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이트] "동냥은 필요없다"는데 왜 이렇게까지‥'강제동원 해법' 논란 증폭

전준홍 2023. 3. 12.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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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CR ▶

일제 강제동원 피해배상에 대한 정부의 해법이 나온 첫 주말.

"굴욕적인 배상안을 철회하라"는 목소리가 광장에 울려 퍼졌습니다.

"강제동원 대법원 판결대로 이행하라." "(이행하라, 이행하라, 이행하라.)"

[이밀/집회참가자] "저는 양금덕 할머니, 피해자 혼자 두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그분과 함께 제가, 저희 아이가 살아갈 나라에서 반드시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싶습니다."

일제 강점기 강제 동원된 조선인은 7,80 만명으로 추산됩니다.

그들은 이곳 용산역에 모여 열차를 타고 노역에 끌려가야 했는데요.

이들 중 일부는 당시 일을 시킨 일제 전범기업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습니다.

5년 전, 우리 대법원은 피해자 15명의 승소를 최종 확정했죠.

하지만 일본은 배상 책임을 줄곧 외면했습니다.

그러자 우리 정부가 우리 기업 돈으로 대신 갚아주겠다고 나섰습니다.

피해자들은 물론, 여론의 반발이 거센데도 정부는 국익을 위한 결정이라고 합니다.

정부의 해법과 입장 발표에 나선 박진 외교부장관.

일본 측 책임이 부각되는 '배상금'이란 표현은, 단 한 차례도 쓰지 않았습니다.

발표 내내 '판결금'이라고 했습니다.

[박진/외교부장관 (지난 6일)] "원고분(피해자)들께 [판결금] 및 지연이자를 지급할 예정입니다. 여타 소송이 원고 승소로 확정될 경우, 동 [판결금] 및 지연이자 역시 원고분들께 지급할 예정입니다."

우리 기업들이 먼저 내 준 돈을 나중에 일본 전범기업들에게 돌려받는 이른바 '구상권'도 청구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한 발 더 나아가, '이제 돌이킬 수 없다'는 걸 강조하는 듯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못박았습니다.

[박진/외교부장관 (지난 6일)] "이번 해법이 한일 양국에게 반목과 갈등을 넘어서 미래로 가는 새로운 역사의 기회의 창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것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을 합니다."

◀ 기자 ▶

우리 정부의 용어 사용도 논란입니다.

강제징용이냐, 강제동원이냐.

이번 발표에서도 그랬지만, 정부의 공문서나 보도자료 등에선 거의 '강제징용'이라고 표현합니다.

여기서 이 '징용'이란 말의 사전적 의미는 뭘까요.

'전시나 사변 때, 국가가 강제로 국민에게 일을 시킨다'는 겁니다.

인력 동원의 합법성을 인정하는 뜻입니다.

◀ VCR ▶

'강제동원’으로 표현해야 전범기업들의 불법성을 좀 더 정확하게 드러낼 수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정부는 주로 ‘강제징용’이라고 씁니다.

사실상 한국 정부의 '백기투항'.

기세등등한 일본은 사과 한마디 없었습니다.

대신, 모호한 입장 발표로 화답했습니다.

[기시다 후미오/일본 총리 (지난 6일)] "1998년 10월에 발표한 한일공동성명(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포함한 역사 인식에 관해 역대 내각의 입장, 이 전체를 계승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입니다."

그러면서 일본은 반도체 관련 수출 규제 해제를 검토하겠다고 합니다.

이른바 '소,부,장'.

반도체 제조에 들어가는 소재와 부품, 장비를 우리나라에 안 팔겠다는 조치였는데, 이제 수출을 재개하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거, 우리 입장에선 별 의미가 없습니다.

처음엔 좀 타격을 받는가 싶었지만 기술 자립 등으로 극복에 성공했죠.

요즘엔 오히려 반도체 재고가 쌓여서 고민일 정도로, 생산에 지장이 없습니다.

