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의 스포츠카, 665마력의 애스턴 마틴 밴티지

지난 2월 애스턴 마틴은 페이스리프트 된 신형 밴티지를 공개했어요. 밴티지는 애스턴 마틴의 퓨어 스포츠카이자 엔트리 모델이죠. 2017년 말에 2세대 모델이 등장했으니, 거의 7년 만에 진행된 페이스리프트로 아주 심혈을 기울인 모양이에요. 

그래서인지, 이번 신형 밴티지의 달라진 부분을 보면 풀체인지만큼 주목을 받기에 충분해 보이는데요. 오늘 첫차연구소에서는 665마력으로 달리는 신사의 스포츠카, 밴티지를 집중적으로 탐구해 볼게요.


신사의 나라
영국에서 온 스포츠카

애스턴 마틴은 1913년 설립되어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영국의 스포츠카 제조사예요. 1947년까지는 어려운 시기를 보냈지만, 데이비드 브라운이 회사를 인수하면서 분위기가 확 달라졌어요. 데이비드 브라운은 그의 이름을 딴 DB 시리즈를 출시하며 어수선한 라인업을 정리했고, 생산 설비 현대화에도 공을 들였어요. 결정적으로 영화 <007 골드핑거> 에 DB5가 등장해 깊은 인상을 남기면서 시장에 안정적으로 자리잡게 됐죠.

지금까지도 애스턴 마틴 라인업의 중심이 되는 DB 시리즈는 장거리 주행에 최적화된 고급 GT 성향의 자동차였는데요. 이후 애스턴 마틴은 DB 시리즈의 설계를 기반으로 좀 더 주행 역동성에 초점을 맞춘 스포츠카를 개발하게 되는데, 그 차가 바로 밴티지예요. 

영어로 ‘우세’,’이점’이라는 뜻을 갖고 있는데, 애스턴 마틴의 차명으로 쓰인 것은 1950년부터였어요. DB2의 고성능 모델이었던 DB2 밴티지는 레이싱카에 쓰이던 고성능 카뷰레터를 장착해 압축비와 출력을 높인 특별한 모델이었죠. 모터스포츠에서 성능 검증이 된 엔진을 장착한 첫 번째 밴티지는 약 250대가 생산되었다고 해요. 

이후 DB5의 기술적 기반을 다진 DB4 밴티지가 등장해 DB2 밴티지의 역할을 이어갔고, 70년대에는 퓨어 스포츠카로서의 성격을 더욱 강화해 ‘V8 밴티지’라는 이름의 별도 차종으로 독립했어요. 

기존의 직렬 6기통 엔진 대신 애스턴 마틴 최초로 V8 엔진을 장착한 V8 밴티지는 5.3리터 390마력 엔진과 강화된 서스펜션을 갖추고 강력한 성능을 발휘했죠. 0-60mph 가속 시간 5.3초, 최고속도 273km/h를 기록하면서 ‘영국 최초의 슈퍼카’라 불리기도 했어요. 

직선적인 디자인과 중심부가 돌출된 보닛으로 인해 출시 직후에는 ‘영국판 머스탱’이라는 놀림을 받기도 했지만, 애스턴 마틴 특유의 그릴 디자인과 완만한 루프라인 등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애스턴 마틴의 디자인 요소를 처음 구현한 모델로 인정받고 있어요.

90년대에는 애스턴 마틴 최초로 V12 엔진을 탑재한 모델에 DB7 밴티지라는 이름이 쓰였어요. 재규어의 디자인을 혁신적으로 바꾼 이안 칼럼이 디자인한 차종이기도 해요. V12 밴티지에 처음 탑재된 6.0리터 엔진은 최고 출력 420마력을 발휘하며, 이후 DB9과 DBS, 뱅퀴시와 비라지 등 다양한 차종에 20년 넘게 쓰이기도 했죠. 

그리고 2005년 다시 완전히 별도의 차종으로 독립한 밴티지는 더 컴팩트한 차체와 가벼워진 몸무게, 더욱 스포티한 조향감각과 민첩해진 변속기로 스포츠카의 역동적인 주행 성능을 선보였어요. V8 4.7리터와 V12 6.0리터 엔진을 적용하고 GT3 레이스카를 비롯한 다양한 파생 모델을 내놓았던 밴티지는 2018년 2세대 모델이 출시되었고, 얼마 전 공개된 신형 밴티지는 이 2세대 밴티지의 부분변경 모델이라 할 수 있어요.


더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2025 밴티지

신형 밴티지는 점잖은 인상이었던 기존 밴티지에 비해 확연히 강렬한 외관을 보여주고 있어요. 전면 그릴의 면적을 38% 넓히면서 엔진이 필요로 하는 공기를 더 많이 흡입할 수 있게 되었고, 매트릭스 LED가 탑재된 헤드램프는 세로형으로 전위적인 인상을 주면서도 기존보다 속도감이 느껴지는 모습이에요.

동시에 차체 폭을 30mm 넓혀 더 안정적인 프로포션을 갖추었고, 더 커진 머플러와 과감한 디퓨저로 강력한 성능을 드러내면서 공기역학 성능도 개선했다고 해요.

