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스마트폰 자가 수리, 진짜로 하기 쉬울까요?

(출처: 애플)

지난해부터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스마트폰 자가 수리 서비스가 하나둘씩 도입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7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소비자가 수리권을 보장받도록 행정명령을 내렸기 때문이에요. 유럽연합(EU)도 지난해 3월, 수리권 보장법을 통과시켰는데요.

이후 애플은 지난해 4월부터 미국에서 자가 수리 온라인 스토어를 열어 부품과 수리 매뉴얼을 제공하고 있고요. 삼성전자도 지난해 8월부터 미국에서 스마트폰 자가 수리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이렇듯, 해외에서는 자가 수리 서비스가 점점 확대되는 추세예요.

(출처: 애플)

자가 수리의 가장 큰 장점은 비용 절감과 수리 시간 단축이 꼽힙니다. 직접 수리하는 것이기 때문에 별도의 공임비를 아낄 수 있어요. 또 서비스 센터에 수리를 맡기면, 수리를 완료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주가 소요돼요. 반면 자가 수리를 하게 되면, 수리가 끝나자마자 기기를 바로 사용할 수 있죠. 이렇다 보니, 수리 시간이 단축될 수밖에 없어요.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늘 지적되는 부분은 바로 수리 난이도인데요. 실제로 애플과 구글은 회사의 자가 수리 프로그램이 어느 정도 기술력을 갖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다고 강조했어요. 게다가, 자가 수리가 가능한 스마트폰 기종이 한정된 경우가 많습니다. 또 자가 수리 도중 발생한 문제는 유상 수리받아야 한다는 제약도 존재하죠.

삼성전자 스마트폰 수리공구 (출처: 삼성전자)

그러던 지난 5월 30일, 삼성전자가 국내 최초로 자가 수리 프로그램을 도입했습니다. 스마트폰과 노트북, TV 등 일부 모델의 부품에 대해 자가 수리를 가능케 했는데요. 많은 분이 관심 있는 건 역시 스마트폰 자가 수리겠죠. 현재 갤럭시 S20, 갤럭시 S21, 갤럭시 S22 시리즈 등 세 개 모델의 액정과 후면 커버, 충전 포트를 자가 수리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삼성의 자가 수리,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을까요. 수리 난이도, 비용 절감, 수리 시간 단축 측면에서 할 가치가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드디어 국내 상륙한 자가 수리…수리 난이도 ‘쉽지 않겠는데’

(출처: 삼성전자서비스 유튜브 영상 캡처)

우선 삼성전자에서는 회사가 업로드한 자가 수리 팁 영상을 보고, 자가 수리 여부를 결정할 것을 권고했는데요. 가장 많은 사람이 자주 수리하는 게 액정인 만큼, 갤럭시 S21 액정 수리 팁 영상을 살펴봤습니다. 그런데, 기계를 잘 다루지 못하는 입장에서 영상을 봤을 때 첫인상은 생각보다 쉽지 않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일단 분해 과정부터 상당히 복잡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실제로 워싱턴포스트(WP)도 이 부분에 대해서 지적한 적이 있는데요. WP는 갤럭시 S20 울트라의 화면 분해와 조립 과정이 41단계로 이뤄져 있다고 말했어요. 애초에 수리하기 쉽게 설계된 제품이 아니라는 거죠.

지난해 소비자 기기 수리 전문 사이트 아이픽스잇(iFixit)도 갤럭시 스마트폰이 자가 수리하기 까다롭다고 평가했습니다. 아이픽스잇이 평가한 스마트폰 수리 용이성 점수에서 아이폰 12, 13 등이 10점 만점에 6점인데 반해, 갤럭시 S20 울트라는 3점에 불과했어요. 그렇기에, 수리 난이도 측면에서 누구나 쉽게 고칠 수 있다고 말하기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얼마나 아낄 수 있는데? 비용 절감, ‘생각보다 많이 안 되네’

갤럭시 자가 수리 도구와 갤럭시 S22 울트라 제품 사진 (출처: 삼성전자)

우선 삼성전자 스마트폰 자가 수리 키트는 3만원이에요. 부품마다 절감되는 비용 차이는 있지만, 가장 많이 수리한다는 액정 기준으로 살펴봤습니다. 우선 모델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었지만, 쓰던 액정을 반납하는 경우 2~3만원 정도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보여요.