지난 2019년 시작된 수출규제.

사실 우리 대법원의 강제동원 판결에 일본이 무역 보복으로 맞대응 했던 건데요.

당시 문재인 정부는 세계무역기구, WTO에 '불공정 행위'라며 제소했습니다.

하지만 일본은 이 제소를 취하해야 수출 규제를 풀 수 있다며 조건을 내걸기까지 했습니다.

일본의 으름장에 정부는 WTO 제소를 중단하겠다고 신속히 발표했는데요.

[송기호 변호사/전 민변 국제통상위원장] "(한국이) 대단히 모순된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죠. '일본 조치가 WTO법 위반이니 판단하고 조사해서 결정해 주세요'라고 했던 자가 '나 아무것도 안 하겠다'라고 한 거거든요 그걸 공표한 거거든요."

정작 일본은 수출규제 해제 등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렇게까지 되고 보니, 우리나라에선 '굴욕 외교'란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는데요.

반면 일본은, 하나도 양보 한 게 없이 "완벽한 승리"를 거뒀다며 반기고 있습니다.

[기무라 칸/일본 고베대 국제협력연구소 교수] "'일본 쪽이 이렇게까지 (호응)하지 않아도 된다'는 식으로 (한국이) 결정한 것이 놀랍죠. (윤석열 정부는) 민주화 이후 제일 큰 양보를 한 정부라는 레코드가 아마 나중에 기록돼 나올 겁니다.

오히려 한국의 여론이 안 좋아 언제 입장이 바뀔 지 모르니, 뭐라도 좀 해줘야 하는거 아니냐는 걱정이 나올 정도라고 합니다.

[남기정/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 "(강제동원 해법에서) 일본 정부가 만들어 놓은 프레임(틀)을 고스란히 다 수용했다라고 하는 거죠. '일본이 무엇을 해야 된다'라고 하는 것을 넣을 수가 없었던 겁니다. 따져보면 외교 협상을 통해서 얻은 것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외교 참사라고도 부를 수가 없는, [그냥 참사]였다‥"

◀ 기자 ▶

이런 논란 속에 내놓은 해법.

말씀드린 것처럼 일본 전범기업이 아니라 우리나라 기업, 그러니까 '제3자'가 돈을 낸다는 건데요.

정작 피해자들은 대부분 한 푼도 안 받겠다며 반발합니다.

정부 계획이 실행 가능한지부터 의문입니다.

◀ VCR ▶

[양금덕 할머니/95세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지난 6일)] "잘못한 사람한테, 일본한테 받아야지…일본한테 받아야지, [동냥해서는 안 받으렵니다] 그렇게 해서는 사죄라고 볼 수가 없지요. 잘못한 사람은 따로 있는데 절대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민법에 따르면 채무는 제3자가 갚아도 됩니다.

하지만 돈을 받는 쪽에서 거절해도 갚을 수 있을지는 해석이 엇갈립니다.

정부는 제3자인 '재단'을 통해 전달하면 된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피해자들이 재단의 돈은 안받겠다는 입장이고, 전범기업들은 '배상 책임'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어 논란은 계속 될 것으로 보입니다.

[최봉태/대한변협 일제피해자인권특위 위원장] "물품 대금 같은 경우야 충분히 뭐 이 사람한테 돈을 받으나 저 사람한테 돈을 받으나 그건 큰 문제가 없으니 제 3자가 변제할 수 있죠. 그런데 채무의 성질이라든지 당사자 의사표시에 의해서 (채권자가) 제3자가 변제 못 하도록 이야기하게 되면 변제 못 하도록 돼 있지 않습니까."

재단을 통해 조달될 돈의 성격 역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돈을 낼 기업들로 포스코 등 현재 15개 안팎이 거명되는데,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 때, 일본의 원조 자금을 받았던 곳 들이라고 합니다.

일부 기업들은 벌써부터 당황스럽다는 반응입니다.

