. 한국신용평가는 특별보고서에서 건설업을 부정적으로 분류하고 사태 장기화 시 현지 공정 불확실성 확대와 공사비 상승, 신규 발주 및 착공 일정 조정 가능성을 점검해야 한다고 밝혔다.
각 사 공시 기준 주요 프로젝트 도급액을 보면 삼성물산 약 13조7000억원, 삼성E&A 약 12조3000억원, 한화 약 8조7000억원, 현대건설 약 7조3000억원 규모 현장이 중동에 걸쳐 있다.
사업은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UAE·이라크에 집중돼 있다. 직접 피해가 발생한 현장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피해지역 인접 일부 현장은 공정을 일시 중단한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가 더 경계하는 건 직접 피해보다 공정 차질의 연쇄 효과다. 한국무역협회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 우회 항로 이용으로 해상운임이 기존보다 50~80% 오르고 운송 기간도 3~5일 늘어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신용평가는 국내 건설사들의 이란 내 직접 수주 규모는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다만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에너지 및 유틸리티, 이라크 인프라 프로젝트 중심으로 사업이 짜여 있어 전쟁 여파가 주변국으로 번질 경우 타격 범위가 넓다고 덧붙였다.
전쟁 장기화로 발주처의 투자 결정이 늦어지면 수주 회복 속도 자체가 낮아질 수 있다. 분쟁에 따른 공사 지연에는 계약상 불가항력 조항이 적용돼 지체상금 면제나 공기 연장이 가능하다. 다만 매출 인식 지연과 현금 회수 둔화는 별개 문제다. 최근 5년 평균 중동 수주 비중이 34.6%에 달하는 만큼, 국내 주택 침체를 보완할 성장축으로 중동을 다시 키워온 대형사들로선 현장 관리보다 발주 지연이 더 큰 리스크다.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는 "외부여건 변화에 따른 신규 발주 및 착공 일정 조정 가능성, 수주 환경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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