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터만 보면 방황하는 10대의 성장 드라마처럼 보이는 영화였습니다. 실제로 학교를 그만둔 소년이 집을 나오는 장면에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그런데 중국집 문이 열리고 단발머리 주방장이 등장하는 순간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집을 나온 소년이 들어간 곳
2019년 겨울 개봉한 이 작품은 학교도 집도 지겨워진 열아홉 소년의 이야기에서 출발합니다. 무작정 집을 나온 그는 우연히 한 중국집에 발을 들이게 됩니다. 그곳에서 만난 정체불명의 주방장이 소년의 일상을 통째로 흔들어 놓습니다. 연출은 최정열 감독이 맡았고, 소년 택일 역은 박정민이 연기했습니다. 같은 또래 친구 역에는 정해인이 합류해 두 사람의 어긋난 우정을 그려 냅니다.

단발머리 주방장이라는 반칙
이 영화에서 가장 많이 회자된 지점은 주방장 캐릭터의 비주얼입니다. 거구의 배우가 단발머리 가발을 쓰고 분홍빛 옷을 입은 채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액션 영화에서 주로 보던 얼굴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오니 등장만으로 웃음이 터집니다. 그런데 이 인물은 코믹한 외형과 달리 소년에게 가장 깊은 말을 건네는 존재입니다. 외형과 내용의 간극이 이 영화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 줍니다.

기대한 장르와 달랐던 영화
관객 후기에서 가장 많이 나온 반응은 생각했던 영화가 아니었다는 말이었습니다. 진지한 청춘 드라마를 예상하고 들어갔다가 계속 웃었다는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소년이 겪는 사건들은 하나같이 황당한데 인물들은 더없이 진지합니다. 그 간극에서 웃음이 만들어지고, 웃다가 갑자기 뭉클해지는 구조가 반복됩니다. 가볍게 웃기다가 마지막에 감정을 건드리는 방식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무기입니다.

박정민이 쌓아 온 선배 복
주연을 맡은 박정민은 이 작품 직전까지 굵직한 선배들과 연달아 호흡을 맞춰 왔습니다. 이병헌과 이정재가 나온 작품에서 긴장감 있는 인물을 연기한 직후였습니다. 이번에는 마동석, 정해인과 전혀 다른 결의 시너지를 보여 주게 됐습니다. 여기에 염정아가 어머니 역으로 합류해 극의 감정선을 단단히 잡아 줍니다. 배우들의 조합이 장면마다 다른 리듬을 만들어 내는 점이 이 영화의 재미입니다.

지금 다시 봐도 통하는 이유
이 작품은 교훈을 앞세우지 않고 끝까지 인물들을 따라갑니다. 그래서 러닝타임 내내 부담 없이 볼 수 있습니다.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는 장면들은 지금 봐도 시원하게 찍혔습니다. 결말을 알고 다시 봐도 주방장이 등장하는 순간의 재미는 줄지 않습니다. 지금은 OTT에서 볼 수 있어 가볍게 웃고 싶은 날 꺼내 보기 좋은 선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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