한 기업은 <스트레이트>와의 통화에서 "피해자들도 돈을 받는 데 부정적인 상황에서, 돈을 내면 '매국 기업'이라는 비판까지 들어야 한다"며 곤혹스러워했습니다.

[판결금 대납 예상 B은행 (1965년 일본 원조 자금 수혜)] "외교부 발표 이후에 이제 저희 은행에서 이제 인지를 했고, (원조 자금 수혜) 이런 게 있구나 인지를 했고 왜냐하면 사전에 뭔가 저희한테 연락이 오거나 이렇게 한 적이 없기 때문에…"

실제로 정부는, 누가 돈을 내야하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자발적인 기여'를 강조할 뿐입니다.

그러나 명확한 기준이나 근거도 없이 돈을 냈다가는, 경영진 입장에서 회사에 손해를 끼친 '배임죄' 등을 걱정해야 할 처지입니다.

더욱이 배상금 부담은 앞으로 얼마나 더 커질지 모릅니다.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인 강제동원 피해자와 그 가족은 1천여 명 수준입니다.

◀ 기자 ▶

의문과 논란이 꼬리를 물고 있지만, 정부는 '한일 관계 개선'이란 명분에 골몰하고 있습니다.

최근 3.1절 기념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과거사 언급 없이 일본을 '협력 파트너'로만 강조했죠.

이번 강제동원 해법을 놓고는 의미를 더욱 부각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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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지난 7일, 국무회의)] "한일간의 미래 지향적 협력은 한일 양국은 물론이거니와 세계 전체의 자유, 평화, 번영을 지켜줄 것이 분명합니다."

심지어 윤 대통령의 예전 발언이 일본 언론에 보도되며 파장을 일으켰는데요.

지난해 11월, 한국을 찾은 아소 다로 자민당 부총재에게, "지지율이 10%로 떨어져도 한일관계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는 겁니다.

이 아소 다로 부총리, 증조할아버지가 탄광기업을 운영하면서 일제강점기 수많은 조선인들을 강제동원해 막대한 부를 쌓은 집안입니다.

그런가 하면, 윤 대통령의 측근들도 말을 보태기 시작했는데요.

윤 대통령의 '40년 친구'이자, 검사장 출신의 석동현 민주평통 사무처장.

SNS에 "(일본에) 사죄나 배상하라고 악쓰는 나라가 한국 말고 어디 있냐"라고 적었습니다.

말 자체도 논란이지만, 사실에도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왔죠.

중국에서도 피해자 개인들이 일본 법원에 소송을 냈고, 전범기업이 화해 조치로 사과와 보상을 한 사례들이 있습니다.

[최봉태/대한변협 일제피해자인권특위 위원장] "한국 정부 자체가 지금 제대로 된 인식을 가지고 있지 않으니 한국 정부가 멸시하는 그런 피해자들에 대해가지고 일본 정부가 존중해 줄 턱이 있습니까."

심지어 우리 정부의 해법이 나온 지 사흘만에 일본 외무상은 의회에 나와 강제동원은 없었다고 다시금 못박았습니다.

[최종건/연세대 교수(전 외교부 1차관)] "일본의 전범 기업들이 구두나 혹은 문서 형태로라도 사과 혹은 사죄의 뜻을 밝히면 어느 정도 수용 가능할 수도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인정]받고 [사과]를 받고 싶었던 것의 동기였던 것이지 1억 2억을 받아내겠다고 하는 건 아니거든요."

◀ 기자 ▶

일본은 이제 더 많은 걸 내놓으라고 합니다.

2018년 일본 자위대 초계기가 동해상에서 불법 저공 비행으로 우리 군함을 위협한 일이 있었죠.

당시 우리 해군이 초계기에 레이더 조준했던걸, 또다시 문제 삼으며 사과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강제동원 현장이었던 사도광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시도에도,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응할지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많습니다.

전준홍 기자(jjhong@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straight/6463313_2899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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