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대에 부는 ‘한강 열풍’… 한국에 ‘독서 열풍’ 일어나나

정자연 기자 2024. 10. 13. 00:3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2일 수원 영통구 교보문고에 한강 작가의 도서가 일시품절 됐다는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김보람기자

 

한강이 한국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고 하루 반나절이 지난 주말, 대한민국 곳곳에선 독서 열풍이 불었다.

소셜미디어에선 2030세대를 중심으로 ‘텍스트힙’(Text-Hip·독서를 멋진 행위로 인식하는 것)에 더해 서점가를 방문한 자신의 모습이나 한강의 서적을 구입한 인증샷 올리기, 추천도서 목록 등을 공유하는 현상이 더욱 짙어졌고 서점가엔 한강 작가의 작품을 구하려는 손님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12일 서점계에 따르면 노벨 문학상 수상자 발표 후 하루 만에 대형서점인 교보문고와 예스24, 알라딘에서만 한강의 책이 30만부 정도 판매됐다.

경기지역 곳곳에서도 주말을 맞아 서점을 찾아 한강의 작품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서점이 활기를 띄었다.

이날 오후 찾은 수원특례시 영통구 교보문고엔 한강 작가의 작품을 구입하려고 안내데스크에 문의를 하는 손님들이 잇따랐다.

이에 서점은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합니다!’라는 안내문과 ‘한강 작가의 도서가 일시품절되었습니다. 예약을 원하시는 고객님께서는 컨시어지데스크에 문의주세요.’라는 안내문을 이날 오전에 설치했다.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지난 10일 저녁 그의 서적이 모두 품절이 되면서 이날까지 50여권의 책이 예약됐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특히 장년과 노년층에서 관심이 생겨 오신 분들 중 한강이 작가인 줄 모르시고 ‘한강’을 달라고 하시는 어르신들도 꽤 많아 직원들이 설명을 해주는 에피소드도 있었다”면서 “전국의 책이 모두 품절돼 오는 월요일부터 순차적으로 들어올 예정이지만 언제쯤 들어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한강의 주요 저작물을 가진 국내 3대 문학 출판사는 즐거운 비명을 터트리고 있다.

한강 작가의 작품들. 각 출판사 제공

창비는 한강의 수상 직후 ‘채식주의자’ 4천권과 ‘소년이 온다’ 1만2천권이 모두 팔려 인쇄소를 최대 가동해서 물량을 맞춘다는 계획이다.

문학동네 역시 이번 수상으로 15만부 증쇄 결정을 내렸고 소설 ‘흰’도 3만부를 증쇄하기로 했다. 초기작을 보유한 문학과지성사 역시 거의 모든 작품이 판매돼 급히 추가 제작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문학이 노벨문학상을 품으면서 한동안 한국 사회에 책 읽는 분위기가 무르익을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최근 몇 년 간 우리나라의 성인 독서율은 하향 곡선을 그려왔다. 지난해 성인들의 독서율은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3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성인 중 일반도서를 단 한 권이라도 읽은 사람의 비율을 뜻하는 ‘종합독서율’은 43.0%에 그쳤다. 지난 조사인 2021년 대비 4.5%p 감소한 것으로, 1994년 독서실태조사 이후 역대 최저다.

독서 행태를 보면 성인은 평일에는 하루 평균 18.5분을 책 읽기에 할애했고 휴일에는 25.0분을 사용했다.

독서 장애 요인으로는 ‘일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24.4%)가 가장 높았고, ‘스마트폰이나 게임 등 책 이외의 매체를 이용해서’(23.4%), ‘책 읽는 습관이 들지 않아서’(11.3%)라는 답변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한강의 수상 소식이 전해진 뒤 단순히 그의 작품뿐 아니라 독서와 문학에 대한 관심이 환기된다는 반응이 곳곳에서 나온다. 독서 열풍, 나아가 침체된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환기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도 있다.

1년에 책을 한두 권가량 읽는다는 주부 김향남씨(58)는 다음 달 동네 지인들과 예정된 정기 모임을 독서 활동으로 대체해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씨는 “한국에서 노벨문학상이 나왔다고 하니 신기하고 기뻐, 지인들과의 모임에서 단순 식사가 아닌 한강 작가의 책을 하나씩 읽고 생각을 공유하는 자리로 만들자는 이야기가 나왔다”며 “어려울 것 같아 걱정도 되지만 오랜만에 책을 읽고 함께 이야기 나눌 생각을 하니 설렌다. 가족들과도 책장에 놓인 책들을 자주 읽어보자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시민들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의 책을 줄서서 구매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최동호 고려대 명예교수는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한국 사회에 책 읽는 분위기가 상당히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 교수는 “문예창작과 등 그동안 하향 곡선이 이어지던 문학 관련 학과가 다시 상승세를 탈 것으로 본다”며 “책 읽는 분위기, 문학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일어나 한국문학이 새롭게 태동할 수 있는 밑거름이 만들어지고 새로운 방향이 제시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한국에는 한강 못지않은 뛰어난 작가들이 많다. 이번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그분들에게도 좋은 기회가 오지 않을까 하는 기분 좋은 기대감도 나온다”고 덧붙였다.

정자연 기자 jjy84@kyeonggi.com
김보람 기자 kbr13@kyeonggi.com

Copyright © 경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