예를 들어 갤럭시 S22 울트라의 액정을 서비스 센터에서 수리하고 기존 액정을 반납하면 30만 8000원 정도가 든다고 해요. 그런데, 자가 수리할 경우 비용은 28만 3000원이라고 합니다. 부품값 36만 4000원에서 기존 액정을 반납해 8만 1000원이 제외된 가격이에요. 결론적으로 센터에 맡기는 것 보다 2만 5000원을 절감하는 셈이죠.

(출처: 삼성전자)

그런데, 자가 수리하는 데 들어간 본인의 노동력을 고려했을 때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의견도 많았어요. 실제로 삼성이 제공한 자가 수리 설명서를 보면 지켜야 할 주의 사항이 꽤 많습니다. 우선 삼성은 수리 시작 전, 제품에 저장된 데이터를 백업해둘 것을 권장했어요. 또한 조립하기 전에 배터리 주위에 다른 이물질이 없는지 확인하라고 말하기도 했고요.

데이터 백업이야 그렇다 쳐도, 사실 집에서 혼자 수리하는 데 먼지 하나 없는 환경에서 수리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서비스 센터에 맡기면 이 모든 걸 알아서 해줄 텐데 말입니다. 그래서 이런 것들을 일일이 신경 쓰기 어렵다면, 차라리 서비스 센터에 맡기는 게 속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용 차이도 그리 크지 않으니까요.

또한 방수, 방진 성능을 보증하려면 공식 서비스 센터에서 수리받는 게 좋습니다. 삼성이 제공한 매뉴얼에서도 사용자나 비전문가가 수리할 경우, 제품의 방수와 방진 성능을 보증할 수 없다고 강조했거든요.

수리 경험해보고 싶다면 OK…수리 시간 단축, ‘자신 있는 이들에겐 제격’

(출처: 삼모바일)

물론 기계에 관심이 많고, 스마트폰 수리를 경험해보고 싶은 이들에겐 추천해볼 법한 프로그램인 것 같습니다. 또한 스마트폰은 하루라도 없으면 불편한 필수품이에요. 그래서 서비스 센터에 수리를 맡긴 동안 일상생활이 답답할 수 있습니다. 자가 수리는 성공적으로 마칠 수만 있다면, 수리 후 바로 스마트폰 사용이 가능해요. 기기를 서비스 센터에 맡기고, 다시 찾아오는 과정이 없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미리 자신의 기술 수준을 파악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자칫 자가 수리에 무리하게 도전했다가 오히려 비용 절감은커녕 낭비를 할 수도 있거든요. 자가 수리를 시도하다가 고장이 발생한 경우, 서비스 센터에서 수리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별도의 비용이 든다고 해요. 결국 자가 수리 부품비용과 키트 비용, 그리고 서비스 센터 수리 비용까지 두 배로 드는 셈이죠.

(출처: 삼성전자서비스 홈페이지 캡쳐)

삼성 자가 수리 서비스는 국내 최초로 도입된 전자 제품 자가 수리 프로그램으로서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수리 난이도 측면에서는 누구나 접근하기 쉬울 정도는 아니에요. 또한 비용 절감도 평균 2만 5000원 정도 되는 수준이고요. 물론 수리 키트 구매 비용도 사용 후 30일 이내에 반납하면 전액 환불받을 수 있다고 해요. 조금 더 신경 쓰면 비용을 더 아낄 방법이 있는 겁니다.

그래도 수리 소요 시간은 확연히 단축되기 때문에, 기기를 빨리 수리해서 사용하고 싶은 분들에겐 의미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삼성에서 올린 자가 수리 팁 영상을 먼저 보고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현명할 것 같네요.

테크플러스 에디터 이수현
tech-plu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