실내 디자인 역시 대폭 변경되어 DB12와 유사한 분위기를 갖추었어요. 10.25인치 센터 디스플레이와 각종 버튼 및 조작부를 하단에 배치해 동선을 줄이고 운전자의 편의성을 더하면서도 계기판에 집중할 수 있어 운전을 즐기는 스포츠카에 적합한 실내라 할 수 있어요.

브리지 오브 위어 가죽과 카본 파이버, 도금이 아닌 실제 금속과 알루미늄 장식 등 실내 전반에 고급 소재가 쓰였고, 11개 스피커의 오디오 시스템을 기본으로 15개 스피커로 1170W 출력을 내는 바워스 & 윌킨스 오디오 시스템이 옵션으로 제공되어 애스턴 마틴 특유의 고급스러움도 챙겼어요.

신형 밴티지는 파워트레인도 크게 바뀌었어요. 핵심이 되는 엔진과 변속기를 공유하면서 DB12와 거의 대등한 퍼포먼스를 갖추게 되었어요. AMG에서 공급받는 V8 4.0리터 트윈터보 엔진은 더 커진 터보차저와 강화된 냉각 시스템이 적용되고, 캠 프로파일이 변경된 것이 특징이에요. 

최고 출력 565마력을 내고, 최대토크는 81.6kgf.m을 기록하는데, DB12보다 출력이 15마력 낮고 토크는 동일한 수치를 보여주고 있어요. 8단 ZF 변속기 역시 DB12와 같지만 기어비를 조정해 초반 가속에 유리하도록 조정했고, 런치 컨트롤도 추가되었어요. 성능이 대폭 강화된 신형 밴티지의 0-100km/h 가속 시간은 3.4초, 최고 속도는 325km/h를 기록해요.

강력해진 파워트레인에 맞추어 섀시와 브레이크 시스템 등 전반적인 영역에서도 개선 및 보강이 이루어졌어요. 우선 차체 강성을 높이고 서스펜션 마운트와 댐퍼도 강화해 민첩한 핸들링 성능을 뒷받침하도록 했어요. 

여기에 미쉐린과 협업해 개발한 전용 타이어가 적용되고, 앞 400mm, 뒤 360mm 디스크가 맞물린 브레이크 시스템을 기본으로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도 선택할 수 있어요. 이외에도 제동거리를 최적화해 주는 브레이크 슬립 컨트롤, 6축 가속도계 기반의 ESP 등 각종 신기술이 적용되었다고 해요.


최강자를 향한 도전
911 vs 밴티지

사실상 이 체급의 모든 스포츠카들은 포르쉐 911과의 경쟁을 피할 수 없는데요. 특히 밴티지의 경우 2005년 V8 밴티지 개발 당시 911을 타깃으로 개발되어 현재까지도 비슷한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어요. 신형 밴티지가 거의 7년 만에 등장한 만큼 이번 모델도 상당히 오랜 기간 판매될 것으로 보이는데, 로드스터와 고성능 AMR 등 다양한 파생 모델을 출시하며 911의 영역에 꾸준히 도전할 것으로 보여요. 

한편 포르쉐 911은 곧 부분변경 모델의 출시를 앞두고 있어요. 올 연말 공개되어 내년 초 출시가 예상되는 신형 911은 코드명 992.2로, 미묘한 외관 디테일 변화가 예상돼요. 실내는 신형 파나메라와 타이칸이 그랬듯 계기판을 얇은 디스플레이로 대체하는 등 디지털화된 구성을 보여줄 듯 하고요.

파워트레인의 경우 새로운 3.6리터 엔진이 적용되고, GTS 모델에는 4.0리터 자연흡기 엔진이 적용될 것이라는 소문이 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상 최초로 911 하이브리드가 출시될 것으로 알려져 많은 주목을 받고 있어요. 

911 하이브리드는 2024년 여름 출시가 확정되었어요. 엔진은 뒷바퀴를 굴리고 전기모터로 앞바퀴를 굴리는 방식으로, 리막과 함께 개발한 400V 시스템이 적용된다고 해요. 모터의 출력은 약 80~90마력이 될 것으로 알려졌으며, 모터와 합을 맞추는 2kWh 배터리를 비롯해 새로 추가되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무게는 27kg 미만이라고 해요. 

또, 911 하이브리드는 여러 가지 출력과 세팅으로 다양한 라인업을 갖출 가능성이 높고, 수동 변속기는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다고 해요. 

‘하이브리드’라는 무기를 탑재하고 나올 911에게 밴티지가 어떤 성적을 올려 대항할 수 있을지, 그 대결은 앞으로 더 지켜봐야 가닥이 잡힐 것 같네요.


애스턴 마틴의 신형 밴티지에 대해 알아봤어요. 파워트레인을 변경하며 주행성능을 대폭 개선하고, 세련되게 바뀐 실내 디자인 역시 인상적인 모습이에요. 기존의 아쉬웠던 부분들을 말끔히 해결한 페이스리프트라고 할 수 있겠어요. 

동시에 DB12의 하위 모델이었던 기존과 달리, DB 시리즈와 대등한 위치의 본격 스포츠카로 포지션을 전환한 점도 밴티지의 존재감을 더하죠. 독특한 매력의 밴티지를 언젠가 한 번쯤 운전해 볼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미지 출처 - 제조사 홈페이지, netcarshow, motor1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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