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가두리양식 어민들 고수온 '긴장'
폭염이 연일 계속되면서 통영 가두리양식장 어민들이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충남·전남 등 서해에서는 고수온으로 말미암은 우럭·넙치·전복 집단 폐사 등 어패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11일 현재 통영 연안에는 냉수대가 있어 어류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이달 중순 들어서면서 남해도 고수온 영향권에 접어들 전망이다. 통영시와 어민들은 고수온 피해가 이달 말께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낮 최고기온 33도를 기록한 지난 9일 송무원 통영시 어업진흥과장을 따라 어업지도선을 타고 산양읍과 욕지도 인근 가두리 양식장을 찾았다. 시는 이달 들어 매일 연안 가두리양식장 33곳을 돌며 고수온·적조 피해에 대비해 어업 지도를 하고 있다.
송 과장은 "보름 전부터 연안에 형성된 냉수대 덕에 표층 수온이 25도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지난해 이맘때에는 태풍 때문에 중층 냉수대와 표층 고수온이 섞여 수온이 올라가면서 어류 폐사 피해가 컸다"고 설명했다.
그는 "수산업 위기 원인으로 기후변화·인력난·고령화를 꼽는다"면서 "특히 기후변화 영향으로 물고기가 더워서 죽고, 추워서 죽는 현상이 빈번해져 수산 행정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통영에서만 고수온 피해는 2021년 54억 4500만 원(123어가), 2022년 48억 3800만 원(117어가), 지난해 155억 3700만 원(218어가)으로 집계됐다.
이날 오전에 찾은 산양읍 한 가두리 양식장에는 조피볼락(우럭)·참돔 등이 있었다. 정재익(53) 씨는 수시로 수온측정기를 확인했다. 조피볼락은 특히 수온 상승에 취약해 한 달 전부터 사료를 주지 않고 있다. 중층에 있던 조피볼락이 먹이활동을 하러 표층으로 올라왔다가 고수온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정 씨는 "어류가 고수온에 노출되면 시름시름 앓다가 죽기 때문에 집단 폐사는 시간 차를 두고 나타난다"면서 "고수온에 근본 해결책이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그는 "바다 온도가 10년 전보다 0.5도에서 1도씩 높아지는 것을 체감한다"면서 "최근에는 기후위기로 바다 온도를 예측하기 더 어려워졌다"고 덧붙였다.
오후 햇살이 강렬히 내리쬐면서 체감온도는 35도 이상으로 올랐다. 욕지도 동두에서 조피볼락만 양식하는 탁성수(69) 씨 아들은 가두리양식장 부표 위를 땡볕에서 왔다갔다하며 고기 상태를 확인하고 있었다. 탁 씨는 "일부 치어만 밥을 주고 있는데, 수온 변화에 따라 사료량을 조절하고 있다"면서 "실시간 수온측정기를 확인하고 있지만, 바다가 서서히 달궈지기 때문에 아직은 안심하기에 이르다. 올해 무사히 지나가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경남도는 지난 2일 진해만 일대에 '고수온 주의보'를 발표한 데 이어 지난 8일 오후 2시 기점으로 남해군에서 통영 욕지도까지 고수온 주의보 해역을 확대했다. 수온 상승기 25도 예상 해역은 '예비특보', 28도가 되거나 도달할 것으로 예측되면 '주의보', 28도 이상 사흘 이상 지속하면 '경보'가 발효된다.
올해 4월 말 기준 경남 연안에서 사육 중인 어류는 2억 4238만여 마리다. 이 중 조피볼락과 넙치 등 고수온 취약 어종이 49.4%(1억 1949만 5000마리)로 전체의 절반 가까이 차지한다.
도는 고수온 비상대책반 운영을 남해까지 확대하고, 양식어업인을 대상으로 농어업재해대책법에 따라 신속하게 재해대책명령서를 발급해 사료공급 중단, 차광막 설치, 조기출하 등 고수온기 어장관리 요령 준수를 강조했다.
한편, 도는 고수온과 함께 적조 대응 태세에 들어갔다. 도는 유해성 적조인 코클로디니움 출현으로 지난 9일 남해~거제 중부 앞바다까지 적조 예비특보(코클로디니움 10개체/㎖)를 발표했다. 적조 예찰을 강화하고 방제장비 수시 점검에 나서고 있다. 경남에는 지난해 적조 발생이 없었고, 2020년부터 4년간 적조 피해도 없었다.
/정봉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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