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백의 풍경만으로도 설산을 극복할 이유가 된다, 등산 인플루언서 ‘쏭시’ 우송희 인터뷰

5년째 설산을 즐기는 우송희 씨는 겨울만 되면 일기예보를 살핀다.순백의 산을 사랑하는 그녀에게 겨울은 등산 성수기인 셈이다.
ⓒ 우송희

등산을 좋아하더라도 설산은 두려워하거나 꺼리는 사람이 많다. 처음 설산에 오르게 된 계기는?

처음 오른 산이 바로 설산이었다. 2018년 초, 친구와 제주도로 여행을 갔다. 여행 계획 중 자연스럽게 한라산에 가보자는 말이 나왔다. 평소 등산 경험이 없었던 만큼 개인 장비도 전혀 없었다. 대부분 장비는 아버지에게, 등산화는 게스트하우스에서 빌려 스키복을 입고 산에 올랐다.

당시 제주도에는 폭설이 내려 버스도 정상까지 가지 못했다. 도로 중간에서 내려 등산로 입구까지 걸어야 했다. 나는 체력에 자신이 있었지만, 함께 간 친구는 그러지 못했다. 결국 첫 대피소까지만 올라가 컵라면 하나 먹고 하산했다. 처음 경험한 설산의 장엄한 풍경을 잊지 못해 지금은 매년 겨울 눈 덮인 한라산을 오른다.

설산의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나?

단연 자연이 주는 감동이다. 같은 산이라도 사계절마다 풍경이 다르다. 그중에서도 눈 덮인 산이 가장 아름답다. 새하얀, 순백의 미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눈 덮인 산 풍경이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게 만든다. 새하얀 숲속 풍경은 마치 ‘겨울 왕국’ 느낌을 준다. 이런 기분은 설산이 아니라면 어디서도 느끼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등산 코스 중에서도 ‘눈 덮인 산’은 특히 어렵다고 생각하진 않나?

그런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웃음) 산에 눈이 내리면 설산에 오르고 싶다는 생각이 들뿐이다. 겨울만 되면 항상 일기예보를 주시한다. 일기예보를 보면서 어떤 산에 어느 정도 눈이 왔는지 살핀다. 겨울이 되면 스키장에 눈 쌓이길 기다리는 것과 같다.

ⓒ 우송희

등산을 기준으로 한다면 설산 등산의 난도는 꽤 높을 것 같은데?

그렇다. 아마 등산 중에 난도가 가장 높을 것이다. 폭설, 바람, 혹한 같은 위험 요소가 많아 길이 미끄럽고 눈이 쌓여 있어 평소보다 두 배 이상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또 겨울은 해가 짧기 때문에 오후 4시 전에 반드시 하산해야 한다. 시간을 철저히 계획하고 체온 관리도 중요하다. 준비 없이 설산에 오르면 큰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설산에 오르기 전 어느 정도 기초 체력을 키워야 하며, 자신의 체력을 정확히 알고 준비해야 한다.

설산 등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뭐라고 생각하나?

보온이다. 등산인 사이에선 ‘더위로 죽는 사람은 없지만, 추위로 죽는 사람은 많다’는 말이 있다. 실제로 산 아래와 정상의 기온 차이가 심해 정상에서는 얼굴이 얼얼할 정도로 추위를 느끼기도 한다. 나도 경험이 부족할 시기에 동상에 걸렸던 적이 있다. 이후부터는 보온을 위해 더욱 철저히 준비한다. 등산을 처음 접하는 입문자나, 설산을 도전하고 싶은 사람에게 보온 유지가 정말 중요하다고 조언하고 싶다.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장비가 있다면?

양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초보자들이 보온을 위해 양말을 두 겹으로 신는 경우가 있다. 양말을 두 겹으로 신으면 오히려 발의 땀이 배출되지 않아 체온 조절이 안 되고 동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양말은 땀 배출이 잘되는 울 양말을 신는 것이 좋다. 울 함유율 90% 이상의 양말을 신어 발의 체온을 잘 유지하는 것이 동상을 예방하는 데 가장 효과적이다. 신발도 꼭 겨울용 등산화로 준비해야 한다.

ⓒ 우송희

설산 경험자로서, 나만의 꿀팁이 있나?

풍경 사진을 찍고 싶은데, 막상 추운 날씨에 장갑을 벗고 사진을 찍으려고 하면 정말 어렵다. 장갑을 벗지 않고 핸드폰을 조작하기 위해 터치펜을 준비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터치펜은 작아서 잃어버리기 쉽다.

나는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천하장사 소시지’ 같은 제품을 활용한다. 소시지로 액정 터치가 되더라.(웃음) 장갑을 벗지 않고도 사진을 찍거나 핸드폰을 조작할 수 있다. 크기도 커서 잃어버리는 경우도 거의 없다. 등산 가방에 소시지 하나 넣어 두면 여러모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영역이 있다면?

먼저 국내 설산을 모두 탐방하고 싶다. 국내 산도 해외 못지 않게 멋진 곳이 많다. 국내 설산을 마스터하면 해외 설산도 도전하고 싶다. 사실 등산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알프스는 로망 중 하나이지 않나.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이고 기회가 된다면 알프스 설산을 꼭 도전해 보고 싶다.

ㅣ 덴 매거진 2024년 12월호
에디터 정지환(stop@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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